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여권 사진

천국 여권 사진

[ 목양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6월 07일(화) 16:11

"70세 이상 어르신들은 다음 주일에 오실 때 사진 찍을 준비를 해 오세요. 교회에서 무료로 천국 여권 사진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고 광고한다. 우리 교회에서는 교회의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지역의 어르신들에게도 5월 가정의 달이면 영정사진을 찍어 고급액자에 담아드린 지 벌써 몇 년째이다. 금년에도 3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8×10인치 크기의 영정사진을 만들어 드렸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에게 영정 사진을 찍어드린다고 말씀드렸더니 사진 찍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지 않으신 것 같았다. 그래서 '영정 사진'을 '천국 여권 사진'으로 바꾸게 되었다.

히브리서에서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9:27)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이 정하신 법칙은 "사람은 한 번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예외는 이제까지 단 한 사람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또 주님이 재림하실 때까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유는 하나님이 정하신 법칙이기에 누가 감히 이를 어길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은 죽음이라는 말은 자기 자신과 상관없는 것처럼, 아니 죽음은 자신에게는 먼 훗날에 있을 어떤 사건 정도로 알고 산다는데 문제가 있다. 연세가 80을 넘으신 어르신 중에도 영정사진을 찍어드린다고 하면 기분 나빠하시는 분이 계실 정도로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건물에 4층을 없애고 3층에서 5층으로 건너뛰고, 엘리베이터에 '4'를 쓰지 않고 'F'를 대신 써 넣을 정도로 죽음을 기분 나쁜 것으로 여기고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장례식 때 빈소를 꾸미는데 반드시 있어야 할 사진 한 장을 준비해 놓지 않고 세상을 떠나 유족들이 오래된 증명사진을 확대하여 세워 놓은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하나님 나라를 소망으로 품고 천국 영생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으로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한국교회 안에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교회에는 종말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어 있다. 이로 말미암은 폐해가 한국교회 안에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영원히 죽지 않고 휴거된다는 시한부 종말론에 기반을 둔 사이비 이단에 쉽게 미혹되는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세속주의에 매몰되어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을 이기는 능력을 잃어 버렸다는 데 있다. 그 결과 한국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특히 지도자들이 성경이 가르치는 가치관을 포기하고 세상의 것을 더 많이 가지려고 다투는 추한 모습들을 종종 드러내어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곤 한다.

성경은 인간은 도상(途上)의 나그네로서 '떠남'을 준비하며 사는 사람만이 하나님이 지시하실 땅에 이르고, 하나님이 계시는 새 하늘과 새 땅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영생하는 특권을 누린다고 가르치신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떠나야 할 시간이 정해져 있다(욥14:5). 지혜란 하나님이 정하신 이 시간을 헤아려 아는 것이다(시90:12). 그래서 지혜의 사람 다윗은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의 어떠함을 알게 하사 나로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시39:4). 목회란 바로 목회자 자신부터 내 인생이 시한부임을 인식하고 그 날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성도들이 이를 보고 자신의 인생에도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고 그 날을 철저하게 준비하도록 돕는 일이 아닐까?

 홍기 / 목사 ㆍ 희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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