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축복

실패의 축복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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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9일(화) 19:08

남극에 '화이트아웃(whiteout)'이라는 기상현상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햇빛이 구름 위와, 구름 아래의 설원이나 설산에서 동시에 난반사를 하여 물체의 그늘이 없어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빛만 있고 그늘이 없기 때문에 방향도 거리도 알 수 없게 되고, 또한 크기도 모양도 가늠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물론 우리 사람은 빛이 있어야 물체를 볼 수 있게 되지만, 그러나 빛만 있고 그늘이 없으면, 그 물체에 음영이 없는 까닭으로, 오히려 형체를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들어앉아 있어야지, 이동했다가는 사고가 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람의 생애에 있어서도 그늘이 있어야 그 굴곡이 부각되는 것이다. 화를 거쳐야 복이 감지되고, 괴로움을 겪어야 기쁨이 감지된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이 돋보이고, 가난했어야 그 성공이 값진 것이다. 그러기에 외국의 지도자들을 보면, 자신의 출신 성분이 귀족이요 출신 학교가 명문이며 학교 다닐 때 수석이니 하는 '화이트아웃'은 가급적 드러내지 않으려 하며, 오히려 그의 인생을 부각시키는 '그늘'을 강조함으로써 정치적 우세를 노린다. 이를테면 영국의 에드워드 히드가 당시 압승이 예상되고 있었던 윌슨 총리를 따돌리고 당선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한다. 히드의 증조부는 등대지기요 조부는 철도인부, 아버지는 목수, 어머니는 가정부였다는 것과 값싼 셋집에 살고 있다는 등 이렇게 그늘을 드리워 인간적인 공감대를 형성시켰다는 것이다.

주님이 부활하신 후 제자들은 다시 갈릴리 바다로 고기 잡으러 갔다고 복음서는 말해준다. 밤새 고기를 잡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실패치고 유쾌한 실패가 있겠는가만, 이 경우의 실패에는 정말 마음이 상하게 된다. 베드로는 노련한 어부였고, 배와 그물도 마련되어 있었고, 밤이 맞도록 고기잡이에 전력을 다해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인력을 다 기울이고도 실패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는 것은 쓰고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실망할 것은 없다. 인간의 위기는 하나님의 기회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이 때 주님께서 나타나신 것이다. 그리고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하셨다. 그 결과 큰 물고기만도 1백53마리나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주님께서 손수 차려주신 상 앞에서 손수 떼어주시는 떡을 받아먹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이 영광은 실패의 밤이 있었기에 맛볼 수 있었던 은총의 아침이었다.

만약 베드로와 제자들이 이번의 고기잡이에 성공하였다면 어떤 결과가 생겼을까? 그랬더라면 다시 3년 전의 옛 생활로 그대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고 보면 실패하기를 잘했다. 이로 인하여 주님을 다시 체험하고, 자신의 사명을 재발견하여 '사람을 낚는 어부'의 길로 완전히 전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실패의 축복이다.

오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바로 지나친 '성공지상주의'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면 하나같이 성공지상주의에 사로잡혀있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성공이 도리어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고, 실패가 축복을 불러들이는 수도 있다. 치부가 있기 때문에 신앙을 등지는 자는 성공 때문에 불행해지는 자요, 파국에 직면했기 때문에 주를 찾게 된 자는 실패 때문에 도리어 축복에 이르게 된 자이다. 그러므로 성공이라고 해서 모두 기뻐할 것도 없고, 실패라고 해서 무조건 씀바귀처럼 여길 것도 아니다. 어떤 실패는 성공과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값진 것도 있다. 이것이 곧 실패의 축복이다.

김서년 / 목사 ㆍ 벧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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