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우리 주님 오셨네~

얼쑤~ 우리 주님 오셨네~

[ 아름다운세상 ] 성경판소리로 전통 이어가는 목회자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09년 12월 01일(화) 16:05
   
▲ 성경판소리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구성진 목소리로 창을 하고 있다.

【임실=표현모기자】 "오셨네 우리 구원하시러 주님이 오셨네 얼쑤 쿵 딱~"
 
지난 11월 13일 임실치즈 마을 서당에서는 구성진 창(唱) 소리와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가 논밭을 가로질러 마을 사람들의 귓가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서당 안에서는 20여 명의 목회자들이 판소리 연습을 하다가 자신들의 흥을 못이겨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중 한 목회자는 기어이 치고 있던 북을 놓고 일어나 춤사위를 벌인다. 연습 중 즉석에서 이루어진 합주, 그리고 연이은 어깨춤. 신바람을 일으키는 우리가락의 힘이 무엇인가를 실감나게 하는 장면이었다.
 
이날 모인 목회자들은 성경판소리 동호회 목회자 수련회에 참가한 이들. 교단도 나이도 다양하지만 국악과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서로 같다. 기자가 임실을 찾은 이날은 수련회 중에서도 특별히 성경 판소리 동호회 결성식을 가진 의미있는 날이었다.
 
45명의 회원들로 결성된 동호회는 성경 판소리를 통해 지역발전과 문화보존, 기독교 문화 토착화에 앞장선다는 취지와 함께 판소리 교육, 공연 등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성경판소리 동호회가 탄생하기까지 산파 역할을 한 최덕기목사(전주노회 사회선교 전도목사)는 "약 4년 전 기도 중 우리 고유의 것으로도 예수님을 섬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 후 약 3년간 판소리를 배우고 뜻을 같이 하는 목회자들을 하나 둘씩 만나고 교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고 모임 배경을 설명했다.
 

   
▲ 동호회 회장 김내홍목사가 창을 하고 있다.

관심 있는 목회자들과 만남을 이어가던 중 최 목사는 올해 1월에는 성경 66권 전권을 판소리로 제작, 지난 3월에는 대한성서공회와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의 저작권 사용허가를 받고 공증까지 체결했다. 이와 함께 전주노회 회관에서 판소리성경 소공연을 시작으로 효자동교회 콘서트 홀 공연, CBS 복음성가 경연대회 출전, 거금도교회 공연 등을 펼치자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어 여기저기서 행사 때마다 찬조공연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지난 8월부터 성경판소리 수련회를 개최하자 판소리에 관심을 갖고 있던 목회자들이 물을 만난듯 이곳 저곳에서 모여들어 결국 지난 11월 13일 동호회 결성 및 창립총회를 하게 된 것. 회장에 본교단 광주동노회 첨단영락교회 김내홍목사를 비롯해 △총무 장임완목사 △서기 김기수목사 △회계:김종옥목사 △지도고문 : 김용복 문성모 하동완 임희모교수 △자문위원: 최승희 모보경 김미정 명창 등을 임명하면서 어엿한 조직까지 갖췄다. 판소리를 사랑하는 목회자와 신학자, 그리고 민족운동가로 널리 존경받는 심상복목사까지 모임에 함께 해 더욱 내실있는 조직이 됐다는 평가다.
 
