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無교회! 三多교회!

三無교회! 三多교회!

[ 목양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4월 26일(화) 18:47

지난 3월 말, 시찰회 목사ㆍ장로 부부수련회를 제주도로 다녀왔다. 몇 번째 방문이었지만 깨끗한 자연환경과 푸르고 이국적인 전경은 항상 필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번 방문에서는 특별히 '외돌개' 중심의 올레길 7코스와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걸을 수 있어서 그 행복이 배가 되었다. 열심히 교회를 섬기시는 선후배 목사님과 장로님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던 제주 곳곳의 방문지들은 참가자 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으리라.

제주는 '三無三多(삼무삼다)'의 섬이다. 거지ㆍ도둑ㆍ대문이 없어서 '三無'요, 돌ㆍ바람ㆍ여자가 많아서 '三多'라 한다. 세월의 흐름 따라 그 내용을 바꾸거나 첨가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三無三多'는 분명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는 성남 구시가지 중심 언덕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올해로 마흔한 돌이 되는 우리교회는 제주도와는 다른 차원의 '三無의 교회'라고 생각해 본다. 

첫째, 우리교회에는 주차장이 없다. 과거 3, 40년 전에 세워진 대부분의 교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교회 역시 주차장이 없는 덩그런 교회당 건물이 전부다. 그리고 수십 년째 주차장을 확보하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 주변에 학교 운동장이나 공영주차장도 없이 어떻게 지금까지 왔는지 모를 일이다.

둘째, 교인들을 실어 나르는 차가 없다. 교회 설립 초창기에는 가난했기에 차를 돌리지 못했지만, 그 후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음에도 교우들로 하여금 스스로 교회에 나오는 것이 개인의 신앙 성장이나 주변의 약한 교회들에게 덕이 되리라는 생각에서 차를 돌리지 않았다.

셋째, 수평이동 교인의 교회 등록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같은 지역 내의 다른 교회에 출석하던 교인들이 우리교회에 등록하기를 원할 때에 받아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최근 몇몇 대형 교회에서 수평이동 교인들의 등록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 이전, 우리교회의 오랜 전통이다. 너무나 감사하게 주차장이 없고, 차를 돌리지 않아도 해마다 꾸준하게 새신자들이 등록을 한다. 이중에 7, 80% 정도는 정말 새신자들이지만, 2,30% 정도는 기존 신자들이다. 그리고 이중에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교회를 옮기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그들의 외모(?)를 보지 않고, 무조건 기존 교회에 출석하라고 권면한다.

최근 적잖은 젊은 세대들이 주거환경이 좋은 신도시로 이사를 간 후에 교회주차장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간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며 조금씩 주차장 부지를 마련하고 있다. 또 연로하신 어르신과 환우들을 위해 먼 주차장과 근거리 거점 지역을 도는 셔틀 승합차 운행도 시작했다. 부모세대의 믿음을 자녀들에게까지 이어가려면 시대 변화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목회하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수평이동 교인의 등록만큼은 받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이들은 내 양이 아니라 주님의 양이라는 고백을 바르게 할 수 있다면 이런 결단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제 '三無교회'에서 '三多교회'로 자라고 싶다는 소원이 생긴다. 단지 무엇이 없거나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자랑일 수 없다. 여기에 주님의 복음을 채우지 않으면 생명공동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교회는 믿음ㆍ소망ㆍ사랑과 같은 신앙의 본질에 충실한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배공동체를 넘어서, 다음 세대와 지역봉사와 선교에 물적ㆍ인적ㆍ영적 자원을 과감히 투자하는 건강한 교회로 자라길 꿈꾸어 본다. 三無를 넘어, 三多를 향해!

이석우 / 목사 ㆍ 성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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