WEA 총회 유치 과정 석연찮다

WEA 총회 유치 과정 석연찮다

[ 교계 ] '예의주시' 장 모씨 소속 교단 주도적 개입, 주요교단 외면,특정교단 행사로 전락 우려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15일(화) 16:20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둘러싼 온갖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2014년 한국에서 열리는 WEA 총회의 유치 과정에도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WEA 총회 유치가 교단들의 협의도 거치지 않았고,심지어는 WEA 회원으로서 유치에 큰 관심을 보였던 한기총 실무자들조차도 총회 준비 전반의 과정을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준비과정의 내막을 살펴보면 WEA 총회 유치와 14일 저녁 열렸던 총회 유치 기념 감사예배 등이 일반적인 기독교계 연합 행사와는 달리 상당히 기형적인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한기총 사무국에 WEA 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출근하기 시작한 2명의 직원과 기념 감사예배 때 행사의 실무를 담당했던 인사들 중 대부분이 모두 예장 합동 복음 총회 목회자이거나 소속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단은 본 교단과 예장 합신 교단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가 '예의주시' 판정을 내린 바 있는 전 선문대 교수 장재형 씨가 설립한 교단이다.

취재결과 예장 합동 복음 교단과 WEA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WEA의 동아시아 본부는 예장 합동 복음 총회 사무실과 나란히 이웃하고 있다. 두 기관이 입주해 있는 건물의 관계자들도 "두 사무실이 하나다"라고 말하고 있어 예장 합동 복음 관계자들이 WEA의 실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한기총의 한 관계자도 "WEA 본부가 한국에서 총회를 열기로 결정한 것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WEA 총회가 준비되는 과정에는 매우 문제가 많다. 사실상 특정 교단의 행사처럼 진행이 되고 있다"면서 지나친 폐쇄성과 특정 교단과의 관계를 문제 삼았다.

한편 예장 합동 복음 교단 소속으로 현재 WEA를 준비하고 있는 교단 관계자들이 별다른 이유없이 취재를 피하는 점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선 "어떤 사실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모든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이들은 기념 감사예배에 각 교단의 VIP를 초청하는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소속을 철처하게 감췄던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한 교단의 관계자는 "유치 감사예배 초청장을 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WEA 준비위원회 관계자라는 사람이 전화해 참석여부를 묻길래 '소속 교단이 어디냐?','어느 교회에 출석하느냐?'고 질문하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말을 빙빙 돌렸다"면서,"도대체 뭘 감추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WEA 준비과정의 폐쇄성과 예장 합동 복음 교단과의 밀접한 관련성 등은 오히려 국내 주요 교단들의 외면을 초래하고 있다. 본 교단도 지난 10일 한기총 문제 해결을 위한 교단 연석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감사예배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고,예장 합동 총회 임원들도 이날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예배 순서자로 되어 있던 WEA총회 준비위원장 이광선목사(인사말),합동 총회 이기창총회장(공동기도)과 황규철총무(내빈소개),박종구목사(축시낭독) 등도 불참했다.

한편 이번 행사가 열린 메리어트호텔의 실소유주가 통일교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장재형 씨의 과거 통일교 전력과 예장 합동 복음 총회,WEA 유치과정 등의 풀리지 않는 삼각관계에 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WEA 총회 유치 감사예배가 열린 이 호텔의 그랜드볼룸에서는 지난 2004년 4월 30일 통일교 창립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고,이후로도 매년 교주 문선명 씨가 참석하는 대규모 통일교 행사가 호텔 곳곳에서 열릴 정도로 '통일교 전용 호텔'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통일교 소유 호텔에서 행사를 연 이유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없다. 실무를 담당하는 예장 합동 복음 총회 소속 인사들은 초지일관 '묵묵부답'이거나 혹은 '운전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아르바이트생이라 잘 모른다' 등 상식 밖의 이유를 들어 답변을 피하고 있고,한기총 실무자들은 내용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감사예배와 같은 날 열린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주요교단 임원들의 간담회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한장총 회장인 양병희목사는 "WEA 총회 유치과정도 명확하지 않은데 게다가 지금 열리는 감사예배도 통일교 소유의 호텔에서 열리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선교사들이 주축이 돼 선교전략을 수립하고 각 지역의 선교보고 등으로 구성돼 왔던 WEA 총회가 교계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선교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사실 WEA 총회의 국내 유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와 묘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도 총회 유치와 감사예배 등의 전 과정에 선교계가 배제된 상태에서 정치적인 판단으로 상당한 과정들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감사예배 당일에도 KWMA 대표회장인 강승삼목사의 참석이 전부일 정도로 WEA의 본질과는 다소 멀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원장은 "WEA 총회는 복음주의권 선교계의 주요 이슈를 다루는 자리로 그동안 늘 축제적 성격을 띠어 왔다"면서,단체 및 총회의 성격을 설명했다.

교계에서는 WEA 총회 준비과정 전반에 걸쳐 공교회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특정 교단과의 비상식적인 관계성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는 게 교계 전반의 여론이다.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2014년 총회에 참석하는 해외 인사 전원에게 항공료와 체류비 일체를 지원하겠다. 이 예산을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한다'는 등 괴담 수준의 발언들이 나오고 있는데 본래 WEA의 역사와 전통까지 무시해 가면서 기형적인 총회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면서,"지금이라도 총회 준비 과정에서 공교회성을 회복하고 모두의 관심 속에서 총회를 준비해야만 성공적인 총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기총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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