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에 앞서 회개부터

개혁에 앞서 회개부터

[ 기고 ] 독자투고

정종국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04일(금) 17:02

우리노회는 지난 1백80회 노회 개최 시,지금까지 금품선거에 참여해왔던 것을 통감하며 자숙하는 마음으로 총회에 불참하기로 결의한 바가 있었고,이를 계기로 노회 안에서는 개혁의 운동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밖에서도 여러 동역자들이 개혁의지에 참여 하여 오고 있다.

총회 불참이라는 초강수의 결의는 우리 노회가 견디기 힘들 만큼 따가운 눈총을 받았고,서울노회가 불참해도 총회의 운영과 회의에는 문제될 것도 없다는 식으로 무시당함에 있어,노회에 몸담고 있는 한 회원으로서 쓸쓸함과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왜 좋은 선거하자는 개혁취지가 밖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는데,총대들에게는 감동을 주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하게 되었을까?

우선 총회 불참을 결의할 때,그 분위기는 산이라도 뚫어버릴 만큼 개혁의지가 강하였고,어떤 희생이 따른다 해도 꼭 개혁은 해야 된다는 사명감에 충만해 있었다. 총대 파송에 관한 정치헌법 따위는 물론, 아무리 좋은 개혁도 제도권 안에서 해야 한다는 발의가 있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품선거 막으려면 법을 잠재해서라도 불참하여, 개혁의지를 보여주자는 결의를 한 것이다. 분위기는 고조되어 자숙하기 보다는 "총회에 나가면 부끄러운 선거에 동참하는 것"이니, 금품선거 방지는 불참하는 길밖에 없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룬 것이다.

필자는 우리 총회가 마치 부끄러운 선거의 온상이나 된 것처럼 일방적으로 매도당할 만큼 부끄러운 선거의 온상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어쨌든 어렵사리 도출된 제비뽑기 선거제도는 무시당하였고,패잔병처럼 안쓰럽게 비쳐진 이유는 무엇일까? 최선을 다해 지켜왔던 노회 위상은 추락되고,자책감과 통감하는 마음이 앞섬은 어쩐 일인가! 개혁을 위한 여러 형제노회의 동의를 얻기 위한 관계와 절차를 무시한 채 무조건 하고 싶은 개혁의 기치만 높이 든 것은 아닌가 반성하고 싶다.

첫째,정치헌법이 정한 제81조에 총회 조직은 "각 노회에서 동수로 파송한 목사와 장로들로 조직한다"임에도,불참선언은 조직을 부정하고 반대하는 해악행위이다. 그러므로 이 법은 잠재할 수도,해서도 안 되는 의무규정인 셈이다. 즉 우리 노회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신을 제대로 이해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열성으로 뛰어들어 법을 잠재하고 시작한 개혁이 어떻게 수용될 수 있겠는가? 총회 역사상 서울노회가 총대를 파송하지 않은 초유의 사태는 '빌라도의 고백서'와 같이 남겨둬야 할 만한 역사적인 사건이 되어 버렸다.

둘째,앞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의 이러한 개혁운동은 여러 총대들에게 총회가 금품선거의 온상으로 비춰진 것에 대해 끓어오르는 의분을 갖게 했고,우리 노회가 보여준 행동은 총회 임원들에게 기대 이상의 상실감을 안겨다 주었다. 이러한 섭섭함과 허전한 반감의 마음이 오히려 개혁의 취지를 퇴색케 하지 않았는가!

셋째,지난 총회에서 총회장 취임하던 날,우리는 선의의 경쟁에서 승리한 총회장에 예의를 갖춰 축하해 줘야 했다. 그런데 그날 우리는 '불참,금권선거반대,제비뽑기'를 주장하는 비신사적 모습을 보여 주었다. 총회 당일 우리는 피켓을 들고 마치 총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 틈에 끼여 시위하듯 했다. 회의장 안에 있어야 할 분들이 밖에서 무슨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혼절한 사람처럼 얼마나 바보스런 행동을 했는가!

필자가 전하고 싶은 것은 지금은 개혁을 논하기 전에 깨어진 형제 관계를 먼저 회복하는 것이 개혁의 우선순위라고 본다. 개혁의 과정에서 보여준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그리고 허전함과 불쾌감을 안겨준 전국 총대들과 전국 각 노회에 이제는 그 무례함과 경솔함에 대하여 사과의 통지문을 보내야 할 때다.

노회 개혁특위가 지향하는 좋은 선거 만들기는 꼭 필요하다. 전국 노회가 도와주시고 함께 힘을 실어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돌팔매질하지 마시고 도와주시라. 좀 과장된 표현 같으나 고독하고 외롭게 떨고 있는 맏형을 도와주시라! 간곡히 호소하고 싶다.

   
단 개혁특위는 총회불참사건 이후로 적지 않는 충격을 받은 바 있으니,이제는 잠시 멈추어 서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되돌아 봐야 한다. 초심을 잃지 말고 걸어온 자국을 보면서 말이다. 우리의 초심은 "미안합니다,부끄럽습니다,더욱 더 잘 섬기겠습니다,그리고 동참해 주셔요"이다. 이것이 좋은 선거 만드는 지름길이다.

정종국 목사/갈운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