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그리스도의 몸, 그 회복을 위한 길'

'찢겨진 그리스도의 몸, 그 회복을 위한 길'

[ 선교 ] 제2차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칼 순례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12월 23일(수) 09:13
지난 7~14일, 본교단 총회장 지용수목사와 조성기사무총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 교회 대표들과 한국천주교 관계자들로 구성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칼 순례단'이 로마 바티칸과 영국 람베스 궁 등을 방문했다. 지난 2006년에 이어 두번째로 진행된 순례에서, 방문단은 한국교회의 일치와 화합을 위한 노력을 소개하고 교황 베네딕토 16세 등을 만나 세계 평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본보는 세계교회협의회 10차 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에큐메니칼 비전과 세계 교회 안에서의 역할 등을 가늠해 보기 위해 이번 순례의 일원으로 참가한 사무총장 조성기목사의 참관기를 게재한다.

   
▲ 로마교황청에서 열린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평의회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성기 / 총회 사무총장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복음 전파에 있어서 부차적인 관심사항이 아니라 근본적인 핵심이다."
지난 7~14일 제2차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칼 순례길 가운데 가장 자주 들은 말이다. 로마 교황청의 발터 카스퍼 추기경(Cardinal Walter Kasper)과의 대담에서, 런던 세계성공회 사무총장 키론 신부(Rev. Canon Kenneth Arthur Kearon)와의 면담에서, 세계 구세군 총본영 참모단과의 회의에서, 매번 확인한 바는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복음을 증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하나님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순례길 가운데서 만난 세계 기독교의 지도자들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렇게 함께 에큐메니칼 순례길에 오른 것에 대해서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존경을 표했고, 2013년 제10차 WCC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라는 믿음과 함께, WCC 총회가 한국의 그리스도인 일치와 세계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이루는 은혜로운 총회가 되도록 기도하고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7일 월요일, 지용수 총회장을 비롯해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전병호목사와 총무 권오성목사, 한국천주교 김희중대주교, 대한 성공회 관구장 윤종모주교, 한국 정교회 나창규 대신부 등 22명의 한국 그리스도교 대표들이 함께 순례길에 올랐다.

모두 복음을 증거하는 그리스도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같이 자리할 기회가 드물었기에, 이처럼 함께 사도들과 신앙의 선배들의 발자취와 후계자들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한국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묶는 뜻 깊은 여정이었다. 긴 비행시간과 장시간 버스여행은 서로 깊은 대화와 친교를 나누는 기회였고, 다소 불편한 숙소와 열악한 여건은 서로 낮아짐과 비움을 실천하는 기회였기에,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임을 체험하는 값진 순례였다.

런던에서 키론 신부가 대륙 저편에서 온 우리 순례단을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했듯이, "그리스도인 일치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사람간의 관계와 교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듯이 지용수 총회장은 순례 가운데 만난 지도자들과 영어로 친교와 고백을 나누며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교단의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로마에서 시작된 여정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교황과 카스퍼 추기경을 만나는 것에서부터 성 바울 참수지 기념 수도원에서 일치를 위한 경건한 묵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이 하나의 믿음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 세계성공회 사무총장 키론 신부에게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는 지용수총회장.
바티칸에서 교황과 교단 대표들의 만남과 친교는 그리스도인 일치의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교황과 단상에 함께 좌정한 한국 천주교 일치위원장 김희중대주교는 교단장들을 교황에게 일일이 소개하며 대화를 중재하였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3천여 명의 천주교 교도들이 교황청 알현실에서 각기 전통적인 복장과 다양한 환호로 교황을 맞이하는 모습도 특이한 감동이었다. 이튿날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평의회 의장인 발터 카스퍼 추기경과의 대담은 큰 유익이었다.

카스퍼 추기경은 교황 베네딕트 16세와 같이 독일 튀빙겐 대학 교수 출신으로 세계 천주교의 탁월한 신학자이다.
카스퍼와 순례단은 "에큐메니칼 운동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입장의 차이를 포기하고 무시하거나 단순히 혼합하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가운데 상호 대화와 교류를 강화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높이어, 복음의 공동증언과 세계 평화와 정의를 위해 함께 섬기자는 것"임을 확인했다. 그는 세계 천주교도 2013년 한국에서 열리는 제10차WCC총회에 옵저버로 참석하고 그 성공을 위해 협력할 것이며, 또한 교황의 한국 방문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로마 순례는 또한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강조했던 사도들과 성인들의 삶을 곳곳에서 묵상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였다. 바티칸의 배려로 순례단은 성 베드로 성당 지하에 묻힌 사도 베드로의 뼈 조각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여러 이교도 무덤들로 이루어진 미로를 통과한 후 도달한 베드로의 유일하게 남은 유해는, 같은 날 오후에 찾아간 쿠오 바디스(Quo Vadis)의 현장과 함께, 로마 제국 변방에서 중심부로, 유태인에서 이방인에 이르기까지, 복음을 전파하던 베드로의 숨결을 느끼는 감동이었다. 로마시 외곽에 위치한 사도 바울의 참수지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하나임을 선포하며 그리스도인 사이의 일치를 죽음에 이르기까지 강조했던 바울의 삶을 묵상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성 프란체스코의 발자취를 따른 아씨시(Assisi) 방문은 그리스도의 모습을 본받아 자기를 비우고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세상을 섬기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느끼는 자리였다.

