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과 커피

유목민과 커피

[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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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28일(목) 14:46

 
커피가 인류에게 알려진 것은 이슬람 때문이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은 북아프리카 이디오피아에서 커피를 발견하고 자신들의 본거지인 예멘에서 커피를 경작하기 시작한다. 무슬림들이 예멘에서 커피를 경작하고 즐기기 시작한 것이 언제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최근의 고고학 발굴에서 나타난 바에 따르면 대강 주후 12세기 정도라고 추측하고 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무슬림들이 술 대신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를 마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커피를 무슬림의 와인이라고도 한다.
 
커피가 처음 경작되기 시작한 예멘에서는 철저히 자신들만이 독점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커피의 씨앗은 예멘 이외의 다른 곳으로 반출할 수 없었다. 오직 원두로 만들어진 커피만이 모카항구를 통하여 지중해 인근으로 수출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모든 사람이 마시고 즐기는 커피를 예멘에서만 경작한다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네덜란드의 어느 상인에 의하여 커피의 생두가 몰래 반출되었다. 마치 문익점에 의하여 중국의 목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의 결단을 통하여 역사는 진보한다.
 
네덜란드로 들어온 커피는 곧장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 뿌려지고 연이어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과 같은 제국들의 식민지에서 경작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커피는 전세계인의 가장 선호하는 음료가 되었다. 초기에 커피는 악마의 음료라고해서 기독교인들은 마실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떻게 인간들의 삶속에 흘러가는 문화와 문명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까.
 
지중해를 중심으로 마시기 시작한 커피는 기독교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마시기 시작하자 로마의 교회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기야 17세기에 들어 클레멘트 8세는 커피에 세례를 주고 기독교인들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공포한다. 이슬람에서 시작된 커피가 기독교인들에게도 마실 수 있는 공통의 음료가 된 것이다.
 
커피의 역사와 전래에서 보는 것처럼 커피가 우리에게까지 오는 과정은 복음의 전파와 같은 방법을 통해서다. 만약 커피가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에서만 경작되어야 했다면 과연 그 커피가 세계인의 음료가 될 수 있었을까?
 인간은 독점하려는 욕구가 강하지만 역사는 결코 인간이 독점하는 그것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독점과 지배는 인류를 불공평하게 만들며 만약 그 독점을 용인하는 어떤 세력이 있다면 그것을 거부하라고 가르쳐왔다.
 
한 곳에 머무는 역사는 없다. 흐르지 않고 머물고자 하는 문화와 문명은 이미 죽은 것이다. 종교와 철학, 기술과 과학, 그리고 예술이 의미 있는 것이 되려면 반드시 흘러가야 한다. 흐르지 않고 한 곳에서 머물려한다면 그것은 이미 썩은 것으로 도태하고 말 것이다.
 
커피가 썩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커피를 독점하려는 세력과 그것을 전파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한바탕 투쟁을 한 결과이다.
 
나는 커피가 곧 유목민이라고 부르고 싶다. 유목민의 삶과 커피는 같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내가 다문화 이주자들을 목회하면서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커피를 알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분명 필연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섭리이다.

유해근

목사ㆍ나섬교회ㆍ사회적기업 코피볶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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