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

내려놓음

[ 목양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8월 18일(수) 15:49

'내려놓음'은 목양의 키워드이다. 목양의 과정에서 필자는 '내려놓음'의 중요성을 최근에 와서야 더욱 절감하고 있다. 제자훈련학교(DTS)의 훈련 내용 가운데 '권리포기'라는 과목이 새삼 떠오른다. '내려놓음'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친히 본을 보이셨고, 그의 제자들이 그렇게 살았음을 보게 된다.

예수님의 이 땅에 오심, 곧 '성육신'의 신비로운 사건이 복음의 시작이다. 그는 하나님 신분을 내려놓고 인간 신분으로 무한히 먼 길을 오셨다. 죄인들을 찾아오신 것이다. 공적인 사역에 앞서 그는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자신 스스로 죄인의 자리로 내려 가셨다. 그는 돌로 떡이 되게 하는 깜짝 쇼나, 지상에서 명성을 떨치거나, 세상의 군주가 되는 것을 마귀의 유혹으로 여기시고 단호하게 거부하셨다. 그가 행하셨던 수많은 기적들은 여러 가지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긴 단순한 '긍휼하심' 때문이지, 세인들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집중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으셨다. 그는 오히려 그 이적 행하심을 세상에 알리지 말라고 거듭 당부하셨다. 그는 자신의 세력이 커져 가는 것을 오히려 경계하셨다. 세상적인 성공을 아예 내려놓으실 뿐 아니라, 그의 생의 마지막 길인 십자가에 달리실 때는 '하나님께서 자기편에 계시다'는 믿음까지도 철저히 내려놓으셨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자신을 철저히 내려놓음으로써 하나님의 은혜(사랑)의 길을 열어 주시기 위함이었다.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자신이 전혀 예견치 못한 불가항력적인 구원의 은혜를 입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핍박해왔던 예수님, 바로 그 분이 오래 전부터 그들 조상들이 고대해 온 메시아(그리스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이후부터 구주 예수를 위해 자신의 전부(탁월한 지식, 로마 시민권, 종교적 가문의 자랑스러운 전통 등)를 철저히 내려놓았다.

이용규의 '내려놓음'(2006)이란 책이 기억난다. 저자는 그의 책에서 '내려놓음'은 잃는 것이 아니고 얻는 것이며,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삶이 곧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누리는 삶임을 간증하고 있다. 내 것을 내려놓으면 하나님의 것을 얻는다. 내 생각을 포기하면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알게 된다.

'내려놓음'의 성경적 해석은 한 마디로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고 그 분께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우리의 삶 전체를 '맡기라'(시37:5, 잠16:3, 벧전5:7)고 명령하신다. 사도들의 그러한 삶(믿음)을 보시고 하나님은 그들에게 은혜의 충만을, 그리고 그들이 속한 그 교회에 날로 흥왕하는 은혜를 지속적으로 부어 주셨음을 우리는 사도행전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지속적으로 누리기 위해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날마다 내려놓는 연습이 요구된다. 거기에는 내주하신 성령과의 지속적인 교제가 있다. 하나님의 긍휼(자비)하심이 자리한다. 서로 마음을 같이 한다. 그렇게 살면, 교회 안에서 지체인 서로가 대립해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히 여긴다. 그리고 서로를 용납한다.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면 나를 내려놓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를 품을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의 삶의 모습이 곧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본질이다.

고용수 / 목사 ㆍ 대구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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