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란 필요를 채우고 마음을 열게 하는 것

선교란 필요를 채우고 마음을 열게 하는 것

[ 기고 ] 사회봉사부 해외사회봉사훈련 캄보디아 선교지 방문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06월 09일(수) 16:43

밤 11시 프놈펜 공항에 내려 밖을 나오니 열대의 후끈 달아오른 공기가 숨을 막는다. 마중 나온 선교사님이 낮에는 40도를 웃도는 살인더위라며 슬쩍 겁을 준다.

15분정도 버스를 타고 한아국제선교 봉사센터에 도착했다. 5층 건물로 캄보디아에서는 제법 근사한 건물이지만 방에 에어컨이 없다.

대부분의 현지인이 에어컨 없는 것을 감안하여 일부러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밤마다 열대야에 밤잠을 설쳤지만 그런 좋은 뜻이라면 이따위 더위쯤이야 기쁘게 견뎌야 하지 않겠는가?

이곳 봉사센터 바로 앞쪽이 그 악명 높은 뚤슬랭 감옥이다. 학교를 개조하여 감옥으로 사용하였는데 그곳에 수감된 사람 거의 대분이 크메르 루즈에 의해 처참하게 처형되었단다.

그때 전 국민 7백만 명 중에 2백만 명이 살해되었다니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과 견줄만한 참혹한 흔적이었다. 캄보디아인들도 유령이 나타난다며 접근하기를 꺼려하는 이곳에 기독교 봉사센터를 지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옥 박물관과 한아봉사회의 봉사관이 있는 거리를 '생명 평화의 거리'로 부르며 이 거리가 우리나라 종로 5가처럼 캄보디아 선교의 중심지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모두를 아우를 줄 아는 선교사님이 존경스러웠다.

오후에 크메르루즈 캄보디아 공산당에 희생당한 킬링필드의 가장 참혹한 현장으로 알려진 '쩡아엑'에 갔다. '킬링필드(killing field)'란 '죽음의 들판'이란 뜻이다.

킬링필드란 어느 지역 이름이 아니라 캄보디아 전역이 킬링필드였다. 전국에 약 2만개의 집단 매장지가 발굴되었는데 그 중에 가장 규모가 큰 매장지가 '쩡아엑'이란 곳이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커다란 탑이 보였고 멀리에서도 그 곳에 수십 층으로 쌓아놓은 것이 해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골을 자세히 보니 온전한 해골이 없다.

총알을 아끼기 위해 드릴로 머리를 뚫어 죽이고 아직 살아있는 사람도 집단으로 매장했단다. 특히 어린이를 죽인 '킬링 트리(Killing tree)'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비스듬히 누운 나무에 어린이 발목을 붙잡고 그 나무에 패대기를 쳐서 죽였다고 한다. 아직도 땅바닥에 희생자들의 뼛조각과 이빨들이 땅위에 나뒹굴고 있다.

수십 개의 구덩이마다 수백 구씩의 유골이 발굴되었고 어떤 구덩이에서는 목이 없는 유골만 180구가 발굴되었다고 한다. 나는 전후세대이기 때문에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나는 선교사님으로 부터 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베트남군이 철수하고 이곳에 수만 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했는데 그들이 남긴 것은 평화가 아니라 에이즈라는 참혹한 선물이었다.

수만 명이 주둔하면서 현지 여인들과 관계를 했고 그 여인들은 빠른 속도로 전국에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단다. 초기 선교사역은 콘돔을 나눠주고 에이즈를 계몽하는 것이 선교의 중점 사업 중 하나였다고 한다.

크메르 루즈가 망가뜨리고 유엔 평화 유지군 망가뜨린 캄보디아를 복음을 통해서 치유하고 회복하는 생명의 역사가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 땅에 진정한 평화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오직 복음만이 세상을 새롭게 할 수 있으며 세상을 평화롭게 할 수 있다는 증거가 캄보디아 사역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아침 식사 후 선교사님이 심혈을 기울이는 롱웬마을로 출발했다. 과거 롱웬마을은 그 지역에서 가장 낙후된 비참한 동네였다.

그러나 선교사님이 그 동네에 선교를 시작한 이후 동네는 놀랍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주변 지역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살고 싶은 동네가 되었다고 한다.

내 필요에 의한 선교가 아니라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이른바 통전적 선교의 모델이었다. 복음의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으며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저녁에는 밤이 깊도록 선교 봉사의 이론적인 훈련과 낮에는 선교 봉사의 현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교회를 세우고 전도하는 것이 선교라는 편협적인 생각이 무너지고 현지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으로부터 접근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결국은 복음 앞에 무릎 꿇게 하는 선교현장을 보게 되었다.

저녁에 선교사님이 운영하는 방과 후 공부방 '벙레앙 평화 생명 청소년 센터'에 들렀다. 세상에 좋은 이름을 다 갖다 붙인 센터다. 길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하는 공부방이었다.

출입문도 없고 조명도 어두침침하다. 우리 교회도 방과 후 공부방이 있지만 정부 지원을 받고 교회에서도 지원하는 넉넉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과 비교해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런 환경에서도 배움의 열정을 잃지 않는 캄보디아 청소년을 보면서 캄보디아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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