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이끄는 도시 예루살렘

영혼을 이끄는 도시 예루살렘

[ 문화 ] 성지의 땅, 이스라엘에 가다(1)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11월 17일(수) 16:20

   
감람산 정상에 서면 예루살렘 시가지가 한 눈에 보인다.
【이스라엘 예루살렘^글ㆍ사진 최은숙기자】 성서의 땅, 이스라엘. 2천년 전 예수님이 나고 자라셨던 곳. 그래서일까. 스치는 바람결에도 온 신경이 곤두선다.

어쩌면 지금 걷는 이 길 위를 예수님도 걸으셨기에. 예수님이 태어나고 수많은 이적을 행하셨던 곳.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던 곳.

그리고 죽음을 맞으시기까지 그 고통이 살아있는 곳. 성서의 땅 이스라엘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이스라엘 관광청이 주관하는 성지순례 투어에 참여했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세계 3대 신앙이 공존하며 '평화'를 기원하는 도시 예루살렘부터 예수님이 유년시절을 보낸 나사렛, 베드로와 안드레 야고보 등 제자들을 만나시고 수많은 기적을 행하셨던 갈릴리호수 등 성경 속 말씀의 현장들을 순례하고 기록했다.

"많은 백성이 가며 이르기를 오라 우리가 여호와의 산에 오르며 야곱의 하나님의 전에 이르자 그가 우리에게 그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실 것이라 우리가 그 길로 행하리라 하리니 이는 율법이 시온에서부터 나올 것이요 여호와의 말씀이 예루살렘에서부터 나올 것임이니라"(사 2:3)

'평화의 근원지'라는 뜻을 지닌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의 신앙이 공존하는 '거룩한 도성'임에도, 여전히 팔레스타인 자살테러가 빈번하고 가자지구에서는 오늘도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으며, 도시 곳곳에 총기를 둘러맨 군인들의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국내에서도 여행제한 국가로 등급이 정해져 있어 2~3일에 한번씩 '조속히 귀국하라'는 외교통상부의 긴급 메시지까지 더해져 '평화의 도시'라는 예루살렘의 의미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해질 무렵, 울려 퍼지는 교회의 종소리, 유대회당에 서둘러 가는 옆머리를 딴 검은 옷차림의 유대랍비와 소년들, 회교사원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 등이 한데 뒤섞인 이곳은 분명 특별한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통곡의 벽 앞에서 시편을 묵상하고 있다.

기나긴 영욕의 역사를 대변하듯 예루살렘은 걷는 곳마다 성서의 땅 그 자체다. 특히 감람산(올리브산) 정상에 서면 예루살렘 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곳에 서면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성전산이 무슬림들이 지은 황금사원으로 변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예수님이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며 눈물 흘리신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감람산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친숙한 곳이다. 유다의 배반으로 로마 병사들에게 끌려가기 전 이 곳에서 기도하셨고, 십자가에 달려 못박혀 죽으신 후 40일만에 부활해 승천한 곳. 특히 감람산 입구 겟세마네 동산에는 유다의 배반으로 대제사장들에게 끌려가기 전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던 바위에 세워진 만국교회가 있는데, 이곳에 서면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야 하는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던 예수의 처절한 기도의 울부짖음이 그대로 느껴져 숙연해 진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여 이르시되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눅 22: 41~42)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걸으신 고통의 현장 '비아 돌로로사'(십자가의 길)는 헤롯 안토니우스 요새로부터 골고다 언덕까지 약 4백m의 길로 순례자들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이 길을 걷는다. 실제로 비아 돌로로사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셨던 길은 아니다.

그러나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골고다 언덕으로 향하시며 십자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몇 번 씩 쓰러지던 그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 한 쪽이 시려온다.

아들의 모습을 길가에 서서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머니 마리아의 심정도 마침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님의 형상도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특히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곳에 세워진 성묘교회에는 예수의 무덤을 보기 위한 순례객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거대한 벽만 남아 있는 곳에 키파를 쓴 남자와 무릎 아래까지 길게 늘어진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작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머리를 벽에 맞댄 모습으로 뜨겁게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통곡의 벽'은 로마에 의해 파괴된 후 온 세계로 흩어진 유대인들이 그들의 운명을 슬퍼하며 '통곡'하는 벽으로 유대인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성지다.

   
예수의 성체를 염했다는 석단 앞에서 세계의 순례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벽 틈새마다 기도 내용을 적은 쪽지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 모습, 군사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의 선서식, 성년식 등 애국심 고취와 하나님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중요한 행사가 치뤄지는 곳이다.

예루살렘은 가는 곳마다 고대 박물관을 연상시키며 2천년 전 예수님의 시대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로 보배로운 도시다.

그러나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은 여전히 종교적인 갈등과 분쟁, 당쟁과 분열, 아집과 독선이 끊이질 않는다. 언젠가 한 청년이 "모든 증오나 혐오가 예루살렘으로부터 깨끗이 사라지지 않는 한 메시아는 이 땅에 오시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는데, 어쩌면 청년의 그 외침이 예수님의 외침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