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를 모방해가는 가정 언어

TV 드라마를 모방해가는 가정 언어

[ 기고 ]

한국기독공보사 ches@pckworld.com
2010년 06월 18일(금) 13:28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모 TV드라마를 우연히 시청한 일이 있었는데, 드라마 속에 나오는 인물들 중 신혼부부의 대화내용을 들어봤더니, 부부가 서로에게 늘상 "했니?" 혹은 "그래라" 하는 식의 말을 아무렇지 않은 냥 사용한다.

아마 젊은 사람들의 흥미와 시청률을 의식해서, 또는 부부간에는 격의 없는 친밀감이 있어야 한다는 의도로 대화 내용을 그렇게 설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초기에는 말과 행동에 서로 조심스러워 하다가도 많은 세월을 함께 지내다 보면, 자칫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하다가 원치 않는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게 되는데, 만약 결혼 초부터 서로 "해라"를 하다가는 언젠가 둘의 사이가 나빠져 다투거나 싸우게 될 경우, 서로에게 사용하는 언어로는 더 내려갈 말이 없기 때문에 점점 거칠어지고 상식이하의 언어를 사용하게 되며, 감정이 격해지면 더욱 험한 말과 함께 "헤어지자"는 말도 서슴없이 나오게 될 것이다.

예로부터 부부사이는 무촌(無寸)이라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갈라서면 남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이를 염려해서인지, 삼강오륜 가운데 부부유별(夫婦有別) 이라는 단어를 넣었다고 생각되는데 정말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남존여비의 사상이 심했던 조선왕조 시대에도 사대부가에서, 건전한 가정을 지켜 나가기 위해 남편도 아내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사용하였음을 알고 있듯이, 서로 사랑하고 가까울수록 부부간에 지켜야할 선을 넘지 말고 서로 존경하는 마음자세로, 그리고 언어도 될 수 있으면 존댓말을 사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자녀에게도 본이 되고 좋을 것이다.

요즘 우리집 손주들이 우리집에 와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TV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엄마 아빠는 물론, 우리 부부에게도 "그랬다", "그렇지?"하며 친구에게 하듯 거리낌 없이 말을 내려서 하는데, TV드라마에서는 다 큰 성인들도 부모에게 그런 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올바르게 말을 가르치기 위해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부모가 자녀에게 존댓말을 사용해가며 지도한다고 하는데, 드라마 작가들도 대중매체로서의 TV가 시청자들에게 주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인기와 흥미만을 생각하지 말고, 시청자들을 좋은 방향으로 선도한다는 사명의식을 갖고서 드라마를 만들어 간다면 좋겠다.

사회의 근본은 가정이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말들은 대중사회 언어의 표준이 되며, 가정이 안정되고 평안해야 그 속의 구성원들이 사회에 나가서 올바르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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