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복음

구멍난 복음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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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18일(목) 10:36

필자가 섬기는 양성교회는 경기도 안성에 수련원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본래는 불자들 40여명이 주지와 함께 사찰을 지을 곳을 찾으려고 2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맨 끝에 발견한 곳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름대로 물도 좋고 제법 운치도 있는 곳이다. 그들이 이곳에 농가주택과 창고를 건축하고는 창고를 개조하여 사찰로 사용하였었으나, 필자 부부가 주지를 만나 전도한 끝에 주지는 예수님을 영접하였고, 그를 따르던 불자들40여명은 해산시켰으며, 사찰은 하나님께 바쳐져서 오늘날 수많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예배하며 영성을 수련하는 수련원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지금은 그 시설이 낡아서 헐어버리고 새로이 성전을 신축하여 사용하고 있으니 참으로 감격스럽고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지 되는 사람은 필자가 섬기는 교회의 모 권사님의 먼 친척이어서, 그 권사님이 그의 영혼 구원을 위해 늘 울면서 기도하던 차에 필자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만나보게 되었는데, 처음 주지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완전히 무슨 절벽에 맞닥뜨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이도 많아서 인생 경륜도 풍부하고, 나름대로 동양사상에 상당히 식견과 조예가 깊은 사람이어서 전도를 하려던 내가 오히려 그의 말에 말려들기 일쑤였다. 아마도 에덴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철학자들을 만나 변론하던 바울의 심정이 이런 심정이었으리라.

결국 하나님께 무릎 꿇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가 하나님께 무릎 꿇을 때마다 그 주지가 '참 이상한 꿈을 꾸었다'며 매우 불안해했고,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윗이 골리앗을 향해 물맷돌을 던지듯 하나님 주시는 지혜의 말로 사정없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댔다. 그러기를 6개월, 마침내 그가 항복하고 주님을 영접하기로 결단하였다. 그리고 그가 처음 교회에 발걸음을 들여놓으며 합장을 하고 인사를 하던 날, 그날의 그 감격스러운 순간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누가복음 15장의 '돌아온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탕자를 맞아들이며 잔치를 열고 살찐 소를 잡으라시던 아버지의 기쁨이 이런 기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날 나는 '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고로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고전 1:21)'는 말씀과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지혜의 권하는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으로(고전 2:4)'하였다는 바울 사도의 고백을 생생하게 경험하였다.

오늘, 신축된 수련원 새 성전을 바라보면서 문득 그분 생각이 났다. 지금은 하나님 곁으로 가고 안계시지만, 아마도 그분은 세상에 태어난 이래 가장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을 하신 것이리라. 아울러 나를 돌아본다. 언젠가 주님 앞에 서는 그날, 그때에는 나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할 텐데, 부끄럽게도 나도 모르게 자꾸만 현실에 안주하려는 내 모습이 보인다.

타임지가 선정한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50인에 선정된 유명한 신학자이자 오늘날 미국의 정치와 종교계를 아울러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짐 월리스는 성경을 읽으면서 가난, 부, 정의, 억압을 다루는 대목과 구절마다 밑줄을 치고 그 구절들을 모두 가위로 오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성경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간신히 붙어있는 책이 되더란다. 그는 강연 때마다 그 너덜너덜해진 성경을 들고 나와 "이것이 많은 그리스도인이 믿는 성경"이라고 했단다. 소위 '구멍난 복음'을 믿고 있다는 지적인데, 혹시 오늘 우리가 믿고 있는 성경이 '구멍난 성경', 혹은 '구멍난 복음'은 아닌가? 만일 우리가 '나 자신을 위한 그 무엇' 때문에 주님의 위대한 선교명령을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하려 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구멍난 복음'을 믿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조용히 주님 앞에서 묵상을 하며 내 가슴속에서 '구멍난 복음'부터 메워보리라 결심해본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나 자신을 채찍질 해가며, 나의 삶을 통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피 묻은 복음이 꽃피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장학규 / 목사 ㆍ 양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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