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이 된 회의

아수라장이 된 회의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6월 16일(수) 09:15

"은퇴 후 몇 년만에 처음으로 전국은퇴목사회 총회에 참석했습니다. 택시를 세번 갈아타고 기대감을 가지고 참석했는데…. 회장 선출이 얼마나 중요한 지 몰라도 이곳의 교회 사람들 다 듣는데 이렇게 큰 소리로 해야 될 일인지…. 총회를 마치면서 천안중앙교회 앞에 정중히 사과한 후 폐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10일 열린 전국은퇴목사회. 총회가 진행되는 도중 고성이 오가고, 상대를 향해 삿대질이 오가는 무질서한 상황이 연출되자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회원이 답답함을 토로하며 발언한 내용이다.
 
이날 총회에서 보여진 몇몇 은퇴목회자들의 모습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친' 존경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몇몇 회원들은 이날 부회장 투표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고성과 삿대질, 욕설로 회의장을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회의 진행을 돕던 사회봉사부 관계자가 소란을 피우는 한 회원을 진정시키려고 다가가자 그 회원은 멱살을 잡고 쌍욕을 해대기도 했다.
 
이날 질서를 준수하며 매너를 지킨 절대다수의 은퇴목회자들 중에는 회의 도중 이러한 무질서와 혼란을 참지 못하고 회의장을 벗어나는 이들도 있었다.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회원들의 입에서는 "부끄럽다. 부끄러워.", "꾼들이 있어서 안돼", "초등학교 학급회의도 이러지는 않는다"는 아쉬움과 부끄러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임원선거를 마치고 사회자는 회원들 앞에서 함께 하나님께 회개하고 회의 장소를 빌려주고 섬겨준 교회측에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친' 은퇴목회자들. 이들 중 일부 목회자들에게는 아직도 싸우고 달려갈 길이 많이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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