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서점'이 사라진다

'기독교 서점'이 사라진다

[ Book ] 5년새 20% 가까이 폐업 신고, 서점협 법인화 논의 등 자구책 강구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8월 31일(화) 11:34
기독교 브랜드를 런칭하는 일반 출판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을 만큼 기독교 출판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 그만큼 책읽는 크리스찬이 많기 때문. 그렇다면 요즘 기독교인들은 책을 어디에서 구입할까?

트위터의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펼친 결과, 대부분의 크리스찬들이 "주로 인터넷서점을 이용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역곡동교회 심효섭목사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소규모 기독서점 한 곳, 전철로 세정거장 거리에 중간규모의 기독서점이 한 곳 있다. 작년까지는 기독서점을 주로 이용했는데 올해부터는 시간을 아끼고자 인터넷서점만을 이용하고 있다"며 "북카페 설치 등 활성화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와 투자가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 1:1 비율로 기독교서적을 구입한다"고 밝힌 거룩한빛광성교회 박민기전도사는 "작지만 편안한 시설, 마일리지 적립제도 등으로 기독서점이 활성화된다면 앞으로 계속 이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 기독교출판사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 시내 중심가의 한 직영 서점.

기독 출판계 역시 인터넷서점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출판계의 일반적인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유명 대형서점마다 종교 서적 코너가 있고 일부 교회에서는 자체 서점을 운영하기도 한다. 기독교의 전문서점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기독교서점협의회(회장:배성한, 이하 서점협)에 소속된 회원사는 3백58개다. 5년 전 4백30여 개의 회원사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새 2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지난 24∼25일 서점협은 부산에서 총회를 열고 회원사 명단을 새롭게 파악했다. 1년새 문을 닫은 서점의 숫자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박성대 사무국장은 "일부 출판사 직영 서점도 있지만 기독서점의 경우 대부분 개인이 운영한다. 운영의 어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폐업하는 서점들이 많아지면서 5년 전부터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현황을 전한 뒤, "시장에 가서 물건값 깎지 말라고 설교하는 목사님들이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이 담겨있는 성경과 양서들을 사기 위해서 정상적인 루트를 통한 적정한 대가지불이 필요하다. 기독서점이 활성화돼야 기독교문화의 명맥도 유지되고 발전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회원사간 유기적인 협력을 위해 이번 서점협 총회에서는 법인화 작업을 위한 활발한 논의도 이뤄졌다. 또한 내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자책 세미나도 열렸다. 미디어 매체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간과할 수만은 없겠다는 판단에서다. 박 사무국장은 "인터넷서점이 처음 생길때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던만큼 전자책이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미리 대비하고 관심을 갖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만 17년째 기독교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호집사(부산 기쁨의집기독교서점, 행복한교회)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목말라하는 갈급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교인들에게 필독서를 추천하는 교회도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며 "월 수입이 50만원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기독서점을 운영하는 분들도 있다. 과거에 책이 중요한 선교의 도구였던만큼 한국교회가 새로워지기 위해서 영적 서재인 지역의 기독서점부터 살려야 한다"고 관심을 요청했다.

특히 그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참회록, 천로역정, 기독교강요 등 신앙의 고전들이 읽혀지지 않는 풍토와 주 고객층이 2∼30대에서 4∼50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인터넷서점이 편리하지만 상업적인 도서들이 주로 홍보되기때문에 양서의 맥을 이어가는데 한계가 있어요. 기독서점을 단순히 책을 파는 슈퍼마켓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책을 사지 않아도 괜찮으니 지역의 기독서점을 나의 서가라고 생각하고 자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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