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이 되겠습니다"

"쓰레기통이 되겠습니다"

[ 목양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5월 17일(월) 10:19

얼마 전 주일 예배를 마치고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한 남자 집사님께서 "목사님 저도 오늘부터 쓰레기통이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고 말했다. 이유인즉 그 날 설교 시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이 여행을 하기 위하여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 무심히 보던 쓰레기통이 그 날만은 유달리 달리 보였다. 대합실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버리는 오물들이 저 쓰레기통 때문에 깨끗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는 '나도 나의 직장에서 혹은 나의 가정에서 쓰레기통이 된다면 내가 있는 곳이 보다 깨끗해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아무리 깨끗한 새 집이라도 쓰레기통이 없는 집은 없을 것이다. 깨끗한 호텔방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쓰레기통이다. 신혼부부가 자는 방에도 반드시 쓰레기통은 있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있는 곳에는 오물과 쓰레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곳에 쓰레기통이 있어 오물을 담아내고 있다. 깨끗한 현대 문화일수록 쓰레기와 오물 처리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면 세상이 너무 오염되고 부패하며, 더럽다는 개탄의 소리일 것이다. 개중에는 나만 깨끗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한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부패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시대에 부패 없는 깨끗한 시대가 있었는가?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완전한 시대는 한 번도 없었다. 문제는 누가 더 많이 쓰레기통 역할을 잘 하여 그 세상을 정화하며 부정을 막으며 살았느냐는 것이다.

누군가가 쓰레기통 역할을 감당한다면 세상은 보다 깨끗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빗자루가 되려면 자신이 먼저 더렵혀져야 하지 않겠는가? 이 세상의 청소부가 얼마나 귀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세상에 더럽다고 말한 사람은 많아도 자신이 먼저 쓰레기통이 되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예수님도 인간의 모든 죄를 담당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 즉 철저한 쓰레기통의 역할을 감당하신 분이셨다. 예수님은 자신을 섬기는 종이라고 스스럼없이 말씀하셨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는 다 내게로 오라 말씀하심은 죄의 오물을 다 내게로 가져오라고 말씀하심이 아니겠나, 세상은 죄의 짐을 서로 전가하며 떠넘기려 하지만 주님은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시고 고난을 당하신 분이였다.

교회 안에 쓰레기통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큰 어른이 있다면 교회는 보다 평온하고 은혜로울 것이다. 상호간의 불신과 오해와 불목의 쓰레기들, 지역 감정, 계층 간의 갈등, 진보와 보수의 갈등, 빈자와 부자의 갈등 등이 만들어내는 숱한 문제들을 담아 감당할 수 있는 큰 쓰레기통이 있다면 세상은 보다 맑고 밝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쓰레기가 생기는 법, 그러므로 지금 세상은 의인을 찾기 보다는 쓰레기통이 될 만한 큰 사람을 찾고 있다.

오늘 한국 교회가 큰 쓰레기통이 되어 보다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김유수/목사 ㆍ 월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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