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사를 건 기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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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대법 판결, 기독교학교 설립 이념 구현 어렵게 해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0년 04월 28일(수) 17:24

지난달 22일은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이 송두리채 무너진 하루였다. 지난 5년간 끌어온 '강의석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대광고등학교의 폐소로 결정났기 때문이다. "종교재단 학교라도 학생에게 신앙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대법원 판결은 기독교학교가 더 이상 설립 이념을 구현하기 어렵게 만든 판결이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 교계에서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기독교학교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기독교학교에 모든 잘못을 전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금하지 못했다. 지난 1백여 년간 기독교 신앙교육을 기초로 인재를 양성해 왔던 기독교학교들이 오늘에 이르러 종교교육을 문제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지적이었다. 

기자가 입수한 대법원 판결에도 "학교 강제배정제도의 시행으로 야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할 책임은 국가가 부담해야 하고 이를 해결할 책무를 종립학교에게 전가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봐야할 것"이라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결국 정부가 종교교육을 이념으로 설립된 기독교학교들을 인정해줬다가 지금에 와서 기독교학교들의 잘못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교계에서는 여러차례 강의석 사건의 단초가 '평준화'에 있음을 지목해 왔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놓고 기독교학교는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할 기로에 서 있다. 하나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폐교도 불사했던 기독교학교의 정신을 다시 한번 회복하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지난 1997년 교육부에서 내놓은 '학교교육과정편성 운영 지침'에 따라 학생들에게 종교과목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길이다. 

복음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독교학교들은 '강의석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또 다시 생사를 건 선택의 기로에 섰다. 결정은 기독교학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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