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환자 1위, '목사님'

골치 아픈 환자 1위, '목사님'

[ 기고 ] 독자수필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0월 06일(수) 16:55

 
40년 이상을 의업에 종사했으니 꽤 오래 했다고 할 수 있고 많은 환자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수련의 동안에는 교수님이 입원시킨 환자들을 많이 보았고 또 전문의가 되고서도 많은 종류의 입원 환자들을 치료했다. 그런데 수련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또 물론 무슨 말을 하든지 예외는 있는 법이니 전부다 꼭 맞는 말도 아니고 전부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그럼 수련의들이 제일 골치 아파하는 환자들이 누구일까.
 
신경질이 많은 아주머니, 말을 영 안듣는 배째라 아저씨들, 말귀를 못알아듣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의사 얼굴만 보면 울어대는 어린애들, 병원에 한약을 들고 오는 사람들, 조금만 아파도 엄살을 하는 환자들, 치료기간을 길게 진단서를 써달라고 떼를 쓰는 환자들, 영 의사의 말을 믿지 않는 환자들, 의사들의 트집만 잡으려는 변호사들, 병실에서 담배를 몰래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환자들이 골치가 아프다. 그런데 또 골치가 아픈 것은 소위 VIP 환자들이다.
 
대개 수련의들이 기피하는 환자들 중에는 목사님이 첫째로 꼽힌다. 왜냐하면 목사님들은 작은 교회나 큰 교회 목사님이나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입원을 하자마자 원장이나 과장 또는 원목실에서 이 환자는 VIP니까 잘하라는 명령이 환자보다 먼저 내려오기 마련이다. 또 장관 위에는 총리가 있고 국회의원 위에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보스가 있어서 윗사람 눈치를 보는데 목사님은 자기 위에 하나님밖에 없으니 목사님보다 더 높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 목사님이 무서워하는 사람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없다. 목사님 방에는 언제나 방문객이 많아 병실 앞은 언제나 분주하고 밤이고 낮이고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드려 옆의 환자들이 불평을 한다.
 
병이 빨리 낫지 않으면 의사 잘못이고 병이 잘 나으면 의사가 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빨리 치유가 된 것이다. 수술을 잘해도 하나님이 의사의 손을 잘 인도해주셔서 수술이 잘된 것이다. 물론 수술이 잘못되면 그것은 의사의 잘못이지 하나님의 뜻은 아니다. 물론 하나님이 병을 치유하신다는데 이의가 없다. 그래도 의사들이 병을 치료하는 하나님의 심부름꾼 정도는 될 것이고 또 보통 사람들은 기쁜 소식을 가지고온 심부름꾼에게 인사정도는 하는데 목사님은 심부름꾼인 의사들에게 그런 인사가 좀 인색하다. 요즘엔 의사들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웬만한 교회에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 좀 큰 교회 목사님이 입원을 하면 마치 대통령 특보는 될만한 많은 사람들이 참견을 하고 거의 30분마다 다른 의사들이 전화를 걸어와 병의 경과에 대하여 보고를 하라니 병원 전체가 목사님 한 사람만 진료를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 많은 문의에 대답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또 전화를 하는 사람에게 모두 사실대로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헷갈린다.
 
일생을 거의 기독병원에서 근무를 한 탓인지 모르지만 여기는 기독병원이고 본인은 목사니까 치료비를 깎아달라고까지 한다. 물론 목사님들이 다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대부분의 목사님은 점잖고 겸손하다. 그러나 목사님 중의 극히 일부가 이런 행세를 할때 병원 직원들의 눈에 더 잘 띄고 모든 목사님들이 도매금으로 욕을 먹게 되는 것이다.
 
물론 VIP 중에는 거만한 환자들이 많이 있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은 애당초 그런 사람들이려니 하고 각오하고 대하지만 목사님들은 이웃을 사랑하고 남을 섬기는 분들 아닌가? 한번은 내가 근무하던 병원의 이사이며 큰 교회 목사님이 입원을 하셨다. 수술도 얼굴의 큰 수술이라 긴장이 되었다. 그런데 목사님은 정말 티도 내지 않으시고 그야말로 조용했다. 다음날 수술을 했는데 너무 조심하다가 보니 수술 자리에 지혈이 잘 안되어 다시 열게 되었다. 그래도 목사님은 아무 말씀이 없었다. 한 2∼3일간 입원했다가 퇴원을 하셨는데 병원에 예약시간에도 늦는 법이 없으셨다. 예약 시간 5분 전에 문밖에서 조용히 기다리셨다. 하도 조용하여 안오신 줄 알고 다른 환자를 먼저 치료한 일도 몇번이나 있었다. 그리고 항상 웃으며 허리를 굽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셨다. 나는 속으로 모든 목사님이 저 목사님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목사님들이 수련의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환자도 되지 않을 것이고 의사들의 기피 환자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의사들도 골치 아픈 환자에 속한다.  

그렇다 똑같이 잘못해도 더 남의 눈에 띄는 사람들. 그리고 욕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이 목사이고 의사이고 선생님들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좀더 조심해야 하고 겸손해야 하고 신중해야 할 것이 아닐까.

이용해
장로ㆍ미 오하이오 하울랜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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