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을 세우자

주막을 세우자

[ 기고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09월 01일(수) 15:56

"길거리에서 술이나 음식을 팔고 나그네를 유숙시키는
그런 주막이 아니다. 강도 만난 사람이 모진 매를 맞고
비참하게 쓰러졌을 때 레위인 제사장은 보고도 못 본채 했다.
사마리아 사람은 피투성이가 된채 버려진 그 자의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 그곳에 머물게 했다"

목회에 탄력이 생겨 한창 전진하려는 젊은 목사에게 그만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임시목사로서 연임청빙을 받아야 하는데 당회가 거부하게 되니 헌법상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목회지가 나타난 것도 아니요 당장 교회를 떠나야 하니 실로 막연했다. 단지 장로님들이 싫다는 이유뿐이다.

이런 일이 필자가 속한 노회에서 또 다시 생겨났다. 이어서 거론하는 목사님도 청빙 받은 기한이 끝나고 1년간 무임목사로 그냥 머물러 있다가 작년 말 임지 없이 정든 교회를 떠나야 했다. 앞서 말한 목사님은 그 후 용기 있게 교회를 개척하여 승승장구 성장해가고 있어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뒤에서 말한 목사님은 무작정 서울로 가셨는데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무얼 먹고 사는지 자못 궁금 하기만하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저들대로 남겨두고 정처 없이 목장을 떠나야 했던 목사님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그 기막힌 사정을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를 일이다. 부끄럽게도 생계가 막막한 동역자가 있어 백방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이다. 노회장을 모신 자리에서 "회장님 재임기간에 밥 굶는 회원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하고 진언해 보았으나 아직까지 메아리가 없어 기고(寄稿)자의 무능함을 절감할 따름이다.

목사의 소속은 노회이고 해(該) 시찰회가 있으며 친목 단체인 목사회도 있다. 그렇지만 그 어디도 방관하였고 방치해 버렸다. 이와 같이 비정함에 일갈(一喝)하는 한국교회의 모순성을 질타하고 이에 대비책을 강구하고자 함이다. 앞서 열거한 그와 같은 상황을 주님께서 보셨다면 무어라 하셨을까!

"주막을 세우자"고 제언하는 바이다. 길거리에서 술이나 음식을 팔고 나그네를 유숙시키는 그런 주막이 아니다. 복음서에 기록된(눅10:34) 바로 그 주막이다. 강도 만난 어떤 사람이 모진 매를 맞고 길바닥에 비참하게 쓰러졌다. 때 마침 그리로 레위인 제사장이 지나갔으나 보고도 못 본채 피해 버렸다.

그런데도 사마리아 사람은 피투성이가 된채로 버려진 그자를 불쌍히 여겼다. 기름과 포도주를 상처에 붓고 싸매주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 그곳에 머물게 했다. 이튿날 주막집 주인에게 두 데나리온을 내어 놓으면서 "이사람을 돌보아 주라 부비(浮費)가 더 들면 내가 돌아올 때 갚으리라"고 했다는 주님의 말씀이다. 사마리아인은 강도 만난 그에게 "당신이 왜 예루살렘을 떠났느냐", "뭐하러 여리고로 내려갔느냐"고 따지지 않았다.

임시목사 3년 임기의 덫에 걸려 가슴조이는 목사님들에게도 해당 이유를 묻지 않아야 한다. 사역 도중 슬럼프에 빠져 있고 목회실적이 충실치 못하여도 잘잘못을 가리지 말자. 매 맞은 자에게는 아픈 데를 치료해주고 쓰다듬어 위로해 주는 자비의 손길이 제일이다.

가나안 입국을 목전에 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는 그릇 살인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피성을 만들도록 배려해 주셨다. 국가에서도 전쟁에서 부상당한 병사를 후송시켜 치료해 주는 야전병원이 있지 아니한가. 목회 생활을 마감하신 은퇴 목사님들의 안식관도 필요하고 원로원도 확충해 나가야 한다. 반면에 현역목회자들이 치료받고 보호받고 소낙비를 피해갈 주막이 꼭 있어야 되겠다.

 

정 재 훈목사
서부중앙교회 담임
총회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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