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흩어진 민족, 세계 선교 주역으로"

⑥흩어진 민족, 세계 선교 주역으로"

[ 한호선교120주년기획 ] 호주 한인 목회의 선교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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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9일(목) 10:19
주현신 / 멜본한인교회 목사

   
▲ 북한 고아원 건축 당시 본교단 총회는 호주연합교회와 선교협정을 맺고 양국 교단 협력으로 북한 사역을 진행했다. 이는 한국교회가 직접적으로 하기 힘든 일을 해외 한인교회와의 자매결연을 통해 수행한 좋은 역할 모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진은 점심을 먹고 있는 북한 고아원 어린이들.
한민족의 호주 이민이 본격화 된 것은 1970년대 부터일 것이다. 1973년에 멜본한인교회가 호주의 첫 한인교회로 창립되고 이듬해에 시드니한인연합교회가 세워진 것을 고려하면, 이민 역사를 40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많은 한인들이 호주로 이주해 왔고, 이제는 10만 명 넘는 한인들이 호주대륙에 머물고 있다. 현재 시드니(NSW주)에만 1백60개 넘는 한인교회가 있고, 2만 명의 한인들이 있는 이곳 멜본(Victoria주)에도 서른 개 가까운 한인교회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7백50만 한인이 한반도 밖에 흩어져 살고 있고 수천 개 한인교회가 곳곳마다 세워져 있다. 이런 한민족의 흩어짐과 한인교회의 세워짐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 2천 년 전 복음전파 초기에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사용하신 것처럼 21세기에는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통해 새로운 선교의 지평을 열어 가실 것이 분명하다.

교회의 존재목적이 선교라면 이민교회 역시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가 되어야 마땅하다. 해안선교, 내륙선교, 미전도종족 선교, '10/40 Window 선교'의 시대를 지나 이제 우리는 전방위(全方位) 선교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기에 온 땅에 흩어진 한민족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그곳으로 파송된' 선교사이고, 그들이 세운 한인교회들은 '이미 거기에 세워져 있는' 세계선교의 전진기지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인교회 목회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이 풍성한 선교자원을 모으고 세우고 엮어내는 일이라 생각된다.

호주는 이민자의 나라이고 다인종 다문화 국가이다. 호주인의 부모와 조상은 2백50개 민족 출신이고, 호주인 가정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는 4백개에 육박한다. 조상이 유럽지역에서 이주해 온 호주인이 많지만, 호주 원주민 비율도 20%가 넘고, 최근에는 아시아의 회교권과 불교권에서 이주 혹은 유학 오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전통적으로 다수였던 유럽계 기독교인의 비율은 급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며 복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자체가 다민족 다문화 선교라 할 수 있다. 우리 교회는 멜본의 다양한 이웃들과 교제하는 기회를 자주 갖고 있다. 한국 어린이를 입양한 호주인 가정들과 교류하고 있고, 한국전쟁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매년 하고 있다. 호주 원주민 선교를 초기화하고 있고, 노숙자를 섬기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Mixed married family)을 위한 영어가족예배도 드리고 있고, 1.5세와 2세 청년들을 위한 영어예배에 아직은 소수지만 타인종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고, 주 총회를 통해 타문화권 교회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물론, 이민 1세대를 목회적으로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 모국어로 예배드리며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데서 이민교회가 출발했기 때문이고, 여전히 이민과 유학과 직장문제로 이주해오는 한인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분들이 종교적 게토 안에만 머물지 않고 보다 넓은 선교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민 1세대가 든든한 디딤돌과 버팀목이 될 때 우리 자녀들이 'Korean Australian Christian'으로서의 정체성을 품고 호주와 세계를 섬기는 주역으로 일어설 것이고, '이방인의 사도' 바울 같은 '글로벌 선교사'들이 많이 배출될 것이라 믿는다. 

한민족 교회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선교과제 중 하나가 북한선교일 것이다. 우리 교회는 그동안 북한선교에 주력해왔다. 장로님 부부가 호주연합교회(UCA) 선교사로 파송되어 북한 모처에 고아원 등을 짓고 운영하는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공적인 선교활동이 철저히 금지된 '창의적 접근지역'이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평양 이외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국 국적을 가진 한인들은 북한 지방정부의 입국비자를 받을 수 있고 장기간 주민접촉 사역을 지속할 수 있다. 한동안은 이민교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선교영역일 것이다.

우리 교회의 북한선교는 호주인 교회들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기도와 물질로 후원하는 교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미 우리 교우들과 함께 직접 현장을 방문한 호주인들도 적지 않다. 오랫동안 식어있던 선교열정이 그들 가슴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 북한동포들을 섬기는 일만큼이나 감사하다. 1백20년 전 데이비스 선교사로부터 시작된 호주교회의 한국선교가 한반도 남단에 집중되었다면 이제 호주교회가 다시 힘을 내서 한반도 북단을 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북한사역을 매개로 한국교회와 호주교회가 구체적으로 협력하게 되었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고아원 건축 당시, 예장 총회와 호주연합교회가 선교협정을 맺으면서 총회 사회부가 고아원 건축비 1억 원을 헌금했고, 이번 한호선교 1백2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결핵검진시설 구입비로 7천만 원을 기탁했다. 한국 본토 교회가 직접 하기 힘든 일을 해외 한인교회와 자매교단을 통해 수행하는 한 가지 좋은 모델이라 생각한다. 북한을 향한 한호 동역선교는 호주의 한국선교 1백20년 역사를 값지게 이어가는 일이다. 멜본한인교회가 이 거룩한 사역의 교두보로 쓰임 받게 된 것, 지난 7년 이민목회 중에서 가장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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