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교회를 위해서

내일의 교회를 위해서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5월 26일(목) 09:23

 
목사로 처음 서울변두리에서 목회를 하고 있을 때 하루는 꽤 연로하신 선배 목사님이 순회를 왔다며 교회를 방문했다. 이날이 수요일이었기에 예배 인도를 부탁을 드렸다. 이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고 돌아가셨는데 다음 날 우리 장로님이 어제 오신 목사님이 '자기와 나를 서로 교회를 교환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했다기에 목회 초년생인 나로서는 너무도 심한 충격을 받았다.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나와도 이야기를 해 볼 것이지 왜 내게는 아무 말도 않고 장로님에게만 그런 제의를 했는지가 큰 충격이요, 선배 목사가 그럴 수 있는가 하는 회의와 선배 되시는 목사님들의 처사가 이런 것이 목회 현장인가 하는 실망감과 더불어 마음 아픈 회의를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다.
 
1970년에 교회를 사임하고 대구 모 여자고등학교에 교목으로 부임했다. 당시 대구는 교회와 기관이 첨예한 대립 상태였다 개회예배를 마치고 회무에 들어가면 싸움이 벌어질 것을 생각하니 성찬에 참여 할 수가 없었다.
 
세월이 지나 필자가 노회장을 해야 할 차례가 되어 출마를 했는데 장로들 사이에 돈을 안 쓴다는 소리가 들리고, 몇몇 목사님은 필자의 집을 찾아와서 돈을 써서 몇 표만 포섭하면 이길 수 있다고 종용하기에 "돈 써가며 노회장 할 생각이 없다"고 거절했다.
 
내가 총대로 총회에 나가면서 총회장 되기 위해 돈을 쓴다는 사실을 내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
 
한 동안은 강남의 S교회 문제가 뉴스거리가 되더니 근간에는 법원이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는 기사가 일간지에 게재됐다. 돈 선거라는 논란으로 고성 폭언 몸싸움이 오가고 대표회장이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했는데 그 회장도 없이 새 대표회장 인준을 해서 대표회장 문제로 소송이 제기되고 부끄럽게도 법원이 새 대표회장 직무 집행 정지처분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신문 사설에는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의 부활절이라는 글까지 실렸다.
 
오늘의 교회는 본분과 본연의 자리를 떠나 명예와 욕망의 포로가 되어버린 탈선된 풍토에서 비롯된 문제라 생각하니 말 못하는 나귀에게 책망을 받았던 발람의 모습이 생각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을텐데 이런 모습이 개선되지 않고는 한국 교회의 내일은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때 부총회장 후보를 선정하는 위원을 노회 대표들로 구성한 적이 있다. 그 대표를 매수하는 또 하나의 절차가 생기는 결과만 낳았다. 그래서 중단이 되고 만줄 안다.
 
성직자들이 교회와 성도를 오염시키고 타락시키는 선거가 없어지고, 바람직한 선거를 할 수는 없을까?
 
답답한 마음에 이런 제안을 해보게 한다. 입후보자 없이 전 총회장 단에서 해당 지역에서 3~4 배수의 후보를 추천하고 추천된 후보자는 정해진 상당한 등록비를 내고 그 등록비로 중앙 선거 관리 위원회가 홍보물을 상세하게 작성해서 배포하고(후보자가 쓴 홍보 포함), 그 외 일체의 운동(접대, 식사 메일 전화 등등)은 엄금한다. 각 노회별로 지방선거 관리위원 1명을 두고, 각 노회임원들과 협력해서 함께 선거 운동을 단속관리하고, 중앙 선거 관리 위원회에서 배포한 홍보물과 총회 때 소견 발표만으로 소신껏 총회장 선거를 한다. 불법 선거운동자는 후보자격을 박탈하는 등 법을 엄하게 고쳐서라도 교회가 선거 풍토를 혁신해야 본연의 모습이 회복할 수 있고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는 물음 앞에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라고 언제까지 변명과 책임 회피의 자세가 통할 수 있을까? "촛대를 옮길 것이라, 토하여 내치리라" 경고하신 두려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애통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하지 아니할까?
 
주님이 기뻐하실 바람직한 분위기를 회복하지 못하면 촛대를 옮겨 버리는 비극이 한국교회에 도래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잘못된 기우라면 좋겠지만 교회의 앞날을 생각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통 된 아픔이요 염려라 생각한다.
 
"내일이면 늦으리"란 말처럼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오늘의 문제들을 방성해봐야만 하지 아니할까?

박정식
경북노회 은퇴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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