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 대한 배려

약자에 대한 배려

[ 기고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06월 03일(목) 11:19

지난 5월 5일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런던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가 한국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을 찾아 자선공연을 펼쳤다.

전설적 피아니스트 출신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지휘로, 음악적 소양이 부족한 이들을 고려한 연주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한 단면을 신선하게 보여주었다.

평생을 천형과 같은 육체적인 고통과 문둥병자라는 손가락질 그리고 사회와 철저하게 단절된 가운데 30여 년, 길게는 50년 이상을 소록도에서 살아온 이들이, 공연이 끝난 후 문들어지고 절단된 손등으로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콧등을 시큰하게 하였다.

사실 소록도에 대한 나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 전인 젊은 시절 1978년으로 기억되는데, 그때 군입대를 앞두고 읽었던 소설 중에 하나가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이었다.

이 '당신들의 천국'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다룬 장편소설인데 나병환자의 거주지 소록도를 배경으로 소록도 병원장으로 취임한 의사 조백헌과 나병환자들과의 미묘한 관계, 정신적 방황과 삶의 애환을 실감있게 묘사했는데, 이 책을 다 보고 느꼈던 점은 자유없는 권력은 중오를 낳고, 사랑없는 권력은 강요된 의무만을 요구 할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권력은 사랑과 자유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되고, 인간의 천국은 다른 인간의 천국과 대립하는 것이어서는 인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후 나는 소록도에 있는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었고 전임교회에서 청년부를 담당할 때 그곳에 수련회를 가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고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빈곤의 세습' 다시 말해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다. 경제적인 빈곤은 교육 기회의 불균등을 가져와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조차도 막아 버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IMF사태 이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되어, 이후 집권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와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해소해 보려고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기도 하고 사회안전망 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나는 지난 11년간 제일평화의집 원장과 제일지역아동센터 소장을 맡아 사회복지사역을 감당해 왔는데 그동안 1천3백여 명의 클라이언트들과 상담을 하며 이들이 가진 역기능적인 문제들을 접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노숙자들이 빈곤을 탈피할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실직 - 과도한 부채 - 가정 해체 - 사회 관계망 단절 - 알코올 남용 - 정신적 공황상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차단해 줄 수 있는 사회복지적 개입과 자활사업에 대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어설픈 지방분권으로의 이양은 재정상태가 열악한 지방정부의 사회안전망 구축의 다양성을 왜곡시키고 있다. 이것은 아동복지사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제일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들의 대부분이 빈곤과 가정해체 그리고 교육 기회의 불평등으로 인한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사회복지지원체계의 다양성과 좀더 촘촘하게 짜여진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민간 주도의 사회복지 지원활동이 강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사회 구성원 개개인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믿음의 사람으로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그 사랑으로 이 땅에 강도만난 이웃들, 배고픈 자들, 병든 자들, 나그네 된 자들에게 손길을 내밀고 함께 아파하고 울어 줄 수 있어야 하겠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기쁘신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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