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뿌리는 대한민국"

"우리의 뿌리는 대한민국"

[ 아름다운세상 ] 한불기독교복음문화선교원, 입양아 6인과 가족 모국 초청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09월 01일(화) 11:54
지난 8월 18일 인천국제공항, 가족과 함께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찾은 6명의 입양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인이었지만 들려오는 것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어뿐.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이번 모국방문단의 인솔자인 윤덕구 최숙희목사 부부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부부는 프랑스 개혁교회 소속으로 지난 1989년부터 프랑스 국가공인 입양단체인 라꼬제(La Cause)로부터 위임받아 입양가족과 입양아 후원사업 및 상담을 담당해왔고 2007년에는 정식법인으로 한불기독교복음문화선교원(ACCFC)을 설립했다.

   
▲ 14일간의 일정 중 지난 8월 23일 서울교회를 방문한 일행.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한국땅을 밟았지만 목적은 '뿌리찾기' 한가지다. 홀트아동복지회 방문, 청계천 남산한옥마을 경복궁 청와대 등 서울관광,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부산 APEC회의장, 포항제철 견학, 제주도 및 경주관광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뒤 이들은 지난 8월 31일 프랑스로 돌아갔다. 남과 북의 대치상황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판문점 방문이 마지막으로 추가됐다. 이번 일정을 계획하고 준비한 숨은 조력자인 최내화장로(충신교회)는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조국을 새롭게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4월 평대원 이사회에서 칼뱅 5백주년 동상건립 문제로 프랑스를 방문했을때 입양아들의 사연을 접한 것이 인연이 됐다고.

   
▲ 친어머니를 만난 후 틸 라그다씨와 양어머니 끌레르 리즈씨가 함께 자리했다.
뿌리를 찾기위해 한국문화를 배우고 한국인의 정서를 느끼고 돌아가지만 이들 모두가 친부모를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위탁모 조차 찾지 못하거나 부모가 있지만 안타까운 사정으로 만나지 못하는 경우, 이름과 생년월일이 사실과 달라서 아무런 자료도 남아있지 않는 경우 등으로 다양하다. 이번 6명의 입양아들도 마찬가지. 안타까움과 설레임, 실망과 기대가 공존했다. 첫 한국방문, 도착 하루만에 친어머니를 상봉한 틸 라그다(Thil Lagda, 한국명:윤성주)씨는 이례적인 경우다. 어머니를 만난 후 라그다씨는 침착한 모습으로 "아직은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하다"고 했다. 앞으로 더 많이 생각해봐야 알 것 같다고.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편해 보여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그녀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리고는 친어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한국사회가 힘들었다는 것 알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고. 원망하지 않는다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지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딸을 줄곧 사랑스런 눈으로 지켜보던 양어머니 끌레르 리즈(Claire Lyse)씨는 "우리 가족은 정말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활동이 지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친부모를 만나는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이 하늘아래 부모님이 계실까'란 생각으로 잠을 못이루는 사람도 정서적으로 힘든 과정을 거치는 것은 피차일반이다. 2년에 한 번씩 방문단을 인솔하고 조국을 찾을때면 옆에서 지켜보는 최 목사 부부도 가진 에너지를 다 쏟아놓아야만 한다. 그래도 이제는 하면 할수록 너무 중요한 사명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했다. 언젠가 뜨거운 태양 아래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풍경의 경복궁을 거닐때 불현듯 떠오른 말씀때문이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앞으로 매년 방문행사를 가져야 할 판이다.

지난 8월 23일, 일행은 서울교회를 방문했다. 중등부 고등부 새가족부 사랑부 모임을 차례로 참관한 뒤 2부 예배에 참석했다. 마침 담임 이종윤목사의 생일을 맞이한 이날, 교회는 유독 한 가족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생일잔치를 준비한 청년들, 고사리같은 손을 모으고 찬양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방문단도 불어로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며 화답했다. 장 루이(Jean louis, 한국명:손길수)씨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교회에 다니고 있는 것에 놀랐다. 사실 가족이상의 공동체 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예배 후 함께 식사하는 것만 해도 프랑스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에요. 어린이도 장애자에게도 열려있는 교회가 사회봉사적 차원에서도 기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 남북의 대치상황을 실감하지 못하는 입양아들을 위해 판문점 방문이 일정에 추가됐다.

이들에게 한국이름은 뿌리찾기의 유일한 단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기된 자신을 발견한 누군가가 지어준 가명임을 알게 되는 경우, 두번 버려진 고통을 느껴야만 한다. 부부는 이러한 모습을 볼때도 함께 울어야 했다. "이들은 자신을 쓰레기통에 버려진 존재로 바라봅니다. 밑이 뻥 뚫린 항아리 같아서 인간의 사랑만으로는 채울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도록 기도합니다. 영원한 사랑의 생수가 솟아나서 다른 누군가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도록…." 

 
프랑스에서 '입양가족' 사역하는 윤덕구 최숙희목사 부부
   
▲ 윤덕구 최숙희목사 부부.
 파리 근교 발레 드 로쥬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는 최숙희목사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목회다. 목회를 하면서 양부모의 심리적 불안과 슬픔을 알게 됐고 이들의 입양가족사역도 시작됐다. 부부는 입양아를 개인이 아닌 가족의 한 일원으로 보고 입양가족에 집중한다. 1천2백명의 입양아를 담당하고 있지만 가족으로 보면 엄청난 숫자다. 정체성 혼란으로 방황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부부의 집에서 한국음식을 먹고 하룻밤만 자고 가도 금새 안정이 되자 부부를 찾는 양부모들이 많아졌다. 부부는 이들이 하나님을 경험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자청한다. 모국을 방문할때면 최 목사는 매일 아침 일정을 시작하기전 함께 말씀을 나눈다. "프랑스 사회에서 기독교는 내재돼있는 문화며 사상이고 생활이에요. 그래서 어려움에 처할때 성경은 무엇이라고 하는지 성경은 이렇게 우리를 돕고 있다라고 전해요. 이번에는 로뎀나무 아래의 엘리야 이야기를 나눌 겁니다."
 남편 윤덕구목사(한불기독교복음문화선교원장)는 앞으로 '한국인의 집'을 세워서 입양아들이 수시로 와서 원하는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선교원 사무실로 겸용하고 있는 목사관은 사무실 이상의 장소다. 유일하게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이기 때문. 한국음식, 한국어 배우기, 크리스마스 행사 등 선교원의 일이 확장될수록 많은 사람이 찾아오지만 아직 고정적인 장소가 없어 행사를 열때마다 비어있는 프랑스 예배당을 빌려쓰곤 한다. 한국영화 상영을 위한 빔프로젝터나 복사기 같은 사무기기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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