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

공동체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

[ 목양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8월 25일(수) 15:30

지난 봄 장신대 신학춘추사 기자들이 인터뷰하러 대구에 다녀갔다. 인터뷰 말미에 신학교에서 가르친 이론들이 어느 정도 목회현장에 접목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답변으로 생명, 만남, 관계, 공동체, 네 단어를 중심으로 풀어 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도록 세워주는 섬김이 교육이요 목회라면, 목회자가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핵심 단어는 '생명'이다.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해서(전도) 양육하는 '생명 살리는 일'이야 말로 목회자 본연의 임무이다.

80년대 학교 강의실에서 주로 가르친 교육이론은 관계이론에 기초한 인격적인 만남의 학습이론이다. 사람을 '교육한다'는 것은 식물처럼 '기른다'거나 동물처럼 '훈련한다'는 개념의 차원을 넘어 '만난다'라는 인격적인 대화에 기초해야함을 강조했다. 대화의 철학자 마틴 부버가 쓴 '나와 너'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이성'(betweenness)이나,한자의 인간(人間) 이 의미하듯이 사람이 사람다워 지려면 '관계' 안에 있어야 한다. 부버의 말처럼 사람다운 참된 삶은 '만남'에 있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목회적인 돌봄에 적용한다면,신자 개개인에 관심을 갖고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도록 돕는 일은 목양의 기본사역이다.

'만남' '관계'를 통한 생명목회를 지향하면서 최근에 계속 떠오르는 목회의 새로운 관심은 신앙-문화화를 위한 '공동체(우리의식) 형성'의 과제이다. '분위기가 교육 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공동체가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사도행전의 초대교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신앙 공동체가 지닌 역동적이고 형성적인 힘(formative power)'이다.  바울은 그 비결을 그의 교회론의 근간인 '몸'의 신학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교회는 공동체가 될 때에만 그리스도의 몸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스캇 팩은 지적한다. 오늘의 교회위기는 교인들이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공동체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앙 공동체의 본질을 '함께' 경험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우리는 어떻게 하면 오늘의 '제도화된 교회(organization)'를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교회(organism)'로 전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교회의 본질인 공동체중심의 목회 패러다임으로 정착이 되어야 교회가 살겠는데 말이다.

4년 전 장신대 '교회와 신학'에 기고한 '공동체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는 글이 생각난다. 그래서 제안해 본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만남의 인격적인 개념을 이제는 개인(I and thou)에서 공동체 (I and you)의 차원으로 목회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말씀의 신앙화','신앙의 생활화',  '생활의 문화화','문화의 역사화'로 이어지는 관계의 네트워킹 시스템을 구조화하고,개인으로 출발해서 신앙공동체의 문화 형성으로 목회적인 관심을 한 단계 올려서 발돋움해야 할 때이다. 예컨대,구역조직운영이 교인 관리의 차원을 넘어 교회가 지닌 본질적 요소들(예배,전도,가르침,친교,봉사)을 구역모임 속에서 담아내도록 하는 작은 교회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회내의 교회학교 역시 교회의 부설기관이기 이전에 '교회안의 작은 교회'(예컨대, 어린이 교회,청소년교회 등)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청된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에 주력해야 할 때이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곧 교회의 머리이신 그 분을 따라 공동체 안으로 들어감을 의미한다. 성령과 함께하는 공동체야말로 '만남'과 '관계'의 질을 높여주는 진정한 교사이다.

고용수 / 목사 ㆍ 대구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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