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목회 제안

생태적 목회 제안

[ 특집 ] 8월 특집 경제 위기 극복 위해 한국교회가 뛴다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8월 25일(화) 17:37

김영균/목사ㆍ도심속살림교회

공룡은 사라졌다. 인류도 사라질 수 있다. 공룡은 경제위기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인류도 경제위기로 사라지지 않는다. 경제위기는 위기일 뿐, 멸종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인류가 무엇보다 먼저 온 힘을 기울여 집중해서 치료해야 할 위기는 생존위기인 생태위기다.

과학자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김성중 박사에 따르면 "최근 북극해의 얼음이 녹는 속도로 봐서 지구온난화 추세를 되돌리기 힘든 수준을 넘었을 가능성이 있다". 임계점을 지나 자기 파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이미 한반도는 아열대 기후로 변했고, 기후변화를 지나 기후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70%는 줄여야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데, 인류의 손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게다가 기후변화를 일으킨 화석연료가 머지않아 고갈된다. 현대인의 소지품 중 70%가 석유화학제품일 정도로 현대문명은 석유로 이루어졌는데, 그 석유생산이 곧 정점에 도달한다. 현재의 생활방식과 규모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날이 곧 닥친다. 여기에 만성적인 세계 식량위기까지 고려하면(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곡물수입국이고, 식량자급률은 27%다) 정말 지금처럼 살 수 없다.

인류는 사망선고를 앞둔 환자나 다름없다. 지금 같은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으로는 더 이상 이 지구상에 생존할 수 없다. 인류 멸종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먼저 환자임을 인정하고, 병의 원인을 진단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는 일이 절박하다.

경제성장은 녹색과 공존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파괴의 근원은 이윤만 좇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인 맘몬을 믿고 따른 결과로 인류는 멸종위기에 이르렀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모든 시장을 개방하여 경쟁하게 하라!"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자본주의의 순수한 결정체다. 모든 것을 시장화하려는 신자유주의에서는 자연 생태계 역시 시장화의 대상이자 쓰레기통일 뿐이다. 자본주의 역사와 괘를 같이해 온 생태계 파괴가, 신자유주의 30년 동안 극에 달한 건 그래서 당연하다.

세계개혁교회연맹의 '아크라 신앙고백'(2004년)에서는 신자유주의를 이렇게 정의한다. '신자유주의는 대안이 없음을 주장하며 가난한 자들과 피조세계의 끊임없는 희생을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이다. 이는 부와 번영의 창출을 통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거짓약속을 하면서, 생명에 대한 주인권한을 갖겠다고 주장하고 우상숭배에 해당하는 완전한 충성을 요구한다.'

한계에 부딪힌 시대의 우상 신자유주의와 그 모체인 자본주의, 산(공)업화와 근대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규모의 경제와 성장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해야 할 때다.

녹색은 성장과 공존하기 어렵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회로 근본적인 대안을, 성장이 아니라 정의와 생명에 바탕을 둔 대안 경제를 모색해야겠다.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회복하는 길, 지구도 살고 인류도 사는 길, 대안적인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인 생태적인 삶의 방식에 인류의 살 길이 있다.

녹색 교회와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생태 목회

한국교회는 국가의 경제성장에 발맞추어 기적에 가까운 양적 성장을 이루었고, 지금도 무한성장주의를 따르고 있다. 교인수가 늘어 교회가 커지는 게 성공의 기준이요, 목회자 평가의 잣대요, 교인 스스로의 자부심이다. 따라서 몇 해 전부터 전체 교인수가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현상을 위기로 여긴다.

필자는 한국 교회가 사회보다 먼저 성장률 마이너스를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멈추어 서서 나를, 교회를, 세상을 찬찬히 돌아보고 회개할 기회요, '양보다 질, 성장보다 성숙으로 방향을 전환하라'는 징조다. 시대의 징조를 바로 읽고, 청빈과 절제, 나눔과 섬김의 복음을 회복할 때, 교회가 짊어져야 할 시대적 사명이 분명해진다.

최근 정부는 감세 정책, 부동산시장 팽창정책,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공기업 민영화 정책, 금융과 재벌 통합 정책, 4대강 사업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부 정책에 한국교회, 특히 장자교단은 예언자의 소리를 내야한다.

세계교회의 흐름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한다. '아크라 신앙고백'과 세계교회협의회의 아가페 과정 '사람과 지구를 치유하는 대안 지구화(AGAPE process: 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 and Earth)'에서 이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교회는 아가페로 우리를 부른다.

그 부름에 동참하여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행동 등에서는 대안 정책 운동을 펼쳐왔고, 교회가 중심이 되어 마을을 생태마을로 바꾸고 자연학교를 운영하고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대안의 삶이 오래전부터 우리 땅 구석구석에서 자라왔다. 이러한 생태적인 흐름이 한국교회의 주류가 되기를 바란다.

본교단 총회에서는 2007년 '환경선교지침서'를 채택하여, 생태적 삶을 위하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야 할 구체적인 실천 과제들을 제시했다. 이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1998년 '녹색교회 21' 의제를 제정하면서 시작한 녹색교회 운동과 흐름을 함께 한다. 금년에는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에게 희망의 내일을'이란 주제 아래, '녹색교회를 통한 창조질서 보전' 5번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첫째 전기-점검과 절약으로 지구를 시원하게, 둘째 교통-승용차 키를 뽑아 몸과 지구에게 희망을, 셋째 녹색소비-지구를 위한 탁월한 선택을, 넷째 햇빛발전소로 지구를 시원하게, 다섯째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한 '은총의 숲' 조성 사업에 전국교회가 합력하여 선을 이루기를 바란다.

특히 착한 소비나 윤리적 소비라고도 부르는 녹색소비(거룩한 소비)는 공정무역과 함께 환경의 탈상품화와 공유화를 이끌면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생명 살리기 운동이다. 예를 들면 생협이나 재래시장 이용하기, 초국적 기업 물품 안사기 등이 있다.

끝으로 작은 교회 운동을 제안한다. 크든 작든 거의 대부분의 교회가 대량화와 거대화를 맹신하고 무한 성장을 향해 달음질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은, 3백만 성도운동이나 교단 통합 움직임에서도 엿보인다. 이는 자유경쟁시장의 원리가 교회에 스며든 세속화의 결과다. 성장지상주의와 규모의 경제에 도전하여 실천적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다. 그렇다. 작은 교회도 아름답다.

하나님께서는 마을을 살리고, 공동체를 회복하고, 규모 대신 연대를 선택하고,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생태 목회로 한국교회를 부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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