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해야 한다'

(40)'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해야 한다'

[ 칼빈탄생5백주년 특집 ] 칼빈의 단순성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11월 26일(목) 09:51

정행업 / 대전신학대학교 전 총장

미국 유니온신학교 교수인 존 리스(John  H. Leith)는 그의 저서 '개혁교회 전통에 관한 입문서'(An Introduction to the Reformed Tradition)에서 칼빈의 신학을 주축으로 한 개혁교회 신학전통의 근본 정신을 9가지로 열거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로 '단순성'을 들고 있다. 칼빈에게 있어서 단순성은 그의 전 신학과 신앙의 기저에 깔려있는 중요한 정신이다.

저서에 나타난 단순성
칼빈의 신학과 신앙은 '기독교 강요' 초판에 이미 요약되어 있는데 이 책 내용의 구조 자체가 단순함과 유용함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기독교 강요'의 내용은 모두 6장으로 되어 있는데 제 1장 율법, 제 2장 믿음, 제 3장 기도, 제 4장 성례들, 제 5장 가톨릭 거짓 성례들 그리고 제 6장 그리스도인의 자유, 교회의 권세, 정치적 통치로 되어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간구원의 진리를 계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 구약의 중심은 율법이고 그 요약은 십계명이며 이것을 잘 해석하고 있다. 신약은 복음을 받아들이는 믿음으로만 구원을 받는 것인데 믿음의 구체적인 내용을 사도신경으로 보고 이를 간단 명료하게 해석하고 있다.

칼빈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우리 인간 자신을 아는 지식 두가지 지식 등을 논하고 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하나님은 창조자시요, 구속자되심을 말하고 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정점은 그의 위엄과 거룩하심에 영광을 돌리고 그를 영화롭게 하는데 있다. 인간에 대한 지식은 상대적으로 인간은 피조물이요, 죄인이요, 구원받아야 할 존재임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신학과 생애로 본 단순성
칼빈의 단순성과 유용성은 그의 설교에 잘 나타나 있다. 칼빈은 설교를 매우 중요시 했다. 가톨릭 교회의 눈으로 '보는 예배'(미사중심)에서 '말씀을 듣는' 예배로 전환을 하면서 강단 중심의 예배로 개혁을 단행했다. 설교야말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으로 인간을 교훈하며 죄를 책망하여 회개하고 구원얻도록 한 것이다. 그는 일주일에 7,8번의 설교를 열정과 성의를 다하여 행했고 일생동안 3천여 번의 설교를 했다. 설교 내용은 성경을 잘 해석하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했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 강조하고 잡다한 예화나 쓸데없는 사족을 달지 않았다.

단순성은 신실성과 통한다. 그는 장식, 무엇인체 함, 궤교, 사실을 모호하게 하는 위장들을 제거하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을 전하였다. 칼빈은 신구약 성경을 주석했는데 그의 문체는 간결하고도 명료함으로 일관되어 있다. 성례예식도 과거의 인위적이고 형식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오직 성령이 임재하심으로 성찬예식이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은혜의 통로가 되는 것을 강조했다. 교회 행정에 있어서도 목사와 교사와 장로 그리고 집사직을 두었는데 이것은 교회의 계층적 구조가 아니라 각 기능적으로 봉사케 함으로 교회를 섬기며 세워나가도록 하였다.

교회의 건축이나 실내장식같은 것도 사람의 이목을 끌어 혼란케 하는 우상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오직 하나님께 예배하는데만 정신과 마음이 집중하도록 하였다. 또 중세시대 교회에서 지키던 성인의 날 등을 폐지하고 번거로운 의식들을 배격하였다. 성도들의 생활양식도 단순화 하여 거추장스럽고 낭비적인 것은 배제하고, 축적되거나 잉여재물과 에너지와 활력을 하나님께 바치고 하나님의 뜻을 확장시키는데만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칼빈의 영향을 받은 나라나 지역의 개혁교회들은 그들의 사고방식도 단순하고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창출해 내는 생활 모습이나 문화도 단순하고 검소하며 소박한 면을 보게된다. 예를 든다면 미국으로 건너가 개척을 한 청교도들의 생활 모습과 그들이 이루어 놓은 미국의 문화를 보면 알 수가 있다.

