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와 만리장성

로마와 만리장성

[ 목양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7월 13일(화) 18:34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로마는 사통팔달로 제국을 도로로 연결해 놓았다. 유럽의 많은 도로들은 로마제국 때 닦아 놓은 도로들을 확장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가 닦아 놓은 도로는 1천년 제국의 기초가 되었고 로마인들의 개방성의 상징과도 같다. 반면에 중국은 도로가 아닌 성을 쌓았다. 국경의 장벽으로는 만리장성을 쌓았고 황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금성을 쌓았다. 로마는 개방을 목적으로 15만 km의 도로를 닦았지만 중국은 방어를 목적으로 5천 km의 장벽을 쌓은 것이다. 그래서 결국 세계의 표준은 중국이 아닌 로마가 되었다. 소통과 통제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외국에 살아보니 한국인은 민족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인들은 동양인을 볼 때 옷차림이 좀 남루하면 중국인이냐고 묻고 옷차림이 깔끔하면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그런데 한국 사람에게 일본인이냐고 물으면 화를 낸다. "내가 어디를 봐서 일본 사람같으냐?" 그래서 중국인이냐고 물으면 붉으락푸르락 하면서 더 화를 낸다. 유럽인들은 일본은 경제대국이고 중국은 강대국인데 왜 우리가 화를 내는지 잘 모른다. 아마도 세계 모든 나라 중에 일본과 중국을 무시하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이지만 강한 민족성과 단일민족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아이들이 다민족학교를 다닐 때에도 표시가 난다. 유럽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쉐어(share)해라" 즉 서로 나누라고 하고, 일본부모들은 "폐 끼치지 말라"고 하는데, 한국부모들은 주로 "기죽지 말라"고 가르친다. 물론 자기 아이가 기죽어 다니는 것을 좋아할 부모는 없지만 이렇게 교육받은 자녀들이 세계화시대에 고립되지 않고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염려가 된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화두는 소통이다. 정치적으로도 소통이 필요하고 사회 각계각층끼리도 소통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한국교회도 세상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할 때가 되었다. 로마가 세계와 소통하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간 것처럼 한국교회도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 세상과 소통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같은 십자가를 말하고 있지만 천주교는 세상과의 소통에 성공하고 있다면 기독교는 소통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기독교가 한국의 근현대사에 끼친 수많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교회가 교회라는 성을 쌓고 달팽이처럼 움추려 들었기 때문은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교회의 빛과 소금이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익명이 아닌 실명의 제자가 되어 교회의 벽을 넘어 삶의 현장에서 영향을 끼치며 살아야 한다.

한국의 정당들은 같은 당 안에서도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 세상의 조롱을 받는데 한국교회 역시 교파와 교단, 교회이기주의의 벽이 너무 높아서 세상을 향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웃음꺼리가 되고 있다. 유럽은 수천 년 동안 서로 찌르고 싸웠지만 이제는 EU로 통합이 되어 연합하려고 애를 쓴다. 자신들만의 성을 쌓고 만리장성을 쌓아서는 미래의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이웃교회와의 벽을 허물고 서로간의 신학적인 차이를 수용하고 협력할 때 영적지도력이 살아날 것이다. 교회는 세상의 염려가 되지 말고 세상의 다리가 되어 소통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한국교회가 비본질적인 장벽을 무너뜨리고 본질적인 것에 일치를 이룰 때 새로운 부흥의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최창범 /목사ㆍ꿈의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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