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말라"

"곡식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말라"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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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22일(수) 09:31

6년 전 필자가 희망교회에 부임하던 때에 있었던 일이다. 필자는 제주도에서 목회를 하다가 지금 목회지인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위치한 희망교회로 옮겨왔다. 희망교회로 옮기기 전에 광주시 광산구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희망교회의 장로님들과 만남을 가졌다. 장성이 어떤 곳인지, 희망교회가 어떤 교회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서로 전화로 연결되어서 만들어진 자리였는데, 그 자리는 목회자를 결정하기 위해 선(?)을 보는 자리였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마친 후 장로님 가운데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하신다. "목사님, 우리 교회에 부임하시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필자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이 질문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목회자를 청빙하는데 흥정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질문에 답을 해야 했기에 "성경에 곡식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목회자가 교회에 부임하여 목회를 하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하겠습니까?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여 목회를 하게 되면 하나님께서 굶기시겠습니까? 그러므로 저는 아무 조건이 없습니다. 교회에서 청빙을 결정하면 저는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그 결정에 따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던 것이 기억난다.

요즈음 한국 교회에서는 목회자가 은퇴를 하면서 교회에 요구하는 은퇴에 대한 예우 문제로 여러 가지 말들이 있는 것 같다. 물론 한 생애를 다 바쳐 목회를 해 오신 목사님들의 은퇴에 즈음하여 노후를 보장해 드리고, 목사님의 수고에 대한 성도들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예우해 드리는 일은 매우 아름다운 일이고 권장할만한 일이다. 누가 이에 대해 시비하겠으며 탓하겠는가?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사회적 통념과 상식을 벗어난 요구를 하는 일들이 가끔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일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성실하게 목회하고 있는 목회자들을 좋지 않은 눈으로 보도록 하는 빌미를 주는데 있는 것 같다.

목사는 은퇴를 해도 목사로 남는다. 목사직을 반납하고 퇴직을 해도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목사로 보고, 하나님께서도 그를 여전히 목사로 여기신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일생토록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목양의 길을 걸어왔다면 은퇴 후에도 역시 그 걸음걸이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노후가 염려되기도 하겠지만, 그 역시 하나님께서 누구를 통해서라도, 교회가 할 수 없으면 까마귀를 동원하여서라도, 심지어는 가난한 과부(?)를 들어서라도 그 노후를 보장하지 않으시겠는가? 이제까지 책임져 주신 하나님께서 목회의 현직에서 은퇴했다고 그를 버리거나 외면하지 않으실 것이라 믿는다. 이유는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기 때문이다.

지금도 목회자의 노후에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가난한 교회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이런 교회에서 목회를 하시다가 은퇴하신 분들은 대책없이 은퇴하고 있지만, 이 분들이 세상으로 하여금 교회에 대한 시비 거리를 제공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은퇴 후를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족함 없도록 준비해 드리고 보장해 드리려는 넉넉한 교회(소위 대형교회)를 은퇴하시는 목회자들 가운데 몇 분으로 말미암아 여러 말들이 들려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곡식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않으시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 마음에 새기고 노후까지라도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의 품에 안길 때까지 목사로서의 길을 흐트러짐 없이 걸어갈 수는 없을까? "주님, 이런 마음이 주님 품에 안길 때까지 변하지 않도록 지켜 주소서." 이것이 요즈음 나의 기도제목이기도 하다.

홍기 / 목사 ㆍ 희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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