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도 '전세 대란'

지구촌도 '전세 대란'

[ 선교 ] 높은 임대료 등 이유로 지역 떠나는 교회, 교인들 늘어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0년 03월 30일(화) 18:18
   
▲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 연합장로교회는 최근까지 마을 회관을 빌려 예배를 드렸으며, 현재는 주 15시간 사용에 1백2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 때문에 다른 예배 장소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임대비용을 견디지 못해 부득이 거주지를 떠나는 일종의 '전세대란'이 해외 선교지에서도 일어나고 있어 관심이 요청된다.
 
특히 경제한파로 많은 교민들이 귀국하거나 생활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중소형 한인교회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으며, 일부 사택이나 교회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는 교회들은 사역지마저 옮겨야 하는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위기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은 높은 임대비용이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상해한인장로교회(강인덕선교사 시무)는 대형 빌딩의 4백60㎡(1백50평)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면서 매월 6백8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상업도시로 비교적 회가가 높고, 인구도 2천만에 달하지만 면적이 서울의 10배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비용을 내고 있는 것.
 
게다가 교인수는 장년과 청년을 합쳐야 60명 수준이다. 2004년부터 이 교회에서 시무해 온 강인덕선교사는 교회 예산의 80%를 임대료로 주고, 나머지 20%로 교회를 운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교인 45가정 중 16가정이 귀국하거나 생활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떠났습니다."
 
강 선교사는 지난해 남은 교인들과 함께 절실한 마음으로 금식하며 기도하던 이야기를 전하며, "그래도 하나님의 은혜로 사역지를 지킬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경제위기로 한층 강화된 자국인 우선정책을 꼽을 수 있다.
 
"한국 기업이 들어와도 한국인을 고용하기가 어렵습니다."
 
뉴질랜드 제2의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시에 위치한 연합장로교회(박충성선교사 시무) 역시 최근 교인의 상당수가 줄었다. 호주 등 주변 국가들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자국인 우선정책을 시행하면서 해외에 진출했던 현지인의 귀국이 늘었고, 국가가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고용기회를 제공하면서 외국인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박충성선교사는 예배 장소를 빌려 쓸만한 주변 교회들을 탐방하고 있었다. 현재 사용하는 마을회관 건물이 한 주 15시간 사용 비용으로 월세 1백20만원을 받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출석교인은 40명 수준이지만 이중 다수가 유학생이고 실제로 헌금을 내는 교인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그는 이미 두 달 동안 교회로부터 사례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해외에도 1천명 이상이 출석하는 큰 교회는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중국이나 뉴질랜드 모두 출석교인 20명 미만의 소형 교회들이 대부분이며, 러시아나 일본 등 기독교 인구가 적은 국가들 모두가 마찬가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제 위기로 교인들이 이탈하는 가운데 지역으로 새롭게 이주해 오는 한인들마저 대형 교회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형 교회의 경우 대형 교회들에 비해 지역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교인 1인이 지는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선교사들의 설명.
 
선교지에서 한인교회는 한인들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지역의 현지인 교회와 선교사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 위기가 한인교회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지면서 해외 선교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송 전 5년 동안 총회 세계선교부(부장:이상섭 총무:신방현) 간사로 활동한 박충성선교사는 "총회가 선교사들의 위기 극복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필요시 대출해 줄 수 있다면 많은 선교사들의 사역 포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며, "재해현장과 마찬가지로 선교지도 지속적으로 상황을 살피며 필요에 따라 긴급 또는 추가 지원을 실시하는 제도적 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인덕선교사는 "해외 이민자 상당수가 교단보다는 규모를 보고 교회를 선택한다"며, 평신도들이 본교단에 대한 긍지와 애정을 지니도록 교육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총회 파송 선교사들은 본교단 교인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섬길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하며 "모국 본교단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교회들을 향해 손을 내밀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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