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그리스도의 몸을 회복하자'

'분열된 그리스도의 몸을 회복하자'

[ 특집 ] 4. WCC를 준비하는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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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6일(목) 09:40

조성기 / 목사ㆍ총회 사무총장

한국교회는 일찍이 에딘버러대회에 윤치호 선생을 파견하는 것을 필두로 계속되는 세계교회의 일치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국내에서도 1918년 조선예수교장감협의회를 조직한 이후 오늘날까지 중단없이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의 노력을 에큐메니칼 정신에 입각하여 경주해 오고 있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 특별히 장로교안에서 WCC 가입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발생하였고 이는 교단이 통합과 합동으로 분열되는 아픔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지금 변명하기로는 WCC의 용공성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들지만 사실 그 당시에는 WCC에 동구권 교회들이 가입(1961년 뉴델리 총회)하기 이전이었고, WCC는 한국전쟁을 남침으로 규정하고 연합군의 파견을 유엔에 가장 먼저 권고했으며, 한국의 전쟁복구와 구호를 위해 막대한 물량을 지원하는 등 강한 반공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자유주의 신학 논쟁도 WCC가 자유주의가 아닌 상당히 보수적인 신정통주의적인 바르트 신학에 기반을 두고 있었는데 바르트 신학을 자유주의로 보는 신학적 오해가 있었다. 사실 이 대목에서 우리 내부의 분열의 원인을 WCC와 에큐메니칼 운동 때문이라고 적당히 포장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남는다. 어쨌든 한번 분열된 교회는 핵분열을 거듭하여 장로교단만 1백여 개가 넘게 난립하고 있으며 혹자는 이미 2백여 개에 도달하였다고 한다. 1백여년 전 에딘버러대회의 상황처럼 오늘 한국교회의 분열의 난맥상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는데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숨겨진 몸의 회복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고전 12:27)으로 비유하였다.
교회의 분열은 바로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온전한 그리스도의 몸의 회복 없이 교회의 진정한 교회됨은 성취될 수 없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분열은 어떠한 신학적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한국교회의 선교와 전도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하나됨을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간절히 요청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세계교회의 지난 1백년간의 일치의 노력과 여정의 성과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2013년 부산 총회는 세계 각처의 하나님의 교회들을 만나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자매임을 확인하고, 그들의 신앙고백과 선교 그리고 일치 추구의 경험을 배우고 나누는 장(場)이 될 것이다.

인도의 우화 중에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코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가 뱀같이 생겼고 다리를 만진 장님은 기둥같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온전한 코끼리의 형상을 깨닫는 길은 오직 그들이 체험한 코끼리의 형상을 하나로 모음으로 가능하다. 어찌 나만이 무소불위(無所不爲)하신 하나님을 다 알고 있다고 자만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통해 하해(河海)같이 넓으신 하나님의 은총을 더 온전히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주의 몸된 교회를 섬기는 일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를 유치한 회원교단으로서 우리는 WCC와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건강한 비판과 애정 어린 충고를 겸허히 수용하고 이를 총회에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 그러나 형제교단들에게 상처를 주는 근거 없는 비난은 한국교회 전체의 연합과 협력 정신을 훼손하고 자칫 갈등과 대립의 국면으로 몰고 갈 우려가 있으므로 서로가 자제하고 나보나 남을 낫게 여기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본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교단은 이번 WCC 총회 유치에 나서면서 세계교회를 섬기는 기회로 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우리가 WCC 총회 유치에 앞장선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스스로를 자랑함도 아니요 세계와 국내 연합운동의 주도권을 잡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다.

그리스도의 한 몸 된 지체로서 그동안 한국교회에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그 축복의 열매를 나누는 섬김의 자세로 세계교회의 총회를 대한민국으로 초청한 것이다. 우리는 또한 부산 총회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이견들을 해소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끝까지 국내 형제교단들과의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위한 겸손한 종의 자세를 잃지 않을 것이다.

세계교회협의회는 제네바의 사무국이 전부가 아니다. 전세계 1백10여 개국의 5억6천만의 성도들을 포괄하는 3백49개 주류 교단의 협의체이다. 사도적 신앙을 승계하는 역사적 정통성을 지닌 세계의 거의 모든 개신교회와 정교회 주류교단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미국장로교회, 미국감리교회, 캐나다장로교회, 캐나다연합교회, 호주연합교회, 스코틀랜드장로교회, 웨일즈장로교회, 영국성공회, 독일루터교회 등 우리의 어머니 교회들도 모두 WCC의 핵심 회원교단들이다. 나만 옳고 그들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율법주의적인 정죄보다는 함께 협력하여 부산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 그간 우리가 진 복음의 빚을 갚고 온 세계의 하나님의 교회를 든든히 세워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선교와 전도의 기회
에딘버러 대회 이래 지난 1백년간 WCC가 축적한 에큐메니칼 영성과 예전, 신학과 선교, 대사회적 증언과 인류의 공동과제에 대한 응답의 폭과 깊이는 넓고 깊다. 기독교 내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의 시대정신을 이끌 정도로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부산 총회를 통하여 한국사회는 그들이 가졌던 기독교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선입견을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계교회의 하나됨의 성숙함과 예전의 경건함과 장엄함 그리고 헌신적 선교와 시대적 증언을 새롭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오늘의 역사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며 인류를 향해 구원의 사역을 펼치고 있는지 목도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한국 기독교의 새로운 이미지의 형성에 매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선교와 전도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국교회의 주체적 노력이 있어야만 부산 총회는 단순한 손님맞이가 아닌 우리의 성과로 남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부산 총회가 한국교회를 다시 나누는 분열의 장이 아니라 그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화해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가 다시 갈라지고 찢겨진 모습을 한국 사회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면 그들은 영영 우리로부터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우리가 한국교회의 비약적 성장을 자화자찬하지만 20%의 고개를 넘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시작하고 있다. 세계교회에는 우리보다 더 깊은 복음의 역사와 더 큰 규모의 교단들과 훨씬 더 높은 복음화율을 이룬 나라도 많다. 우리는 부산 총회를 통해 그들과 만나고 배우며 우리의 경험을 나누는 한국기독교의 새로운 비전을 발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주여 우리를 평화의 도구로
성 프란시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떠올린다. 갈등과 분열의 현장 한가운데서 화해와 일치를 기도하는 거룩하고 잔잔한 영혼의 울림을 듣는다.

"주여 분열된 한국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의 하나 됨을 이루는 일치의 도구로, 갈라진 한반도를 세계의 화해와 평화의 도구로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비록 우리는 아직 그 길을 알지 못하고 있사오나 당신께서 이 땅 한반도에 그리스도의 피로 사신 교회를 세우신 목적이 미천한 우리를 들어 당신의 영광을 위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사용하시고자 하는 뜻이 계셨음을 고백합니다. 주여 우리를 일치의 도구로, 화해의 도구로, 치유의 도구로, 평화의 도구로 사용해 주시옵소서. 갈등에서 화해의 시대로, 분열에서 일치의 시대로 우리를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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