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뒤로, 100주년교회 둘러싼 논쟁으로 소모전

본질은 뒤로, 100주년교회 둘러싼 논쟁으로 소모전

[ 교계 ] 양화진 문제의 진실은 '유니온교회'와의 예배권 갈등, 이 문제 해결이 급선무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0년 08월 18일(수) 16:22
2005년 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100주년기념교회에 양화진외국인묘지를 비롯해서 용인순교자기념관 등에 대한 포괄적인 관리권을 양도한 이후 촉발된 '양화진 갈등'은 여전히 명확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1980년대 고 한경직목사를 중심으로 한 당시 지도자들이 유니온교회를 위해 양화진 묘역 내 선교기념관을 영구히 빌려 주겠다는 약속을 한 뒤부터 양화진에서 예배를 드리고 묘역을 관리해 오던 '기존 주인'과 유니온교회가 외국인교회로서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양화진에 입성한 '새로운 주인' 사이에서 예배장소와 시간을 두고 야기된 갈등이 양화진 문제의 실질적인 단초라고 볼수 있다. 문제는 긴 시간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양화진 문제는 본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는 데 있다.
 
하지만 초창기에 불거졌던 문제들은 여전히 수면 아래에 있다. 다만 그동안의 공방 속에서 '권사ㆍ장로호칭제', '이재철목사 면직', '죽은 자를 위한 기도를 둘러싼 신학적 논쟁' 등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본질과 대체되어 버리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유니온교회의 예배처소 문제 등은 논의의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중에 100주년기념교회는 교인수 5천명에 육박하는 대형교회로 급성장했고, 유니온교회는 떠돌이 신세로 전락해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현재 유니온교회와 100주년기념교회 사이에서는 연세대가 중재에 나서고 있으며, 실제로 몇 차례의 만남 끝에 지난 해 12월 중순 사업협의회측에서 김경래장로, 연세대에서 박정세(교목실장), 이화숙(법학전문대학원)교수가 예배시간과 양화진 관리, 묘지 예매자에 대한 처리, 양측의 비방 자제와 사과 등의 내용을 담은 포괄적인 합의안을 작성한 바 있지만 최종단계에서 무산됐다. 최근 교계에서는 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 이사회가 나서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일고 있지만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에는 난관이 많다.
 
한국교회가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는 가운데 유니온교회와 100주년기념교회 사이에 야기됐던 초기의 문제들에 대해 한국교회가 깊이있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며, 본질적인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채 '죽은 자를 위한 기도' 등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들을 놓고 해답을 찾기 힘든 공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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