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갤러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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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 '우리들의 눈' 외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08월 23일(월) 08:39

'조금'은 특별한 갤러리가 있다. 서울 북촌의 명소로 자리잡은 우리들의 눈(Another Way of Seeing)'갤러리(http://www.ka-ba.or.kr)가 바로 그 곳.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늘 같은 질문을 한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학교에도 미술수업이 있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죠?" 하지만 곧 알게 된다.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그림이 전시되는 곳이라는 것을.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가 운영하는 '우리들의 눈'갤러리는 시각장애인들의 미술작품만 전시하는 국내 최초 시각장애미술전용갤러리로 지난 1997년 지금의 협회장인 서양화가 엄정순씨 등이 모여 "안 보이는 아이들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시작됐다.

현재 미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문사회학자, 특수교육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시각장애인들과의 실질적인 교류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 곳에서는 전국의 시각장애특수학교의 미술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시각장애인들이 경험한 세계를 형상화시키고 그 결과물들을 선정해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창작활동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미술이 시각만의 예술이 아니라 감각의 경계를 무너뜨린 문턱 없는 소통의 세계임을 전하기 위해서다.

20여 명의 티칭아티스트가 3개 특수학교 8개 학급에서 학생 1백 여명에게 미술을 지도하고 있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미술은 오감의 산물이다. 눈은 단지 그 일부일 뿐이다. 시각장애인들도 시각적 표현의 욕구가 있고 자신들의 고유한 감각을 바탕으로 창작의 세계가 존재한다. 오히려 비장애인이 상상하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무수한 이야기들은 관람자의 세계를 관통하며 시각예술의 본질에 접근한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갤러리는 예술가, 시각장애 관련 특수교육자, 장애인 전시기획 전문가,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예술을 통한 상호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심포지움 개최는 물론 정기적인 국제 교류전을 통해서 해외의 모범사례들을 수용하고 국내 시각장애인들의 예술활동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안마다 자유수업으로 방치되었던 시각장애학교의 미술수업은 화장실 가는 것도 참으며 작업할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온감의 눈으로 볼 수 있고, 두려움없이 탐험할 수 있는 시간. 그 안을 채우고 있는 학생들의 창작의 기쁨과 변화는 무에서 유를 생성하는 살아있는 시간이다.

"인간으로서 품위있게 사는 자존감을 배웠다"는 한 제자의 편지에 "시각장애 아이들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소리가 '눈'으로 보는 빛보다 더 환하게 한다.

컴퓨터만 키면 갤러리 관람이 시작된다. 사이버갤러리 '토브아트갤러리(http://www.tobugallery.com)'도 이색갤러리로 눈길을 끈다. 히브리어로 '선하다' '보시기에 좋다'라는 뜻을 가진 '토브'아트갤러리는 북한동포들의 고유 예술성과 솜씨가 정성스럽게 담겨있는 자수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갤러리에는 동양, 서양화가들의 유명한 작품을 자수로 표현한 북한예술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곳이다. 예술가들이 직접 바탕 천에 사실적인 회화를 그리고 그 위에 자수를 놓는 기법을 사용하는 이 작품들은 묘사가 뛰어난 특징이 있다.

"남북한의 협력사업을 통해 사라져가는 민족의 예술적적인 전통을 이어가며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양원희대표(지구촌교회)는 "갤러리에 소개되는 작품에는 세계 최고수준의 데생 실력과 자수능력을, 동서양의 명화들에 접목하여 한 폭의 예술품으로 승화시키려는 열심이 베어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를 지나갈 때마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어왔던 거장들의 명화들이 북한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자수의 형태로 새롭게 태어나는 신비로움에 다시 한번 놀라고 깊은 감동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면서 "갤러리를 방문한 모든 분들이 세계적인 명화에 대한 깊은 감동 뿐 아니라 짙은 동포애와 통일에 대한 염원이 되살아나는 선한 기쁨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토브아트갤러리는 올해 말까지 약 2백 여점을 전시할 계획이며, 온라인 외에도 1년에 한번 오프라인 갤러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6월 23일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첫 전시회를 열고 60여 점을 판매하기도 해 관심을 모았다. 수익금은 '남북함께살기'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펼치는 북한영유아 돕기에 전달했으며, 전시회 현장에서도 모금활동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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