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어버이날

슬픈 어버이날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5월 06일(목) 10:04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배우자 상실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지극한 헌신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배우자 상실로 인한 스트레스가 80이라면 자식의 죽음에 따른 스트레스는 100에 가깝다고 한다. 그만큼 자식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된다는 것일 게다.

우리는 얼마 전 최고의 고통과 슬픔 속에서 몸부림치는 고 천안함 46용사의 유족들을 보았다. 많은 부모들이 내 자식이 죽은 것처럼 함께 슬퍼하며 안타까워 하였다.

하지만 세상은 남의 슬픔을 그리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애도의 음악이 그치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고 천안함 46용사들의 부모는 어떨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자식의 죽음을 애써 외면하다가 세상 천지 어디에도 없는 아들의 부재를 사무치게 확인할 것이다. 통곡을 하다가 흐느끼고, 오열하다가 허공을 바라보다가를 반복하며 극단적 실존적 공허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것이다. 본인도 2년 전 군인 아들을 잃어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제럴드 프리드랜드는 이를 가리켜 '정상적 인생 주기의 전복'이라고 표현했다. 정상적인 인생은 자식이 돌아가신 부모를 산에 묻는다. 하지만 궤도에서 이탈하여 전복된 인생은 부모가 죽은 자식을 차마 산에 묻지 못하고 가슴에 묻는다.

성경 속에 다윗도 이런 슬픔을 견뎌야 했다. 오래 전 자신을 배반하고 떠나간 아들 압살롬이 처참하게 죽은 시신으로 돌아왔을 때 짐승처럼 울부짖었던 그의 절규가 성경에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삼하 18:33)

나 혼자 당했다면 억울하고 원통하기 그지 없겠지만 성경은 하나님의 마음에 쏘옥 들었던 다윗도 이런 슬픔을 당했다는 것을 알려 주므로 하늘의 위로를 준다.

하지만 더 큰 위로가 있다. 우리 예수님 자신이 어머니 마리아 보는 앞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아들이셨다는 사실이다. 십자가의 모진 고난 중에도 오열하는 마리아의 처연한 심정을 절절히 알고 계셨다. 그래서 요한에게 어머니를 부탁하셨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 큰 슬픔을 안고 남은 인생 살아가야 할 막막한 인생의 외로움까지 다 알아주시는 분이 바로 우리 주님이시라는 사실이다.

아들을 보내고 처음 어버이날을 맞이해야 하는 천안함과 관련된 모든 희생자의 유족들, 또한 자녀를 먼저 보낸 이 땅의 슬픈 마음의 어버이들께 우리 주님의 크신 위로가 충만하시기를 빈다. 더불어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부모님이 안 계신 자녀된 모든 성도들도 기운을 내기 바란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고 그 분은 영원한 우리의 아버지가 되시기 때문이다.

이인덕/첨단종합병원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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