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의 힘

부정의 힘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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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14일(화) 11:29

'긍정의 힘'의 논리가 대세인 요즈음에 '부정의 힘'을 설파한다는 것이 걸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밀려오지만 필자가 오랜 날들을 고뇌하며 되새겼던 진리(복음)의 내용이기에 감히 지면으로 피력한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미국산(것)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잘못된 습관이 있는 것 같다. 미국산 서적이나 교회 프로그램이 직수입되어 사용되다가 홍역을 앓는 교회들이 발생하고 있지 않는가? '셀 교회' 조직이 가능한 교회가 있고 그렇지 않은 교회가 있는데 너도 나도 앞다투어 흉내를 내다가 무너져 내리는 교회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날 '로버트 슐러'의 '긍정의 힘'이 한국교회를 강타하더니 이제는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1,2'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도 위 두 서적을 두 번씩이나 정독하였다. 그러나 얼마나 위험하고 허무맹랑한 독소가 깔려 있는지 모른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하게 예수님 정신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주장하는 논리의 겉포장을 뜯어내고 보면 예수님을 말하지만 예수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긍정의 힘으로 무엇이든지 다 이룰 수 있다고 떠들지만 자세히 보면 예수 없는 '나'로 가득 차 있다. 빌립보서 4장 13절에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는 슬쩍 빼버리고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만 강조한다.

'긍정의 힘'이라는 책은 인본주의 사상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줄곧 성경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만 필자가 볼 때는 비 성경적인 요소가 많다. 성경의 유사성은 있으나 성경과는 전혀 다르게 각색해 버린 것을 발견하였다. 긍정의 힘,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를 강조하다 보면 '나'를 강조하게 되고 주님은 변두리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주님은 자기들의 논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활용하는 주님일 뿐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 시대를 강타한 '긍정의 힘'의 함정이다.

사도 바울은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를 다루기 전에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를 먼저 고뇌하였다. 바울은 주의 능력이 아무에게나 그냥 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자신을 철저히 비우고 부정할 때 비로소 주의 능력이 임함을 알았기에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를 자랑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부정'이 전제돼야 한다. 성경은 온통 자기부정을 말하고 있다. 자기부정 이후에 임하는 주의 능력을 가리켜 우리는 '부정의 힘'이라고 표현한다.

성경은 자기사랑, 자기긍정을 죄라고 말한다. 우리 인간이 범죄하기 이전의 상태는 하나님만 바라보며 경배하는 '하나님 보시기에 참 좋은 상태'였다. 그런데 아담이 범죄한 후에 그의 눈이 밝아졌다고 창세기 3장은 말한다. 하나님만 바라보던 시각이 자신을 바라보는 쪽으로 밝아진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인간이 자기를 바라보면 별 수 없이 자기를 사랑하게 되어 있고 자기를 사랑하면 자기포장을 하게 되어 있다. 아담이 무화과나무 잎으로 옷을 만들어 자기를 포장하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날 자기수치를 포장해 보려는 현대판 무화과나무 잎으로 만든 앞치마 중의 하나가 '긍정의 힘'이라 사료된다. 이것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존재가 아니라 당당하고 떳떳한 존재임을 부추긴다. 바로 아담을 부추겼던 뱀의 정체를 떠오르게 한다. 뱀도 '하나님이 말씀하셨다'고 인용하였다. '긍정의 힘'을 말하는 사람들은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빼버리고 자기 논리전개를 위한 편리한 문구만 인용하더라는 것이다. 성경은 자기긍정이라든지 자기포장에 대하여 아름다운 묘사를 한 적이 없다. 성경은 '긍정의 힘'을 다룬 책이 아니라 '부정의 힘'을 다룬 책이 아닌가! 어떤 사람도 자기부정 없이는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으며 용서받을 수도 없다고 성경은 강조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호출과 자기부정 사이에서 등장하는 '내가 너와 함께 한다'는 손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곧 자기부정의 힘이다. 나는 "아니(No)"라고 하는데 하나님은 "필요(Yes)"라고 하신다. 그런 까닭에 자기를 부정하고 스스로 죄인임을 시인하는 사람에게 위대한 손길로 임하시게 된다.

송재식
목사ㆍ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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