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개혁신앙과 한국교회

오늘의 개혁신앙과 한국교회

[ 선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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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24일(수) 15:02
금주섭/목사ㆍWCC 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

지난 5월 말 김삼환 총회장께서 미국과 러시아를 거쳐 해외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제네바를 방문하셨다. 제네바 방문의 주된 목적은 먼저 세계개혁교회연맹(WARC)이 주최하는 칼빈탄생 5백주년기념 신학협의회에서 주제강연자로 초청받으셨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지도자들과 더불어 차기 WCC 총회 유치와 총무 선출에 대해 교단을 대표하여 홍보하시기 위함이었다. 2박 3일간 한시도 쉴 틈이 없는 격무의 일정에도 불구하고 총회장께서는 역동적이며 동시에 내실있는 활동을 펼치셨다. 여러 가지 성과들 중에서 오늘은 칼빈 5백주년 기념강연을 중심으로 그 교회사적 의미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먼저, 전 세계 칼빈주의 전통의 교회인 장로교회, 개혁교회, 회중교회 그리고 그리스도의 교회를 대표하는 세계개혁교회연맹이 칼빈 탄생 5백주년을 맞아 칼빈 개혁의 유산과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는 신학협의회의 주제 강사 두 분을 본교단(PCK)과 미국장로교회(PCUSA)에서 초청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교회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 개혁교회를 대표하는 두 교단으로 미국장로교회와 본교단이 선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세계교회 속에 부상하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위상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만으로 우리가 세계적인 교단이 되었다고 스스로를 자화자찬하기에는 이르다. 이미 한국 장로교회의 성장에 대해서는 세계교회가 인정하였으나 과연 세계교회를 섬기고 인도해 나갈 신학적인 내용과 성찰이 있느냐를 시험하는 무대가 바로 이번 협의회였다고 할 수 있다. 결과에 따라서는 한국장로교회가 그저 숫적으로 그리고 재정적으로는 강하지만 신학적으로는 아직 갈길이 먼 육체만 장성한 청소년 대우를 받을 수도 있었다. 사실 아무 생각없이 영광으로 받아들이고 기념사진 찍어 자랑삼기에는 그 이면에 팽팽한 긴장과 중압감 그리고 견제가 있었다. 그래서 총회장께서는 몇 번의 토론과 수정의 과정을 거쳐 주제강연을 준비하셨다.

주제강연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서론에서 우리가 당면한 시대의 징조(Signs of Times)를 분석하는 것으로 강연은 시작되었다. 현시기의 경제, 생태, 윤리적 위기를 언급하시며 그 배후에는 바로 인류의 영적인 위기(spiritual crisis)가 모든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들에 대하여 과연 어떻게 오늘의 개혁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사용된 신학적 방법론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칼빈주의  전통의  장구한 역사나 그 교리적 유산에만 집착한 것이 아니라 칼빈의 개혁신앙이  한국적  정황(context)에서  어떻게 고백되어지고 증언되어졌느냐에 초첨을 맞추고 이를 세계적 시각(global perspective)에서 재해석을 시도하였다. 한국적 정황에서 증언되고 뿌리내려진 개혁신앙이 우리가 세계교회와 나눌 수 있는 우리의 신학적 토대이자 자원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세계교회를 향하여 한국교회가 바라보는 오늘의 개혁신앙의 증언의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강연의 결론을 맺으셨다. 첫째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은총의 경제, 나눔의 경제, 연대의 경제의 추구, 둘째 하나님의 창조주권 (Creation Sovereignty)의 재 선포, 셋째 물질 중심의 인류 문명의 영적전환, 넷째 가난한 자를 섬기는 칼빈의 영성의 계승, 다섯째 하나님 중심의 교회론의 회복이다.

강연이 시작될 즈음 전 세계에서 모인 개혁교회 지도자들의 한국교회를 향한 검증의 눈매는 날카로웠다. 그러나 강연을 마칠쯤 그들은 기립박수로 한국교회의 세계교회를 향한 섬김의 발걸음을 격려하고 감사하며 축복해주었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 다시 질문을 던질 시간이 다가왔다. 과연 우리는 세계교회를 앞서 인도하라고 지난 2천년간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사용되었던 예루살렘교회, 로마교회, 제네바교회, 영국교회, 독일교회, 미국교회들처럼 하나님께 사용될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것도 역사상 처음으로 제3세계를 대표하여 세계교회의 선교와 증언을 주도해 나갈 결단과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 부름을 외면하고 우리 자신의 성취에 안주하고 자만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중심적 사고이자 비선교적 응답이다.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베푸신 축복인 우리의 영적, 인적, 물적 자원을 세계교회와 겸손히 나눌 때, 하나님께서는 분명 한국교회를 세계교회를 위한 당신의 머슴으로, 우리 교단을 세계적 안목을 지닌 교단으로 거듭나게 하시고 더 깊은 성숙과 더 큰 성장으로 인도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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