칼빈의 생애에서 보여주듯 그의 삶도 매우 경건하며 단순하고 검소했음을 보게된다. 예를 들면 사치라던가 허례허식을 멀리하고 실용적 삶을 살았다. 즉 의복에도 귀금속이나 보석류를 금했다. 예배집례시 칼빈의 입었던 예복은 검은색으로 된 단순한 가운이었다. 음식에도 제한을 해서 분에 넘치는 것을 금했다. 자신의 장례식도 단순하고 엄숙하게 하되 과장적이고 허식적인 것을 금하게 했다. 특히 공적을 찬양하는 비석을 세우지 못하게 함으로 그의 유지를 받들어 칼빈의 무덤은 비석도 없이 평토장으로 되어 있고 거기 조그만 글씨로 'J.C.'라는 표식만 남아 있다.

칼빈이 목회하던 생 피에르 성당에 가 보니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그의 말년에 몸이 허약하여 강단에 서서 설교를 못하고 의자에 앉아서 설교를 했다고 한다. 그가 사용하던 의자는 아무 장식도 조각도 되어있지 않은 평범하고 단순한 것이었는데 이것 하나만 보아도 얼마나 칼빈이 검소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느끼고 크게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교회의 개혁해야 할 점
우리가 칼빈탄생 5백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신학과 신앙, 그리고 경건한 삶을 회상해 보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의 신학을 성찰해 보고 깊이 연구하는데 끝나서는 아니된다.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특히 한국적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칼빈신학의 조명아래 우리 자화상을 직시하고 한국교회의 현 위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가름해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개혁할 것은 개혁을 하여 그리스도의 교회가 교회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칼빈신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의 길잡이로서 지침을 삼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한국의 역사적 전통 특히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다. 그러다보니 내용보다는 형식에 실체보다는 허례허식에 치우치는 감이 많다. 한국의 관혼상제 등 의례에 나타난 문화는 대단히 복잡하고 형식화되어 있다. 흔히 서양문화는 죄악감 문화(Guilt Culture)라고 하는데 비해서 동양문화는 수치감 문화(Shame Culture)라고 하여 체면을 중시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무엇인 체(잘난 체, 있는 체) 하게 되어 형식과 허례허식에 매이게 되고 모든 것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되었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러한 문화에 습합되어 형식과 복잡한 양상으로 토착되어 가고 있다.

한국교회는 앞장서서 우리 민족의 문화창달에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지향해야 할 이상적 문화의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한국교회의 병폐를 바로 보고 부단히 개혁해 나아가야 한다. 교회내 분쟁과 분열, 교회의 권위주의와 계층화, 세속적 가치관의 편승, 개교회주의, 표리부동한 이원화된 신앙생활, 수많은 이단들의 출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는 칼빈의 신학과 신앙을 거울삼아 과감한 개혁을 단행해 나아가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본다.



■ "목회자는 하나님의 입"

칼빈의 단순성에 근거해 한국교회의 강단은 어떤가?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세계 어느 교회보다 설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열정을 다하여 설교를 준비하고 매 집회때마다 열심히 설교를 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교회는 많은 부흥과 발전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한편 냉정하게 칼빈신학의 입장에서 강단을 조명해 볼 때 반성하고 개혁해야 할 점이 많음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

칼빈은 '목사는 바로 하나님의 입'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할 때는 하나님의 대언자로 그의 말씀만을 두려운 마음으로 전해야 한다. 설교자가 강단에서 비속한 말(욕)을 한다거나 코미디언처럼 청중을 웃기는데 열을 내던가 말씀과 관계없는 예화나 사설을 늘어 놓아도 아니된다. 설교는 인간구원을 목적으로 생동력있게 가르치고 권면하고 죄를 책망하여 회개하게 해야 한다. 세속적 정치 평론이나 윤리도덕을 강의해도 설교의 정도를 벗어나는 일이다. 설교는 단순성, 직접성, 진정성, 신실성으로 하나님의 뜻을 전해야 한다.

강대상에 지나친 꽃장식도 재고되어야 한다. 교회 건물에 너무 관심을 기울여 분에 넘치는 건물을 지으려는 욕심도 지양해야 한다. 교회나 가정에서 통과의례로서 관혼상제를 예식서에 기준해서 간소하고 검소하게 지키도록 해야 한다. 모든 예식에서 집례자들이 백인백색으로 진행할 때 교회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신도들을 혼란으로 빠지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생활 양식에서도 개선할 점이 많다. 음식문화도 개선해야 한다. 식당에서 버리는 음식물이 너무 많다. 의복이나 생활가구 등에도 유행따라 너무 사치하거나 과장됨으로 소비지향적으로 나아가는 것도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늘날 한국사회에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안면 성형수술 현상은 외모지상주의가 낳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내적으로 마음의 단장과 속사람의 경건과 영성으로 무장해야 하지 않겠는가.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