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아픔을 생각하며

우리 시대의 아픔을 생각하며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0월 12일(화) 20:11

"화재에 취약한 고층 아파트의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이 말은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내 주거용 오피스텔인 우신골든스위트 아파트 4층에서 난 화재에 대하여 어느 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이 한 말이다.

얼마전 우리는 참 암담하고 속상한 일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이 화재는 건물 4층 재활용품 집하장 내 미화원 탈의실에서 일어난 화재로 현대 문화와 삶의 전형에 대하여 고민하게 한다. 위로 위엄차게 높이 솟은 빌딩 숲을 바라볼 때마다 '불이 날 때는?'이란 의문이 들곤 했는데 그 걱정이 걱정으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일어나고야 말았다. 이 대형화재가 일어난 원인이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전기 누전이라고 하니 참 암담해진다. 불이 나고 맨 꼭대기 층까지 불길이 올라가는데 30여 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쌍둥이 건물 사이의 공간이 굴뚝 역할을하였다고 한다. 이 건물을 아름답게 꾸미느라 외벽의 마감재를 황금색 알루미늄 패널과 유리를 사용했는데 이것들이 불길을 위층으로 옮기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우리 시대에는 하늘 높이 솟은 건물들이 많다. 그 높이 솟은 현대식 건물은 현대 문명의 대명사처럼 화려하고 위엄차다. 그것을 지을 수 있는 우리의 토목기술과 건축공학의 발달을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잘은 모르지만 그 건물 안에는 자급자족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부대 시설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건물에 사는 분들은 마냥 행복할까? 그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눈 앞에 가리는 것이 없어 (강들마저 보일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멀리 있는 산들과 시내 전경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분들이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는 시간에 높은 건물에 가려 가까이에 있는 산들도 잘 보지 못하는 다른 이들의 아픔이 그곳에 함께 있다는 것을 그 분들은 아실까?

우리 세대는 높이 솟은 건물들이 많다. 필자가 사는 대구 중심부에도 높이 솟은 건물들이 꽤 들어서서 그 건물들이 대구의 아름다운 산들을 가리고 있다.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바로 위의 하늘은 쳐다 볼 수 있지만 좀 멀리 있는 하늘은 건물에 가려 볼 수가 없다는 것이 참 아쉽다.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땅의 사람들은 하늘이 희망이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사는데 가까운 산들은 고사하고 하늘이 가려져 하늘까지 볼 수 없어 가까이 하늘이 있다는 것을 잊어 버린 채 살아간다.

이런 일들 뿐이겠는가? 실직자, 비정규직에서 일하는 이들, 외국인 근로자, 집 없는 이들, 왕따 당하는 아이들, 상아탑 안에서의 부조리함 등 우리 시대의 아픔은 셀 수 없이 많다.

내가 드러날 때 한숨 쉬는 어떤 다른 분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먼저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배재욱 / 목사 ㆍ 영남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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