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에 담은 이웃사랑

'가위'에 담은 이웃사랑

[ 아름다운세상 ] 충신교회 이미용봉사팀 '미사랑'과 이지연집사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09년 07월 21일(화) 16:23

"뽀글뽀글하게 말아줘. 그래야 파마가 오래가지."
"할머니, 차가워도 참으세요. 중화시작합니다."
"고개 살짝 숙여주실래요. 예 예~ 좋습니다."
"김 집사님, 손 비면 나 여기 머리 마는 것 좀 도와줘."
"저…장로님 안계신가요? 오늘 머리 다듬을까 왔는데…"

   
충신교회 이미용봉사팀 '미사랑'은 방학 중에도 실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연습실을 찾았다. 그들의 영원한 '스승' 이지연집사(왼쪽에서 네번째)도 함께 해 제자들을 격려했다.
서울 동부이촌동 충신교회(박종순목사) 교육관. 어디 한 곳 '미용실'이라는 간판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알고는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머리 좀 하려고…"라며. 누군가 살짝 귀띔을 해준다. "오늘은 동네 어르신들 모시고 미용봉사하는 날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매만지고 있는 이들은 바로 충신교회 이미용봉사팀 '미사랑'(미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다.

그들은 조선족교회(서경석목사)를 비롯해 복지단체, 지방교회 및 해외단기선교를 순회하며 이미용봉사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파수꾼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스타일리스트 이지연집사(뷰티살롱 이지연더스타일 원장)가 있다. 미사랑은 "제자들이 선교훈련을 받고 평신도 선교사로 파송받아 현지에서 미용을 가르치고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이지연집사의 '가위의 꿈'에서 시작된 첫 비전의 땅이기 때문이다.

이 집사는 홍대 근처에 뷰티샵 1,2호점을 운영하는 여성 CEO이면서 CF, 잡지 등 각종 방송활동에 유명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대학교수(서울보건대)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가위 손'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 그가 60세가 넘는 학생들에게 그것도 '이미용'에 '이'자도 모르는 '쌩초짜'들에게 개인의 소중한 시간을 쪼개가며 미용기술을 가르친 이유는 뭘까? 경제적인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우리교회는 다양한 봉사팀이 있는데 유독 이미용 봉사팀만 없었어요. 신앙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제가 가진 달란트로 봉사가 하고 싶어 무작정 의료봉사팀에 합류해 한쪽에서 이웃들의 머리를 만졌죠. 늘 아쉬운 마음을 품고 있다가 어느날 봉사를 다녀오면서 차 안에서 미용봉사팀을 만들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어요."

박종순목사의 든든한 지원 덕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의료봉사는 의료인이 하고 이미용봉사는 미용사가 하는 것이 당연지사. 그러나 미사랑은 예외였다.

"봉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면 누구나 봉사에 참여할 수 있어야죠. 봉사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괜찮습니다. 미용기술을 제가 가르쳐드리면 되니까요. 그게 제 역할이고요."

그는 미사랑을 창립하고 즉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회원들은 '덜덜덜'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이 집사를 도와 봉사에 참여하며 실력을 키웠다.

미사랑 수업시간은 오후 7시30분. 그러나 '나이든' 학생들은 오후 4시부터 연습을 시작했고 밤낮없이 몰두했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회원들은 2년 만에 미용사 자격증을 갖춘 프로가 되어 중국 상하이 장춘, 몽골 등 해외선교까지 지경을 넓히고 있다. 이제는 단골손님까지 생길 정도라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무더운 여름, 방학을 맞은 학생들은 오늘도 실력 향상을 위해 교회를 찾았다. 물론 이 집사도 바쁜 스케줄을 미루고 제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교회를 찾았다.

그가 들어서자 마자 여기저기서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이 메아리처럼 울려퍼진다. 스케줄 때문에 몇번씩 다이어리를 체크하고 시계를 보면서도 이 집사는 그들의 질문을 꼼꼼하게 챙기며 자세한 설명을 마다하지 않는다.

"방학인데도 쉬지 않고 연습하는 모습, 봉사를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그들의 헌신이 감동적이기 때문"이란다.

교회에서 꽤 인기 있는 봉사팀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미사랑은 당분간 회원을 모집하지 않는다고 한다.

"언제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게 됐을 때, 제가 없어도 이 분들이 신입회원들을 교육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됐을 때 생각해 보려고요."

바로 그것이 이 집사가 가위에 담은 꿈이기 때문이다. 가진 달란트를 나누고 나눠진 달란트가 또 나뉘어져 예수님 닮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래서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되는 것.

'쓱싹쓱싹'거리는 가위질 소리에 이 집사의 '가위의 꿈'은 한알의 밀알이 되어 세계 만방에 평신도 선교사를 키워내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배부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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