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길을 떠나시지요

어서 길을 떠나시지요

[ 기고 ] 독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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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06일(목) 10:05

어서 길을 떠나시지요

                                          김철교

또록또록 눈망울들이 무서워
밀폐된 방안에
열쇠 없는 자물쇠로
내가 너를 꼭꼭 가두고 있다

내님께서 문을 여시면
쏟아지는 빛줄기에
아주 멀고 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켜켜이 무의식에 쌓여 있는
상처들이 화들짝 놀라 경련을 일으킨다

다시금 방안으로 들어가
황급히 문을 닫고 웅크리고 앉아
세상이 처음 열리던 날
기억의 꼬리를 추스러 본다

가려운 곳 박박 긁으면
아무는 상흔 딱지 아래
새살이 돋는 것을 볼 수 있으리니
문틈으로라도 비집고 나와
에덴으로 가는 길을
서두르시지요

/배재대 교수ㆍ제2회 기독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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