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오신 예수님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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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빈탄생5백주년 특집 ] (35)칼빈의 기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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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2일(목) 10:57
박해경 / 문형교회 목사ㆍ 前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

기독론이란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시며, 어떤 일을 하셨는가를 연구하는 교리학의 한 분과이다. 정통 기독교 교리학에서는 공동신조, 즉 사도신조, 니케아 신조, 아다나시우스 신조, 칼케돈 신조 등을 위시하여 웨스트민스터 신조, 스코틀랜드 신조, 벨직 신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등에 고백되어진 기독론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근대 이후 자유주의 신학이 등장하면서부터 교리학은 정통신앙의 내용들이 부정되고 위협받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기독론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고대로부터 이미 기독론의 이단들이 많았는데, 인간의 이성을 계시보다 우위에 두는 자유주의 신학이 득세하던 18세기 말과 19세기에서는 본격적으로 그리스도의 신성과 선재 및 성육신 부활 승천 재림 등의 교리를 부인하는 일이 흔해지게 되었다.

가장 유명한 경우가 바로 알버트 슈바이처(A. Schweitzer)가 주장한 소위 '철저종말론'에서 핵심으로 제시되는 바 정신착란에 빠진 예수 그리스도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슈바이처는 예수그리스도가 스스로 메시야라고 믿고, 자신이 죽어야 하나님 나라와 종말이 이루어지리라고 착각하여 고의적으로 제사장들을 충동시켜 죽음을 자초했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외에도 쉴라이에르마허(F. Schleiermacher)나 리츨(A. Ritschl). 하르낙(A. Harnack) 등도 정통기독론을 부인하고 저들 나름대로의 새 기독론을 세웠으며, 20세기에 이르러 바르트(K. Barth), 부르너(E. Brunner) 등도 역사적 신조들을 부인하는 새로운 기독론을 주장하였다. 바르트는 모든 교리를 그리스도로 통일하였고, 그리스도를 신인식의 유일한 수단으로 보는 계시신학을 주장했으나 그가 말하는 그리스도는 하나의 인식통로로서의 신학개념이지 살아계신 그리스도라고 하기는 어렵다. 부르너는 더 온건하지만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부인함으로써 결정적인 오류를 드러내고 말았다. 현대신학에 와서는 이보다 더 과격한 자유주의 기독론들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고, 이러한 잘못된 기독론은 서양 교회를 쇠퇴하게 만들고, 신앙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하였음을 분명히 지적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정통 신학을 세우고, 교회를 살리며, 신자들의 신앙을 강화하는데 있어서 칼빈의 기독론을 살펴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칼빈은 역사적 정통교회가 고백하여 온 신조들의 결론을 그대로 받고, 또한 어거스틴을 비롯한 교부들의 신학을 존중하면서 보다 더 성경적으로 탁월한 기독론을 세웠다. 그의 주저인 '기독교강요'에 보면 제2권에서 기독론을 다루고 있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론(12-14장), 직무론(15장), 상태론(16-17장) 순서로 취급한다. 그런데 그리스도에 관하여 서술하기 전에 먼저 인간의 죄문제(1-5장)를 심각하게 서술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신구약의 일치점과 차이점(10-11장) 및 율법과 십계명(7-9장)을 논하면서 타락한 인간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속을 논해야 한다고(6장) 강조하고, 성경의 목적은 그리스도를 믿어 영생을 얻게 하려는 것이라는 요한복음 20장 30절의 말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원래 기독교강요 자체가 사도신조의 틀을 가지고 구성되어 있으며, 기독교의 본질인 '예수 믿고 영생'이라는 단순명쾌한 진리를 보다 더 자세하고 힘있게 설명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성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칼빈 자신이 말하고 있다('독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그러므로 칼빈의 기독론은 기독교 정통신앙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고, 복음의 본질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신분과 직무를 성경에 충실하게 서술한 교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칼빈의 기독론은 크게 세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에서 말한 대로 위격론(Person), 직무론(Office), 그리고 신분론(상태론, States)이다. 이것을 간단하게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위격론에 있어서 칼빈은 그리스도의 선재하심과 하나님의 영원한 아들로서 오신 것을 분명하게 주장한다. 이것을 신학에서는 '위로부터의 기독론'이라고 부른다. 잠시 언급했던 자유주의 신학은 소위 '아래로부터의 기독론'을 주장한다. 그것은 인간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출발하며, 그리스도의 신성을 전제하지 않는다. 그들은 주장하기를 '위로부터의 기독론'은 그리스도의 신성을 전제하니 틀렸고, 인간이신 그리스도로부터 시작해야 인간의 인식원리에 맞는데 그렇지 못하니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전제하고, 그분이 영원하신 로고스요, 하나님이심을 믿어야 할 것이다. 칼빈은 이 점에서 명쾌하다. 그리스도는 원래 하나님이신데, 사람으로 오신 것이다. 이 내용을 교리적으로 묘사하면 한 인격(신격^神格, Divine Person)이신 그리스도가 두 본성(本性, Natures)을 취하신 것으로 이해한다. 다시 말해서 '한 인격(One Person)'이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성육신을 통해서 신성과 인성을 가지시는 '두 본성(Two Natures)'의 중보자가 되신 것을 말한다. 이것이 칼케돈 신조의 결론이고 정통해석이다. 여기서 신성을 부인하면 아리우스(Arius) 이단이 되고, 인성을 부인하면 영지주의(Gnosticism)이단이 된다.

