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만 성도운동의 종교사회학적 의미

3백만 성도운동의 종교사회학적 의미

[ 특집 ] 7월 특집 3백만 성도운동의 역할, 신학적 의미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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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17일(금) 15:18

이원규/목사ㆍ감신대 교수


요즈음 한국 교회는 양적으로 침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사회적 공신력을 상실하여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현실 가운데 예장(통합)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고, 최근에는 교단 차원에서 '예장 3백만 성도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의미 있고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실은 매우 염려스러운 수준에 있으며, 그 전망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문제적인 한국 교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한국 교회는 1960년대 이래로 급성장해 왔으나 2천년 대에 접어들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1960년부터 몇 십년간 한국 교회가 크게 성장한 것은 교회(교인)의 뜨거운 복음적 열정에 힘입은 바 있다. 또한 긴장과 불안의 정치상황, 불평등과 박탈감을 조장한 기형적 경제성장, 소외감을 심화시킨 급격한 도시화 과정과 같은 사회변동 상황에서 마음의 평안, 물질적 축복, 공동체성 제공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면서 교회는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며, 사회적으로 보장되어 있고, 여성의 지위가 높은 나라들에서는 대개 교회가 쇠퇴하고 있다. 반면에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빈곤하며, 사회복지 수준이 낮고, 여성 차별적인 나라들에서는 교회가 성장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은 삶이 가난하고 힘들고 혼란스러울수록 종교에 의지하려고 하지만, 배부르고 편하고 생활이 안정될수록 종교로부터 멀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주화되었고, 경제 수준이 크게 높아졌으며, 복지 제도가 점차 정착되고 있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어 왔다. 이러한 변화는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동기와 요구를 약화시켰다. 나아가서 눈부시게 발전해 온 여가산업은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을 종교로부터 돌아서게 하는 강력한 대체종교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 교회의 정체 혹은 쇠퇴를 초래한, 보다 중요한 요인은 교회적인 것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상황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개신교만 교세가 감소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하나의 설명이 된다. 실제로 1995~2005년 사이 개신교인 수는 14만 명이나 감소했다. 여기서 결정적인 변수는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이다. 결국 한국 개신교에 대한 이러한 낮은 신뢰도가 한국 교회 쇠퇴의 주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교회가 쇠퇴하고 있는 것은 교회로 들어오는 사람은 줄고, 교회를 떠나가는 사람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왜 비신자의 개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가? 이것은 무엇보다 비 개신교인이 한국 교회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상 때문이다. 한국 갤럽의 2005년 조사 결과 한국인은 한국 교회가 개인적인 영적 문제에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교회 지도자의 자질이 낮다고, 진리 추구보다 교세 확장에 더 관심이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을 보면 '양적 팽창, 외형에 너무 치우치고 있다', '교파가 많다/단합이 안 된다', '지나치게 자기 교회 중심적이다', '세속화/세상 사람들과 다른 것이 없다, '목회자의 사리사욕/이기심' 등이었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가 한국 교회의 공신력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개신교인의 전도에 대해서도 다수의 사람들은 심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도 방식이 오히려 전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판국이다.

교회 쇠퇴의 다른 근원은 개신교 이탈자가 많다는 것이다. 개신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한 숫자가 2백만 명, 개신교를 믿다가 무종교인이 된 숫자는 5백60만 명으로 모두 7백60만 명의 사람들이 개신교를 이탈했는데, 이 숫자는 불교의 3백90만 명, 가톨릭의 1백80만 명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숫자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간 것일까? 한 마디로 교회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회가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가 되지 못하고, 세속주의에 물들어 있는 모습에 반감을 가졌다. 목회자나 교인들의 사랑과 관심의 결여, 소속감의 결여나 목회자에 대한 불신도 중요한 요인이다. 헌금과 전도에 대한 지나친 요구에 대한 불만도 있다. 교회 내의 파벌싸움과 갈등도 문제이다. 결국 한국 교회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교회적 요인은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교인이 교인답지 못하다는 현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하겠다.

