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같은 아픔 나눌 일곱 아들 만났죠"

"하늘 아래 같은 아픔 나눌 일곱 아들 만났죠"

[ 문화 ] 소년소녀 가장 등 소외된 아이들 돕는 탤런트 이광기집사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11월 17일(수) 16:46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깊은 절망과 통증을 동반하는 아픔일 것이다. 그는 많이 지쳐보였다. 하지만 웃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플루로 7살 된 '금쪽같은' 아들 석규를 하늘로 떠나보낸 아버지, 탤런트 이광기집사(일산벧엘교회)는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아들을 보냈다. 하나님이 하라는 것 다 하겠다고 기도도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하지만 아들을 보내고 나서야 내 아들이 내 것이 아닌 것을 알았다"고 신앙을 고백했다.

지난 10월 서울 대치동교회(하인택목사)에 새 성도들을 격려하기 위해 찾아온 이 집사는 "그 때부터 나의 내려놓음이 시작됐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하늘을 바라봤어요. 별빛이 반짝이는데 아들의 눈빛을 닮은 것 같았어요. 나에게 7년 동안 기쁨과 행복을 주고 간 아들. 하나님의 큰 쓰임을 받고 하늘나라로 다시 간 아들. 아들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종플루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고,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빠른 치료를 받고 생명을 다시 얻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였다. 아버지는 그냥 이대로 잠잠히 있을 수 없었다. 울고 있어도 슬펐다. 아버지는 아들의 보험금으로 아들의 눈빛처럼 빛나는 세상을 위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예수님 사랑을 전하기로 했다. 보험금 전액을 아이티 어린이들을 위한 긴급구호자금으로 NGO단체인 월드비전에 전달한 것. 

"저는 아들을 잃고 그 아이들은 아버지를 잃었죠. 나 보다 더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세상에 있었어요. 하나님은 아들을 통해 그들을 보게 하셨어요. 아픔과 고통을 호소하는 이웃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못하게 하신거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는 직접 아이티로 갔다. 아들이 입던 옷과 학용품을 챙겼다. 아들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아들의 그림, '사랑하는 우리 아빠 얼굴'을 새긴 티셔츠까지 1천여 벌의 옷을 담아 지구 반대편에서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아이티에 도착하고 처음 그 아이를 만났다. 부모를 하늘로 보낸 아이. 아들을 하늘로 보낸 자신의 처지가 어쩐지 비슷해보였다. "나이를 물었어요. 8살이래요. 아들과 같았어요. 가슴이 먹먹했죠."

아들을 하늘로 보낸 후 날마다 잠들기 전 기도했다. "제발 오늘 밤엔 꿈 속에서라도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단 한번도 "예수님이 그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그는 "아이티에서의 첫날 밤, 아들을 만났다"고 했다.

"석규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내게 또 다른 아들이 생겼다"는 그는 배움의 기회마저 잃어버린 이 아들들에게 '십자가 학교'를 세워주기로 했다. 자선미술전시회를 열고 1억 원을 모금했다. 그리고 그 돈을 들고 아이티 행 비행기를 다시 탔다.

단순히 '훈훈한 선행' 때문이 아니었다. "내 아이들이니까요. 저는 한 아이를 잃고 7명의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어요. 피부색은 다르지만 그들은 나의 아들입니다."

사춘기 시절 예쁜 여학생을 보러 처음 교회에 갔다는 이광기집사. 그저 제 아이들이 잘 자라주는 것에만 행복을 느꼈던 평범한 아버지였던 그는 목숨과도 같던 아들 석규를 하늘에 보낸 후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비로소 "나를 버렸다"는 이 집사는 7명의 석규의 아버지가 되어 "하늘에 있는 석규에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얼마 전 또 한번 자선전시회를 열고 국내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전한 '아버지' 이광기집사는 "그저 할 일을 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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