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열심히 한 어린이는 다 상 받으면 좋겠다"

"아빠, 열심히 한 어린이는 다 상 받으면 좋겠다"

[ 기고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06월 09일(수) 16:44

오늘 딸 사랑이가 교회학교연합회 어린이대회에 성구암송과 율동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겨우 일곱살인데도 어렵고 긴 성경구절을 또박또박 외우는 모습에 행복에 젖어들었다.

아내는 사랑이에게 오늘 상 못 받아도 좋으니까 마음 편하게 하고 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게는 "솔직히 상 받으면 더 좋지만"이라고 말한다. 이 두 여인의 대화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아침에 사랑이의 손을 잡고 교회에 데려다 주게 되었다. 사랑이는 "아빠. 나 상 안 받아도 엄마가 된데. 그냥 열심히만 하면 된데. 엄마 말이 맞지?"라고 물었고 저는 "당연하지. 엄마 말이 맞아. 상 받는 건 중요하지 않아. 너 그동안 열심히 했지. 오늘 그냥 편하게 하고 오면 되는 거야. 다른 친구들이 상 받으면 박수쳐주고, 못 받은 친구들에게도 잘했다고 얘기해줘야 돼. 알았지."하며 동의해 주었다.

"알아. 당연하지. 내가 그걸 모를까봐. 오늘 나오는 친구들 다 상 받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다 열심히 했으니까." 나는 사랑이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회학교 유치부에서 등수를 정하며 경쟁하는 것이 왠지 씁쓸하다.

나만 상 받고 남은 못 받아야 즐거워하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이 아닌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오늘 사랑이를 교회까지만 데려다주고 돌아왔다. 아이가 당당하게 스스로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또 한가지는 부모님이 교회 다니지 않아 혼자 오는 아이들과 사랑이가 함께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오늘 사랑이가 집에 돌아오면 수상에 대한 것은 안 물어 볼 생각이다. 그저 오늘 행사가 즐거운 추억이 됐기를 바란다.  또한 가능하다면 열심히 한 모두에게 상이 돌아가고 함께 기쁨을 나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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