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잘 하는 싸움꾼

싸움 잘 하는 싸움꾼

[ 목양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8월 10일(수) 13:25

언젠가 심방을 다녀오는 길에 초등학생 둘이서 길 한복판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한 아이는 키가 컸고 한 아이는 키가 작은 아이였는데, 멀리서 보자니 작은 아이가 얻어맞으면서도 계속 덤벼드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코피가 터져서 온 얼굴이 피범벅이 되었는데도 엉엉 울면서 계속 덤볐고, 큰 아이는 그럴 때마다 작은 아이를 사정없이 발로 차고 때리는 것이었다. 보다 못해 쫓아가서 싸움을 말린 후 싸운 연유를 물었더니,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놀릴 셈으로 작은 아이의 그림자를 계속 밟아 뭉개며 "에이, ○○○ 나쁜 놈, 에잇, 죽어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참았으나, 큰 아이가 그치지 않고 계속하는 바람에 분해서 덤벼들었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싸워야 할 이유가 있어 보였다. 이 아이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이었다.

골목길을 거쳐서 교회로 돌아오는데 어디서 개가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더니 개 두 마리가 어디서 났는지 커다란 뼈다귀 하나를 놓고 서로 차지하려고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있었다. 그 개들은 먹을 것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시장엘 갔다가 길가에 좌판을 벌여놓고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 둘이서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결국 힘 있는 쪽이 자리를 차지하고 힘 없는 쪽은 안 좋은 자리로 밀려났지만, 조금 후에 단속반원들이 들이닥쳐서 물건들을 모두 차에 싣고 몰수해 갔다. 어차피 내 것이 될 것도 아니었는데, 두 사람은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다가 가진 것을 다 빼앗기고 만 것이었다.

어찌보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저마다 자신의 '그 무엇'인가를 위해 싸우며 살아가는 싸움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명예를 위해 싸우고, 혹자는 물질을 위해 싸우고, 혹자는 자존심을 위해 싸우고, 혹자는 권력을 위해 싸우고, 혹자는 이성을 위해 상대방과 싸운다. '싸움꾼'이라는 말은, 싸움을 기술적ㆍ기능적으로 잘 하는 사람이나 아무하고나 자주 싸우는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인데, 전자가 긍정적인 의미의 말이라면 후자는 부정적인 의미의 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자문해본다. 바울사도는 우리를 일컬어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병사(딤후2:3)'라고 하였고, 자신도 예수님을 위해 싸우는 좋은 병사가 되고자 치열하게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아'와 싸우며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15:31)'고 고백했다. 그래서 나는 바울 사도야말로 영적인 의미에서의 '진정한 싸움꾼'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만히 보면, 자신과 싸울 줄 모르는 사람은 항상 갖가지 이유를 둘러대며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 남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며 이웃과 싸우려 한다. 때문에 주님께서도 사람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눅14:26)"고 하셨는지 모른다.

정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야말로 남과 싸우는 사람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을 잘 싸우는 '진정한 싸움꾼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주님 앞에 두 손을 모은다. "주여, 나를 죽여주소서!"

장학규 / 목사 ㆍ 양성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