로마에서 사역 중인 천주교 한인 신학원장인 김종수 신부와 나눈 인사대로, "자기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 놓아야, 서로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음"을 새기며 로마를 떠났다. 런던으로 이어진 순례길은 세계 성공회, 감리회, 구세군 지도자들과의 만남 가운데 오늘날 다양하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그리스도의 몸이 공동의 증언과 사역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는 계기였다.

대림절 3주째를 맞이하며 찾은 런던에서는 우선 세계 성공회의 사무총장 키론 신부를 성공회 수장 캔터베리 주교의 런던 거주지인 람베스궁(Lambeth Palace)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리스도인 일치의 당위성과 방법에 대해서 긴긴 얘기를 나누던 중, 키론 사무총장은 특히 영국 그리스도교의 오랜 분열의 역사에 대해서 "자기 진리만이 진리라고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진리에 어긋나는 것이고, 그렇기에 영국 성공회는 에큐메니칼 운동 강화를 통한 세계 평화의 구현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10차 WCC 총회가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을 한층 발전시키는 기회가 될 것을 기대한다면서, 모든 교단을 포괄하는 WCC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구세군 국제본영 참모단과의 회의에서는, 구세군의 중재자적 역할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참여 교단들의 면모(구세군, 오순절, 정교회, 성공회, 감리교, 장로교의 회원교단 모두 포괄)와 같이,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과 특히 제10차 WCC 총회가 기존 천주교, 정교회, 개신교 참여 교단들을 넘어서 오순절 교회와 복음주의 교회들 모두 함께 아우르는 확대 총회가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협력하겠다는 뜻을 다짐했다.

주일 아침, 순례단의 개신교 일행은 대한 성공회 윤종모주교의 인도로 영국 왕실의 신앙 전통이 새겨진 웨스트민스터 사원 대예배에, 천주교 일행은 영국 정교회의 미사에 참석했다. 특별히 장엄한 대예배당에 꽉 찬 성도들과 순례자, 방문자들이 함께 대림절 셋째 주일을 맞은 웨스트민스터 예배에서는 한국 교회의 일치와 연합, 그리고 남북한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중보의 기도가 있었다.

예배 후에는, 웨스트민스터 참사회 신학자인 사고브스키(Rev. Dr. Nicolas Sagovsky) 신부의 안내로 사원 내부를 둘러 볼 수 있었다. 그는 특별히 영국의 종교와 역사현장에서 고통스러운 역사를 지녔던 성공회 엘리자베스1세 여왕과 천주교 메리 여왕이 상하로 위치하여 함께 묻힌 무덤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결국 그리스도인들도 함께 하나님의 나라에 이른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며 그 화해의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중세 유럽의 3대 성지 순례지 가운데 하나이자 성공회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좌인 캔터버리 대성당을 찾아갔을 때도, 군주보다 하나님을 섬기던 토마스 베케트(Thomas Beckett)의 순교, 그의 순교를 덮으려던 수도사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평신도들의 뜨거운 신앙, 그리고 여러 환란의 역사 속에서도 그의 뜻을 지키는 대성당의 의지에서, 지역적 역사적 차이를 넘어서는 순교적 신앙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그리스도인 순례단은 출국에 앞서 함께 드린 예배에서 전병호 한국기독교협의회 회장 및 김희중대주교의 공동 말씀을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이 함께 삶과 기도를 나누고 공동의 증언과 사역을 경주하는 것이 바로 복음을 증언하는 것"임을 선포했다. 순례단 모두 이번 여정에 이루어진 만남과 역사에 대해서, 지용수 총회장의 고백적인 말씀처럼 "그리스도인들이 일치를 이루기 위해 기도하며 모이는 가운데 성령님께서 임재하여 우리를 이끌어주심"을 뜨겁게 느낄 수 있었다. 나아가 이후 3차 순례에서는 나아가 그리스ㆍ러시아 정교회와 중동 교회들을 찾아가고 일치를 강화하는 노력을 할 것을 다짐했다.

캔터베리 대성당의 부임사제 콘드리 신부(Rev. Ed Condry)가 "순례길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순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설명해주었듯이, 우리 순례단 역시 고국으로 돌아와 한국에서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연합을 위해서 신앙 고백적 증언과 삶을 치열하게 이루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을 가장 확실히 실천하는 것임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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