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목사의 '몸 값'

임시목사의 '몸 값'

[ 기고 ]

고명호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8월 25일(목) 10:02

 
지난 가을에 젊은 후배 목사가 노회를 마치고 귀가하는 중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건이 있었다. 젊은 목사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서 안타까운 마음에 참석하게 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남은 가족들은 아무 대책이 없었다. 교회를 비워주고 나가더라도 당장 방 한 칸 얻을 돈도 없었다. 고인이 시무하고 있던 교회도 시골교회라서 따로 위로금을 챙겨줄 처지도 못 되었다.
 
그래서 그 지역 동료 목사들에게 목사의 정년은 칠십이라서 다른 일반인들보다 사망보험금을 더 많이 수령할 수 있을 것이니, 그거라도 남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더니 그게 아니라고 했다. 고인이 임시목사로 있었기 때문에 임시목사 유효기간인 3년 범위 안에서 수령액이 결정이 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위임목사는 정년을 칠십까지 쳐서 계산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위임목사의 몸 값과 임시목사의 몸 값이 달랐던 것이다.
 
너무 분한 마음에 목사의 정년이 칠십이 맞지 않느냐고 헌법소원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우리 총회가 오래전부터 위임목사제도와 임시목사제도를 두고 있었기에 이 제도를 바꾸기 전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겠다 싶었다. 정말 기가 막혔다. 이 땅의 목사들 가운데 대다수가 소위 총회헌법이 정한 임시목사들인데, 이 제도를 이대로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심히 염려가 되었다.
 
그러나 필자가 정말 염려하는 것은 임시목사의 '몸 값'이 위임목사의 '몸 값'에 비해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지 않다. 까짓것 몸 값을 더 쳐서 받으면 뭐하고 덜 받으면 어떠하겠는가? 이미 사람은 죽었는데, 그까짓 것 보험금 좀 더 못 받는다고 무슨 대수겠는가?
 
더 큰 문제는 임시목사제도 때문에 많은 교회들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각 노회에서 올라온 통계표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예 시무처가 없어서 무임으로 있는 목사보다, 시무처가 있는 임시목사들이 그 교회에서 연임청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제직들의 눈총을 받아가면서 그냥 무임으로 있는 목사 수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전에 시골교회 교인들은 도시교회 교인들에 비해서 그래도 순박했다. 목사님이 교회에 부임해오시면 끝까지 모셔야 하는 줄 알고 섬겼다. 그러나 요즈음 시골교회 제직들도 자기 교회 목사가 임시목사라는 것도 알고, 3년마다 자신들의 허락을 받아야 계속 시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제도가 악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회의 주인노릇을 하려고 하는 제직들은 임시목사제도를 자신들이 헤게모니를 잡으려고 하는 기회로 삼는다. 3년만 기다렸다가 연임청원을 안 해주면 무임이 될 것이고, 무임으로 있다가 3년이 지나면 목사의 직이 자동 해직이 되니 교회에서 나가라 마라하지 않아도 제 발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목사는 목사대로 연임청원에 찬성을 해줄만한 사람을 제직으로 세우고, 문제의 소지를 만들 사람은 서리집사임명에서 제외시키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교회가 분란이 생기게 된다, 한번 보라. 주변에 평안한 교회가 몇 교회나 되는가? 헤게모니를 잡은 쪽에서 '임시목사연임청원제도'를 악용하기 때문에 교회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시골의 작은 교회들은 대부분 온 가족이 제직으로 구성된 교회가 많은데, 천사 같은 목사라도 그런 교회에서 연임청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누가 이런 제도 아래서 소신을 갖고 안정적인 목회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임시목사제도를 이대로 두어야하는지 심각하게 다시 논의해보아야 한다.
 
필자의 생각은 이차에 위임목사, 임시목사제도를 담임목사제도로 일원화시키고, 목사가 그 교회에 부임을 하면 정년까지 소신껏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한다고 본다. 혹 목사에게 문제가 있을 시에는 지교회의 요청에 의해서 노회가 그 목사를 살펴서 법대로 치리를 하면 될 것이다. 말만 '목사는 노회소속이라'고 떠들지 말고, 노회는 철저하게 노회에 소속된 목사들을 관리 감독하고 지 교회에 파송하는 일까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한다.
 
다들 목사는 다 똑같다 말하지만 제도적으로 위임목사와 임시목사제도를 두고 있는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목사의 사망보험금도 차등지급이 되고 있지 않는가? 목사가 위임목사가 되고 안 되는 것은 개인의 능력문제라기 보다는 기회의 문제라고 현실을 인정한다고 쳐도, 죽은 다음에 목사의 몸 값은 위임목사나 임시목사나 그 값이 동일해야하지 않겠는가?

고명호 / 목사ㆍ광주두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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