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 방화에 '용서'로 맞서다

화염병 방화에 '용서'로 맞서다

[ 선교 ] 말레이시아 피습 교회들, 종교간 평화 위해 노력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0년 01월 12일(화) 10:01
지난 주말 말레이시아 서부에 위치한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현지인 교회들에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테러가 '이슬람교도가 아니어도 말레이시아어에서 신(神)을 의미하는 표현인 '알라'라는 호칭을 쓸 수 있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른 일부 과격주의자의 행동으로 전해지면서 종교간 갈등으로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그 동안 말레이시아에서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간에 '알라' 외에도 '사도'를 비롯한 성경에 있는 핵심 단어들의 사용권을 놓고 갈등이 지속됐으며, 이번에 법원이 개신교와 가톨릭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수상과 내무부장관 등 정부 인사들도 엇갈리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쿠알라룸푸르 등 서부지역은 모슬림 인구가 90%에 달하며, 판결을 내린 법원 역시 쿠알라룸푸르시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정권 교체가 이뤄진 말레이시아는 그 동안 '하나의 말레이시아'를 표방하며 6백만 명에 달하는 중국계와 2백만 명의 인도계 등 모든 민족들이 종교, 문화, 이념을 넘어 하나됨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수도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선교사는 "모슬림들은 이슬람을 통한 하나됨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가의 지원 속에 더 많은 사원이 설립되고 더 많은 교사들이 파송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슬람교도 비율이 40%로 비교적 적은 동부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선교사는 "정부의 다양한 혜택 속에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선교사들도 이 부분 때문에 기도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말레이시아에서 종교간의 미묘한 갈등은 지속돼 왔지만 이번처럼 직접적으로 교회에 화염병을 던진 것은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57년 이후로 처음 일어난 일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의 범인을 색출해 내고 재발을 철저히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며, 사고를 당한 교회들은 용서의 뜻을 밝히며 지역 교회들과 함께 평화를 위한 기도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969년 말레이시아인과 중국인 간 인종폭동 당시에도 결국 불똥이 외국인들에게 튀면서 여러 선교사들이 추방을 당했다. 이번 사건은 현지 종교인들 사이의 갈등이지만, 선교사들은 외국인이나 선교사가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한 상대 종교에 대한 비판을 자재하는 등 작은 태러가 종교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교단 선교사들은 "중동 지역 외에도 무슬림 인구 비율이 높은 말레이시아와 같은 나라에서 외국인이 직접적으로 선교를 하거나 종교행위를 하는 것은 이들을 자극하는 극히 위험한 일"이라며, 비전트립팀 등의 활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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