동호회는 앞으로 성경판소리를 보급시켜 우리 것에 관심을 가진 이들, 특히 장년층에 보다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청년과 청소년들에게도 우리의 전통의 것을 주지시켜 한국적인 복음을 가질 수 있도록 홍보와 공연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최덕기목사가 제작한 판소리 성경을 보급시켜 전국의 많은 목회자 및 평신도들에게도 우리의 멋들어지고 흥겨운 가락에 맞춘 성경말씀을 체험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장 김내홍목사는 "성경판소리는 21세기에 맞는 가장 적합한 운동 겸 복음전파의 도구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성경판소리는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노인들에게 연세에 맞는 운동 효과를 줄 수 있고 흥과 멋과 맛을 느끼게 하는 성경 통독방법이 된다"고 성경판소리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번 수련회에 함께 한 하동안교수(호남신대 신약학)는 신학적인 분석을 통해 성경판소리를 소개했다. 하 교수는 소리가 에너지라는 점에 착안해 성경적인 접점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초의 하나님의 말씀, 다메섹 도상에서 바울에게 들린 예수님의 목소리, 오순절 성령강림절에 하늘로부터 온 바람과 같은 소리가 모두 소리라는 형태의 에너지였다"며 "성경판소리는 하나님 음성의 에너지와 판소리가 만들어내는 소리 에너지의 접촉점을 찾으면서 복음 안에서 힘을 얻고 구원의 능력을 체험하며 사람들을 복음화시킬 수 있는 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성경판소리를 창시한 최덕기목사는 "뱃심으로 저 밑바닥의 힘까지 끌어올려 판소리를 통해 성경을 봉독하면 깊은 묵상, 건강, 효과적인 복음전파 등 다방면에 이로움이 있다"며 "일반 성도들도 판소리에 관심을 갖고 2천년 전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시적 운율을 넣어 읽어보면 그 신비한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 목사는 "교회에서도 모여 우리 가락에 어깨를 들썩이다 보면 안 믿는 사람들도 들어와서 같이 놀게 된다"며 "그런데 신나게 창을 하고 박자를 맞추다 보면 그것이 찬송가라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고 복음도 받아들이게 된다"고 우리문화의 신비로운 힘에 대해 강조했다.
 
최 목사가 강조한 우리문화의 힘은 취재를 한 기자 또한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취재중 어느 순간 기자의 본분도 잊고 북을 두드리고 어깨춤을 들썩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 "우리 것으로 찬양 드리고 싶었지요"

성경판소리 창시자 최덕기목사

"판소리와 설교의 공통점은 소리라는 점입니다. 성경은 글로 쓰여져 있지만 본래는 소

     
▲ 성경판소리 창시자 최덕기목사.
리로 구전되던 것입니다. 소리는 글자와는 다른 그 무엇이 있습니다. 판소리로 성경을 읽게 되면 태초의 생생한 영성을 머리가 아닌 몸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성경판소리 창시자이자 동호회 창설자인 최덕기목사는 우리민족에게 주신 고유의 것으로 찬양하고 예배 드릴 때 하나님이 더욱 기뻐하실 뿐 아니라 우리들도 더 깊이 하나님을 체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4년 전 기도 중에 우리 고유의 것으로도 예수님을 섬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최 목사는 그 즉시 판소리를 배우며 우리 고유의 가락에 흠뻑 빠져들었다. 지난 1월부터 성경을 판소리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가 두달만에 완성을 하고, 다시 두달 동안 주기도문, 사도신경, 성경목록까지 악보화 하는데 성공했다.
 
최 목사는 성경에 판소리 악보를 매기기 위해 거의 4달 동안 새벽 1시부터 8시까지 작업하며 잠도 자지 않았을 정도. 그는 그가 작업한 것을 판소리 성경으로 출간하기 위해 대한성서공회와 지난 3월 저작권 사용허락을 받고 공증까지 체결했다.
 
그가 작업한 판소리 성경의 특징은 성경의 한점 한획도 빼지 않았다는 점과 중모리, 중중모리, 진양조, 자진모리, 휘모리, 엇모리, 세마치, 아니리 등 창조의 10가지 장단이 성경의 내용에 맞게 기재되어 있다는 것. 이미 23여 차례 공연을 통해 성도들의 반응을 살펴본 결과 가히 폭발적이라 할만큼 인기가 좋았다고 최 목사는 말한다.
 
그는 판소리 성경 보급을 통해 우리 고유의 것을 알리는 한편, 노년층 선교에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판소리 성경 제작과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아울러 오는 2013년 WCC 부산총회 때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동호회원들과 연습에도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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