한국 교회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내기 위해, 그리고 교단이나 개 교회 차원에서 성도확보 운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자기 갱신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영성, 도덕성, 공동체성을 상실했다. 세속적이고,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따라서 한국 교회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동안 한국 교회가 교회답지 못했고, 한국 교인이 교인답지 못했던 점에 대하여 하나님 앞에, 모든 사람들 앞에 참회하고, 새롭게 변화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 갱신 운동은 영성, 도덕성,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몸부림에서 출발해야 한다.

새신자 전도에 있어서도 유의할 사항이 있다. 무차별적이고 경쟁적이며 요란하고 혐오감을 주는 전도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타 종교인이 전도 대상일 때는 그 종교에 대하여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종교를 존중하면서 대화와 설득을 통해 기독교의 특성과 우월성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타 종교인들은 개신교의 배타적이고 무례한 태도에 대하여 커다란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종교인이 전도 대상일 때는 말에 앞서 행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들은 기독교인의 말보다 그의 삶의 모습을 보고 그를 평가하고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전도의 대상 역시 중요하다. 조사에 따르면 낯선 사람에 의한 전도는 거의 효과가 없다. 전도는 주로 가족, 친구, 선후배, 이웃, 친척에 의해 이루어진다. 한국 개신교인의 가족 간 종교일치율을 보면 부친과의 일치도가 47%, 모친과의 일치도가 60%, 배우자와의 일치도가 67%이다. 신자들이 비신자인 부모님과 배우자를 전도해도 수 백 만 명의 새 신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새 신자 운동은 무엇보다 가족 전도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친구와 이웃을 집중적으로 전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도 대상의 신앙 시기도 중요하다. 처음 교회를 다닌 시기를 보면 한국 개신교인의 64%가 20세 이전이었다. 따라서 유년, 소년, 청소년, 청년 대상의 교회학교 교육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 첫째로는 그 연령층이 종교를 받아들이기 가장 쉬운 연령층이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그들이 바로 미래 한국 교회의 주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인적, 물적, 시설 자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교회학교와 교회교육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전도에는 사회봉사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한국 개신교가 종교들 가운데 사회봉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실제로 한국 교회가 예산 가운데 순수한 구제봉사비로 책정하고 있는 비율은 대개 3~5% 수준이다. 특히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를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 사회봉사 활동은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 가운데 하나(디아코니아)일 뿐만 아니라 교회가 사회적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출산율 및 인구증가율과 관계된 중요한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1.20)을 보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18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여 205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3천 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낮은 출산율은 국가 경제의 미래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성장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20세기 이래로 전반적인 종교인구 변동 추이를 보면 종교 성장은 개종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개는 출산에 따른 자연증가에 의한 것이었다.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종교(예를 들면 이슬람교)는 그 종교인의 출산율이 매우 높은 반면에, 침체되어 있는 종교(예를 들면 기독교)는 그 종교인의 출산율이 상당히 낮다. 그리고 교회가 성장하는 나라와 대륙은 출산율이 높고, 교회가 쇠퇴하는 나라와 대륙은 출산율이 낮다. 따라서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교회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와 교회의 미래를 위해 한국 교회는 앞장서서 출산 장려운동을 펼쳐야 하리라고 본다.

한국의 여러 상황적 변동 요인이 그동안 한국 교회의 성장과 정체에 중요한 작용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또한 한국 교회의 신앙적 열정이 그동안 교회 성장에 기여했는가 하면, 점차 세속화되어 그 본질을 상실하면서 한국 교회는 사회로부터, 사람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사회적 공신력과 신뢰를 잃어버리면서 한국 교회는 정체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각성해야 한다.

먼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고, 영적, 도덕적, 공동체적 모범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여 교회를 갱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와 함께 신앙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전도 방법과 내용에 대하여 진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특히 최근의 급변하는 사회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한국교회 현실에 대한 진솔한 평가를 토대로 하여 바람직한 성도운동을 전개함으로 그 운동이 한국의 모든 교회, 모든 교단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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