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도자'

이런 '지도자'

[ 기자수첩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8월 24일(화) 13:51
"그동안의 앙금을 털어버리고 가십시다. 미움은 순간입니다. 사랑은 영원합니다."

지난 21일 종교교회에서 속회된 기독교대한감리회 제28회 총회 현장. 서울남연회 임영훈감독의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김국도목사의 측근으로 분류돼온 현직 연회 감독이 감리교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감리교회 앞에 큰 죄를 지었다"며 소신껏 입장을 표명한 것.

"지도자들의 싸움으로 감리교인임을 부끄러워하고 있는 성도들을 치유해야 한다"며 "한국교회 앞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진정성이 담긴 사과메시지를 발표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신경하 전 감독회장의 제안도 이어졌다. 지도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요즘 정부의 내각 개편 이후 인사청문회가 이어지면서 연일 요란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흠집을 내려는 자들과 자기 변호를 위해 맞선 자들의 팽팽한 대립이, 언제나처럼 반복되고 있다. 지도자의 책임과 영향력이 큰 만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피차 손해를 입는 길이 아닌 상생의 길을 찾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리 교단도 오는 제95회 총회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을 앞두고 있다. 세속정치와 교회정치는 분명 다르다. 교회의 지도자를 뽑는 일은 무언가 달라야 한다. 지난 1년 10개월간 진통을 빚었던 감리교 사태를 남의 집안 싸움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국교회 성도들은 경쟁자를 포용할 수 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순간의 미움에 좌지우지 하지 않는, 그런 지도자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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