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연합과 일치의 대의'

'거부할 수 없는 연합과 일치의 대의'

[ 특집 ] 1. WCC 총회 유치 배경과 교회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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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05일(목) 09:56

2013년 WCC 제10차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됨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다양한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WCC와 총회 유치 배경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총회 유치의 의미, WCC에 대한 한국교회의 시각, 총회를 준비하는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기고를 11월 한달간 게재한다.

송인설 / 서울장신대 교수

2009년 9월 1일 WCC 중앙 위원회는 한국의 부산에서 2013년 제10차 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일부 한국 개신 교회는 WCC를 사회주의와 동일시한다고 한다. 앞으로 몇 년 동안 한국 개신 교회 안에서 WCC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일어 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 글은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다루려고 한다. 첫째, 누가 WCC에 참여하고 있는가? 둘째, 에큐메니칼 운동은 무엇을 추구하는 운동인가? 셋째, 2013년 WCC 총회의 한국 개최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최근 언론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세계 기독교 올림픽'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았다. 이것은 WCC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은유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오해의 여지가 많은 표현이기도 하다. WCC를 중심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교회는 전체 세계 기독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현재 로마 가톨릭 교회가 전체 기독교의 2분의 1, 개신 교회의 복음주의 교회가 4분의 1,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교회가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는 운동이지만, 전체 기독교가 WCC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어떤 교회가 WCC를 중심으로 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가? 에큐메니칼 운동은 19세기 서구의 주류 교회가 세계 선교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선교지에 와보니 본국에서는 중요했던 교회의 교파가 여기서는 선교의 장애물에 불과했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선교 현장에서 서로 연합하기 시작했고 10년에 한 번씩 세계선교대회를 열어 협력을 모색했다. 현재 에큐메니칼 운동의 시작으로 인정받는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WMC)는 이미 제8차 대회였다.

이처럼 에큐메니칼 운동은 서구의 주류 개신 교회에 의해 시작되었다. 주류 개신 교회라 함은 역사가 오래된 개신 교회를 말한다. 예를 들면 유럽과 미국의 루터교회, 개혁교회(장로교회), 영국 성공회, 감리교회 등이다. 1차 암스텔담 총회(1948)와 2차 에반스톤 총회(1954)까지는 이들이 에큐메니칼 운동을 이끌었다. 그러다가 3차 뉴델리 총회(1961) 때, WCC에 새로운 교회들이 많이 참여했다. 먼저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18개의 신생 교회들이 참여했다. 4개의 동방 정교회와 2개의 칠레 오순절 교회도 참여했다. 현재 WCC는 주류 개신 교회와 동방 정교회가 주요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에큐메니칼 운동은 한 마디로 교회 일치를 추구한다. 그러면 에큐메니칼 운동이 말하는 교회 일치의 개념은 무엇인가? 두 교회를 한 교회로 합치고, 여러 교회를 한 기관으로 만드는 것인가? 초기 에큐메니칼 운동은 사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1937년 에딘버러 '신앙과 직제'는 협력적 행동, 성만찬 교류, 유기체적 연합이라는 세 가지 일치 개념을 제시하며, 교회를 구조적으로 연합시키는 유기체적 연합을 교회 일치의 최종 목적으로 보았다. 이런 노력으로 인도와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 연합 교회가 많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이런 기구적 통합이라는 교회 일치 개념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WCC는 1975년 나이로비 총회부터 '협의회적 교제'라는 개념으로 바꾸었다. 협의회적 교제는 교회가 공동의 소명을 이루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협의회에서 다른 교회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1991년 캔버라 총회는 코이노니아 개념으로 협의회적 교제를 보다 더 심화시켰다. 교회 일치는 교회가 서로 친밀하게 교제하는 코이노니아에 그 본질이 있다고 보았다. 코이노니아는 특별히 사도적 신앙을 공동으로 고백하고, 세례와 성만찬과 교역을 상호 인정하고, 공동으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증거하고 전체 피조 세계를 섬기는 선교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 2013년 WCC 10차 총회가 한국의 부산에서 열리는 것은 교회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첫째, WCC가 서구에서 남반구로 그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 제1차 암스테르담 총회에서는 유럽과 북미의 1백47개 개신 교회가 참여했다. 그러나 현재는 1백10개 국가의 3백49개의 WCC 회원 교회 가운데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오세아니아 지역의 남반구 교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WCC 총회는 남반구 지역에서 여러 번 열렸다. 아시아의 뉴델리에서 제3차 총회가 열렸고,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제5차 총회, 하라레에서 제8차 총회가 열렸고, 남미의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제9차 총회가 열렸다. 이번 10차 부산 총회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총회다.

둘째, WCC가 복음주의 교회와 관계를 모색하기 위하여 한국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 같다. 현재 한국에서 WCC에 가입한 교회는 4개 교단뿐이다.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감리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만이 WCC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WCC가 총회를 한국에 유치한 것은 20세기 한국에서 크게 성장한 복음주의 교회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복음주의 교회는 역사적으로 18세기 부흥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티모시 스미스에 의하면, 복음주의는 성경과 중생과 복음 전도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성경은 복음주의의 권위이고, 중생은 복음주의의 상표(도장)이고, 복음 전도는 복음주의의 사명이다." 한국의 대부분의 개신 교회는 1907년 대부흥을 경험하고 성장한 전형적인 복음주의 교회다. WCC는 이런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를 의식하고 총회 장소를 한국으로 결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셋째, WCC가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한국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한국에서 총회를 여는 것이다. WCC는 특별히 교회의 사회 참여에서 큰 성과를 내었다. 세계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기독교적 입장을 밝히고 교회의 사회 참여의 방향을 정하는 데 공헌했다. 그 동안 WCC는 한반도의 분열 상황에서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교회의 통일 운동을 후원했다. 1990년에는 서울에서 JPIC 대회를 열었다. 최근에도 WCC 총무가 북한을 방문했다. WCC는 총회 개최지 한국을 정의, 평화, 창조 질서의 실현을 위한 장으로 보는 것 같다.

사실 WCC는 7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예전의 역동성을 많이 상실한 것 같다. 여러 방면에서 WCC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회원 교회들의 입장과 독립적으로 WCC 기구 안의 인물들의 신학이 자유주의로 편향되었다는 비판도 들린다. 그러나 최근 WCC는 관료 체제 너머의 풀뿌리 에큐메니칼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WCC를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 연합과 일치의 대의를 거부하기는 힘들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들도 WCC를 중심으로 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지난 1백년간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는지, 어떻게 방향 선회를 하고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세계 교회들은 WCC의 영향으로 과거의 교회 분열의 상처를 상당 부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동방정교회와 오리엔탈 정교회는 1989년 기독론적 일치에 서명함으로써 분열을 극복했다. 동방정교회와 로마가톨릭 교회는 1965년 상호 파문을 철회하고 1978년 이후 신학적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로마 가톨릭 교회와 루터교회는 1999년 칭의 교리에 대한 공동 선언을 통해 과거의 정죄 문제를 풀고 신학적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유럽의 종교개혁 교회들은 1973년 로이엔베르크 협약에 근거하여 강단 교류와 성만찬 개방과 직제의 상호 승인에 서명했다. 이번 한국 총회를 계기로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들도 이런 세계 교회들의 교회 일치의 노력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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