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날 낳으시고

아버지 날 낳으시고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5월 18일(수) 16:21

 
어떤 프로그램에서 담수에 서식하는 수중 물고기들의 생태계를 밀도 있게 관찰하고 촬영해 방영한 특별다큐멘터리 제작물을 시청한 일이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큰가시고기'라는 물고기의 생활상을 가장 인상 깊게 보게 되었고, 그때 나는 너무나 큰 감명과 충격을 받게 되었다.
 
큰가시고기는 바다로 나가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회귀본능에 의해 부화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와 산란을 하게 되는데, 이때 수컷이 안전하게 산란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한 후 수초(水草)를 물어다가 폭신하고 안락한 산란실을 만들어 준다. 이후 암컷은 수초집 속에 들어가 산란만 하고는 그냥 떠나가 버리고, 그 후로는 오로지 수컷 혼자서 맡아 알들이 부화하여 치어가 될 때까지 7~8일 동안 보살피며 키우게 된다.
 
산란한 알에 정액을 뿌린 뒤부터는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며 24시간 동안 늘 곁에 머물러 있으면서 알들이 물결에 떠내려가지 않고 수초에 잘 붙어 있도록 주둥이로 알들을 눌러주기도 한다. 알이 썩지 않도록 알덩이를 뒤집어 주기도 하며, 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기 위해 지느러미로 쉬지 않고 부채질도 해주고, 또 주둥이로 알집을 눌러주어 부화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만약 적들이 알을 훔쳐 먹기 위해 침입해 오면 알을 지키기 위해 모든 지느러미를 가시처럼 꼿꼿하게 세우고서 적에 대항하여 위협도 하고 싸우기도 하여 기어코 적을 물리치고야 만다.
 
부화한 후에도 치어들이 안전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 곁에서 지켜주고 돌봐주다가 끝내는 지치고 탈진하여 죽게 되는데, 죽은 후에는 자기 몸을 치어들의 먹이로 내주어 새끼들이 아빠의 죽은 몸뚱이를 뜯어먹고 힘을 내어 바다로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6남매는 어렸을 때 시골에서, 무척이나 엄격하신 아버님께 스파르타식 가정교육을 받으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긴장하며 자라왔다.
 
그러한 이유에서 인지 어른이 된 후에도 어렸을 때의 일들이 너무 강하게 인식되어서인지, 생전에 아버님께 따뜻한 정감과 사랑을 전해드리지 못하며 살았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살아온 아둔하고 멍청한 아들을 깨우쳐 주시려고, 가시고기 수컷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TV를 통해 내게 보여주신 것이다.
 
뒤돌아보면, 아버님의 희생과 사랑이 너무도 크셨다. 어려운 가운데 뒷바라지를 시켜주셨기에 두 아들은 장로와 목사로, 딸들과 사위들은 권사와 장로, 안수집사로 임직 받아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님이 곁에 계시지 않은 지금, 해마다 5월이 되면 아버님에 대한 때늦은 회한과 감사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박대종
원로장로ㆍ광주양림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