칼빈의 직무론은 흔히 말하는 그리스도의 3중직분(Munus Triplex Christi)을 말한다. 칼빈은 이 교리를 최초로 체계화하였다. 선지자로서 그리스도는 교사의 직무를 하시며, 그의 몸된 교회까지 이 직분을 주셨다. 여기서 만인 선지자직이 나온다. 왕으로서는 말씀과 성령으로 다스리시는 복음전파의 직무를 말하는데, 이 직무로써 그리스도는 그의 나라를 확대하시며, 그의 복음을 '홀'(Sceptor)로 삼아 지상의 사역자들에게 영적인 왕권을 주셨다. 제사장으로서는 죄 사함과 중보기도의 사역을 하신다. 특히 하늘에서 지금도 계속적으로 이 삼직을 하시는 것이 중요하다.

칼빈의 신분론(상태론)에 있어서는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성경대로 믿고, 성육신의 목적을 '죄 사함'에 두는 것이 분명히 나타나 있다.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으심과 매장당하심, 음부에 내려가심(비하)을 모두 우리의 죄문제를 푸는 것과 연관시켜 설명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 하나님 우편에 앉으심 등(승귀)을 그리스도의 승리로서 그의 교회를 위한 진정한 통치로서 이해한다. 특히 칼빈은 다른 신학자들에 비하여 그리스도의 '승천'을 크게 강조하고, 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 만왕의 왕으로서 그의 나라를 확장하시며, 세워나가시는데 있어서 지상의 교회를 사용하신다는 점을 선교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교학이 발달하여 교회를 선교의 한 기능으로 보는데, 칼빈은 반대로 선교를 그리스도의 왕권통치가 이루어가는 교회의 권세로 본다. 그러므로 칼빈의 선교론은 그의 기독론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칼빈의 독특하고 획기적인 주장으로서 일반 선교학의 출발점과는 아주 다르다. 현대 목회에서 목사 중심이 아닌 평신도 중심사역이 강조되고, 선교분야에서도 인본주의 경향이 많은데, 칼빈의 기독론은 이런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준다.

칼빈이 말하는 그리스도는 사회사업가도 아니고, 하나의 도덕교사도 아니다. 그가 말하는 그리스도는 죽음을 깨고, 죄와 지옥을 이기며, 마귀를 꺾으며, 세상을 통치하시는 만왕의 왕이신 그리스도이시다. 이런 그리스도를 전해야 오늘 날의 교회와 성도들은 힘을 얻어 신앙이 강화되고, 선교도 역시 권위있는 사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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