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이 고픈 이웃들

섬김이 고픈 이웃들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06월 09일(수) 15:55

"아니요. 지금은 교회에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집나간 남편을 대신해 중증 장애아동을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에게 가까운 교회에 출석해서 작은 도움이라도 받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아이의 보호자인 어머니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선천적으로 이중 삼중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는 앞으로도 수차례의 수술과 재활치료가 필요한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도에 대한 어떤 '투철함'보다 교회가 최대덕목인 '이웃사랑'의 수혜자가 되어 적어도 사회의 편견과 냉대에 따뜻한 위로라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권유였다.

그러나 "교회라고 다르지는 않아요. 우리 모자는 교회에서도 가십거리가 됐어요. 그집 여자 아들은 대소변도 못가누는 중증장애아고, 남편은 집을 나갔다고. 우리 모자를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는데…동물원 원숭이 같아요."

신용불량자인 그는 얼마전 아이 앞으로 받는 장애아동보육비 5만 원을 차압당했다. 구청 사회복지과에 수차례 요구하면서도 "겨우 5만 원 때문에 이 난리냐"며 오히려 핀잔을 들었다. 5만 원이면 모자에게는 일주일 생활비다.

정부에서는 사회복지 강화를 위해 지출을 늘리겠다 하고 교회에서는 '섬김'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겠다고 하지만 수혜자들은 배가 고프다. 어쩌면 괜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쓸데없는 자존심이라며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사랑'으로 덮어줄 수있는 '진정성'이 필요한 것이 바로 섬김의 시작이 아닐까. 교회의 이웃사랑이 자칫 일부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수단으로 전략하는 것은 아닌지 자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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