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화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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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6월 14일(화) 11:39
최근 한 일간지가 국내 이주 무슬림에 관한 기사를 나흘에 걸쳐 연재했다. 진보적 시각의 이 언론은 이슬람이 소수 종교인 한국에서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다소 감상적으로 그려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무슬림은 9만2천59명, 한국에 정착한 무슬림은 4만5천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생각보다 많다'는 느낌이지만 아직까지는 분명 다수가 아닌 소수다.

한국인 무슬림들이 많은 편견과 불이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사회적 약자로 비춰지는 듯한 보도가 솔직히 달갑지만은 않았다. 실제로 "이슬람의 부정적 측면도 종합적으로 다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나 "이슬람이 확산되면 한국의 민주주의, 양성평등 등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반응도 많았다.

그런데 기사의 댓글을 살피던 중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었다. "기독교도 싫지만 이슬람은 더 싫습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배타성이다. 이슬람교의 타종교를 배척하는 완강한 태도가 정말 싫다는 것이다.

순간 한가지 흥미로운 생각이 스쳐갔다.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믿는 기독교 역시 배타성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지탄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사고가 통하지 않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확신에 찬 복음'을 전하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 절대적 진리를 수호하는 일은 그 자체로 배타적일 수 밖에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화의 기술부터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닐지, 댓글 하나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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